국방 육군

병영에 부는 자기개발 열풍…성과로 결실 맺다

맹수열

입력 2022. 03. 16   17:31
업데이트 2022. 03. 1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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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대한 물음표, 꿈 향한 느낌표가 되다

군에서 키운 정신력·체력 밑바탕 새로운 목표 도전
‘청년 Dream, 국군 드림’ 적극 활용…교재비 등 지원
제도적 지원·전우 응원 힘입어 대입 합격 등 성취 잇달아


국방개혁 2.0과 우리 군의 다양한 지원으로 군대는 단순히 ‘시간을 버리는 곳’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곳’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신의 꾸준한 노력과 국방부·군의 자기개발 지원 정책 활용으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장병들의 이야기도 속속 전해지고 있다.


노력+전우애+제도적 지원…대입 꿈 이뤄

육군미사일사령부 이재혁 일병은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 2개 학교에 동시 합격하는 쾌거를 거뒀다. 지난해 8월 입대한 이 일병은 입대 전 다니던 대학이 적성에 맞지 않아 고민하던 중 군에서 자신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했다. 그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면서도 얼마든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다시 수능을 치르기로 결심, 공부에 매진했다.

준비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11월 열리는 수능까지 3개월도 채 남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일과 중에는 주어진 임무 수행에 매진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과 사투를 벌여야 했다. 이 일병은 부대의 도움을 받아 야간 연등 시간과 주말 휴식 시간을 쪼개가며 공부에 매달렸다.

시험일이 다가오자 이 일병의 새로운 도전을 지켜봐 온 부대 간부들과 선·후임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도왔다. 전우들은 그의 공부 시간을 보장해주기 위해 자발적으로 근무를 조정해줬고, 부대는 사이버지식정보방 학습여건 보장과 국방부의 자기개발 지원 사업인 ‘청년 Dream, 국군 드림’의 ‘병 자기개발 비용 지원사업’ 정책을 소개해줬다.

주경야독(晝耕夜讀)을 거듭한 이 일병은 결국 지난달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에 동시 합격했다. 그는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런 열매를 수확하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라면서 “부대와 전우들의 적극적인 도움과 군의 지원사업이 있었기에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2022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목표했던 약학과에 합격한 육군2작전사령부 21항공단 하도윤(왼쪽) 병장이 공부를 적극 지원해준 황상혁(대령) 단장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부대 제공
2022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목표했던 약학과에 합격한 육군2작전사령부 21항공단 하도윤(왼쪽) 병장이 공부를 적극 지원해준 황상혁(대령) 단장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부대 제공

육군25사단 상승GOP대대 장병들이 일과 후에 모여 공부를 하고 있다. 완벽한 임무 수행 뒤 휴식 시간에 자기개발을 하는 장병들은 이제 흔히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조용학 기자
육군25사단 상승GOP대대 장병들이 일과 후에 모여 공부를 하고 있다. 완벽한 임무 수행 뒤 휴식 시간에 자기개발을 하는 장병들은 이제 흔히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조용학 기자


군에서 찾은 미래, 현실로 만들다

육군2작전사령부 21항공단 하도윤 병장도 조선대학교 약학과에 합격했다. 통신병 임무를 성실히 수행해온 하 병장은 군에서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며 ‘많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약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전역 후 진로를 설정한 그는 이후 시간을 쪼개가며 공부에 매진했다. 수능을 준비하며 하 병장은 책이 닳아 해어질 때까지 문제풀이를 했다고 한다. 그는 “군 복무 중에는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찾아보니 공부할 수 있는 자투리 시간이 많았다”고 말했다.

하 병장도 ‘청년 Dream, 국군 드림’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는 제도를 활용해 필요한 책을 구입했다. 그는 “하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충실히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군의 지원을 받아 자기개발을 할 수 있는 여건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규칙적인 생활로 약사 꿈 실현

반복되는 임무를 수행하다 보면 자칫 나태해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끊임없이 자신을 일깨우며 끝내 목표를 달성하는 장병들은 부지기수다.

지난달 약사 국가고시에 합격해 꿈에 그리던 약사 가운을 입게 된 육군9보병사단 도깨비여단 성종혁 상병이 대표적인 사례다.

성 상병은 훈련소 입소 때부터 군 생활을 약사 국가고시 준비를 위한 발판으로 삼았다. 군 특유의 규칙적인 생활을 습관화해 시험공부에 적용했고, 남는 시간을 활용해 한 달에 200시간 가까이 공부하기도 했다. ‘청년 Dream, 국군 드림’으로 공부에 필요한 체력을 키우기 위한 러닝화도 샀다.

철저한 임무 수행 역시 잊지 않았다. 근면을 몸에 익힌 성 상병은 대대에서 선발하는 ‘의무 우수용사’에 선정되기도 했다. 규칙적인 생활 습관으로 임무 수행과 미래 준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성 상병은 “남은 복무 기간에도 좋은 습관을 찾고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동료 장병들에게 “군 생활을 하면서 좋은 습관을 만들지, 나쁜 습관을 만들지는 본인의 선택”이라고 힘줘 말했다.


자기개발, 전투력 향상, 국익 창출까지

세 장병이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청년 Dream, 국군 드림’은 큰 역할을 했다. 현재 국방부가 전 군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청년 Dream, 국군 드림’은 2019년 장병들이 군 복무 중 미래를 설계하고 꿈을 가꿔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청년들의 꿈을 우리 군이 이뤄 드린다’는 뜻을 가진 ‘청년 Dream, 육군 드림’으로 시작됐다.

국방부와 군은 ‘청년 Dream, 국군 드림’을 통해 전역 후 미래를 준비하는 여건을 마련하는 데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다. 이에 따라 장병들은 군 생활을 하면서 원격강좌를 통한 학점 취득, 군 복무경험 학점 인정, 국가기술 자격증 및 어학 자격시험, 학용품비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다.

학습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기개발이 가능하도록 한 사람이 1년에 최대 12만 원까지 소요비용을 지원받는 ‘병 자기개발비용 지원사업’도 활성화하고 있다. 병사들은 이 제도를 활용해 자기개발을 위한 도서 구입, 어학·자격 취득, 능력검정 응시료, 온·오프라인 강좌 수강료 등을 지원받게 된다.

가장 많은 병력을 보유한 육군은 앞으로도 ‘청년 Dream, 국군 드림’을 통해 자기개발을 토대로 전투력을 향상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겠다는 방침이다.

육군 관계자는 “병사들이 바라는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도록 여건을 보장해주고 도우며 지속해서 관심을 가질 것”이라면서 “병사들이 잠재된 능력을 발휘해 복무 중에는 부대 화합·단결은 물론 전투력 향상과 발전을 꾀하고, 전역 후에는 국가의 인재가 돼 국익 창출로 보답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맹수열 기자


‘약사 국가고시 합격’ 육군9보병사단 성종혁 상병
“개인 정비시간 활용해 뜀걸음…공부 체력 길렀어요”

육군9보병사단 도깨비여단에서 의무병으로 복무 중인 성종혁(27) 상병은 지난 2월 약사 국가고시에 합격했다. 일과 시간에는 임무에 매진하고, 밤에는 연등 시간 등을 활용해 매일 4시간씩 ‘주경야독’하며 이뤄낸 성과다.

성 상병은 합격 비결로 ‘좋은 습관’, 그리고 전우들의 ‘도움과 배려’를 꼽았다. 그는 공부 습관을 훈련소 때부터 만들었다고 한다. 매일 기상 시간 10~20분 전에 일어나 침구류를 빨리 정리하고, 남은 시간에 암기과목을 공부한 것.

“처음에는 일어나는 것조차 힘들었는데, 차츰 적응하다 보니 침구류 정리가 익숙해졌습니다. 머리가 상쾌한 상태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죠. 자대에 와서는 평일 4시간씩, 주말에는 10시간씩 공부하며 규칙적인 습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부대 차원에서도 중요한 목표를 앞둔 성 상병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일과 시간에도 틈틈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하고, 국가고시 시험을 앞두고는 휴가를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부대 선·후임과 의무중대장님, 군의관님을 비롯한 간부들의 배려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한 달에 200시간 이상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성 상병은 처음 군에 와서는 두려움이 컸다고 한다. 대학교 졸업 후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결정한 입대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서늘한 연병장에 서서 다른 전우들과 입영절차를 밟았을 때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고, 특히 약사 국가고시라는 중요한 목표를 품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과 눈앞의 국가고시까지, 과연 내가 버텨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많았습니다.”

그가 찾은 돌파구는 운동이었다. “훈련을 할 때나 개인 정비시간을 활용해 3㎞, 10㎞ 뜀걸음을 하며 오랫동안 앉아서 공부할 수 있는 체력을 길렀습니다. 덕분에 자대 배치 4개월 만에 특급전사도 달성했습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청년 Dream, 국군 드림’ 제도 혜택을 톡톡히 봤다. 병 자기개발 비용으로 10만 원(2021년도 기준)을 지원받아 운동에 꼭 필요한 러닝화를 구매한 것.

성 상병은 앞으로 부대원에게 지금까지 자신이 받은 도움과 배려를 갚고 싶다고 했다. 또 공부 습관을 유지해 공인중개사, 생활스포츠지도사 2급 자격증 취득도 도전할 계획이다.

“어느덧 최고 선임이 됐습니다. 후임들, 간부님들을 도와 더 열심히 임무에 매진해 당당히 군 생활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대학 합격 목표 달성’ 육군미사일사령부 이재혁 일병
“공부 동아리가 큰 힘…물심양면 도와준 전우에 감사”


육군미사일사령부 이재혁 일병이 부대 사이버지식정보방에서 인터넷 강의 수강 중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부대 제공
육군미사일사령부 이재혁 일병이 부대 사이버지식정보방에서 인터넷 강의 수강 중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부대 제공


육군미사일사령부 이재혁 일병은 군에서 ‘대학 합격’ 목표를 달성했다. 그는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원하던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입학한 상태다. 군 복무로 휴학 중이지만, 캠퍼스로 돌아갈 날을 고대하고 있다.

이 일병의 곁에는 든든한 전우들이 있었다. 같은 부대 오현서 상병과 유원우 일병이 그 주인공. 세 사람은 대학 합격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수능 공부를 했다. 힘들고 지칠 때면 서로를 다독이며 다시 문제집을 폈다. 이들이 결성한 공부 동아리 이름은 ‘SKY’, 각자 목표로 하는 대학 앞글자를 땄다고 한다. 이 일병은 앞으로도 두 사람과 함께 공부를 이어갈 계획이다.

“만약 저 혼자 공부했다면 힘들어서 포기했을 것 같아요. 전우들과 스터디 팀을 결성해 모르는 문제는 물어보고, 졸릴 때면 깨워주기도 하며 힘을 냈습니다. 비록 다른 2명은 이번 대입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앞으로도 계속 같이 공부할 계획입니다. 저는 영어회화를 공부하며 필요한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이 일병은 ‘청년 Dream, 국군 드림’이 대입 과정에 큰 도움이 됐다고 회상했다. 병 자기개발 비용을 신청해 수능 공부에 필요한 문제집을 구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병 자기개발 비용을 비롯한 관련 제도를 십분 활용할 것을 강력 추천했다.

“시험을 코앞에 두고 공부를 결심했기 때문에 수능 문제집이 하나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다행히 ‘청년 Dream, 국군 드림’을 활용해 EBS 교재와 필기구를 살 수 있었어요. 여러분도 꼭 자기개발 비용을 신청해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이 일병은 시험을 앞두고 물심양면으로 자신을 지원해준 동료 전우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부대는 이 일병이 연등 시간을 활용해 공부할 수 있도록 여건을 보장해주고, 수능을 앞두고는 근무표까지 조정해줬다. 부대원의 배려가 없었더라면 목표 달성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이 일병은 강조했다.

“개인 정비시간을 활용해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고, 근무시간까지 선뜻 바꿔준 부대원들에게 정말 많이 감사합니다. 경계병으로 성실히 임무를 수행하며 저처럼 대입에 도전하는 전우들을 돕겠습니다.” 이원준 기자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이원준 기자 < wonjun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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