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백과 R&D이야기 K9 자주포

[K9 9회] 핵심 ‘무장’ 개발 처음부터 난관

신인호

입력 2022. 03. 07   11:04
업데이트 2022. 03. 07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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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 자주포의 포열을 포함한 무장. 사진= 현대위아
K9 자주포의 포열을 포함한 무장. 사진= 현대위아


신형 155㎜ 자주포의 개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사거리 4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탄을 발사(투발 수단)시키는 무장을 비롯, 탄에 추진력을 제공하는 추진제, 탄의 비행안정성 및 탄 뒷면의 항력을 감소시키기 위한 항력감소 관련 탄두, 탄의 비행을 확인하는 탄도 등 다양한 연구분야가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무장이란 포열·포미장치·제연기·제퇴기로 구성된 포열과 주퇴복좌기로 대별되는데, 사거리 관련 연구는 이 발사기구인 무장이 개발되어 있어야 진행이 가능하므로 무장분야(팀장 홍석균 박사)부터 먼저 연구에 착수했다.

그런데 당시 연구 형편은 연구진의 개발 의지를 뒷받침하기에는 거리가 멀었다. 설계 자료를 비롯한 정보와 장비·예산, 그리고 개발 기간까지 모든 것이 충분치 못했다.

연구진이 실제 그 당시 획득할 수 있는 설계 자료는 탄도의 동질성을 확보하기 위한 미국·영국·독일·이탈리아 등 4개국 탄도 협정에 의한 규정뿐이었다. 즉 ‘3,556㎤ 의 약실 체적에 나토 표준탄(L15A1)으로 초속 945m의 포구(砲口)속도를 내는 52구경장의 포신을 채택한다’는 것이 전부였다.

“신자포를 반대하는 측에서 황당하게 봤던 것도 사실입니다. 3,556㎤ 라는 약실 체적만을 두고 생각해 본다면 연구자인 저 자신도 이 체적을 어떤 직경에, 기울기는 어떻게 해야 최적의 설계가 되는가. 아니, 최소한 안전 설계라도 되는가 하고 막연해 했으니까요.”(차기업 선임연구원)

무장 설계는 다른 부품과 달리 설계에 착오가 있을 경우 불의의 사고가 인명 손실로 직결되는 분야. 당시엔 초속 945m의 포구속도를 낼 수 있는 추진 장약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여서 어려움은 더욱 컸다. 몇 번이나 반복 계산하고 또 계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즘 같으면 컴퓨터의 성능도 뛰어나고 CAD 프로그램이나 분석 프로그램이 있어 간편하게 설계를 검토할 수 있겠지만 1989년의 연구 형편은 그렇지 못했다. IBM-XT라는 PC가 연구원 8명에게 한 대꼴로 처음 보급돼 보물 다루듯 했던 시절이었다.

연구진은 155mm/39구경장인 KH179 견인포에 쓰는 장약 중 가장 큰 M203A1 8호 장약(26lb)의 추진제(M30A1)를 사용, 포강 내 탄도 해석을 수행했다. 그 결과 M30A1 추진제를 33파운드(lb) 사용할 경우 초속 950m 정도의 포구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사격시 33lb의 이 추진제가 발생시키는 강내 압력이 설계의 기준이 된다.

그런데 이 결과는 연구진에 기대보다 실망을 안겨주었다. 강내 압력이 예상치를 훨씬 웃돌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최초 체계개념 형성 연구를 할 때 포신만을 설계 대상으로 고려했으나 이제는 이 강내 압력 기준에 따라 포미장치, 주퇴복좌기 및 장전장치 등 무장 전체를 새로 설계해야 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 어렵게 포신 설계 도면을 완성할 즈음 문제점에 또 직면하게 됐다. 제작과 관련, 한정된 예산·시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것이었다.

신자포의 포신 길이는 KH179에 비해 2m 가량 더 길다. 따라서 소재의 단조처리 시설, 열처리로 및 자긴 가공기 등 제작업체의 시설 보강이 선행돼야 했다. 포신용 소재를 생산하는 업체는 한 번에 3개의 포신을 제작할 수 있는 양의 소재를 만들어 내는데, 연구진에 할당된 예산은 한 개의 포신 재료비만 인정되었다. 더욱이 업체 시설 보강을 위해서는 약 15억 원이 필요했다.

포신 가공 또한 ‘말하기 어려운’ 어려움을 안고 있었다. 업체가 제작 가능한 포신은 당시 KH179용 6m 4cm 포신이 최대치였다. 따라서 기존 시설로 8m 6cm 짜리 포신 가공이 가능한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다.

“가공해 보면 될 것 아닌가.” 이렇게 간단하게 말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었다. 8m 포신 가공이 불가능하다면 설비를 서둘러야 했다. 연구진은 가공설비를 국내 업체에 공급한 해외 업체를 방문, 자문을 구했다. 해결책은 뜻밖에도 쉽게 구해졌다. 설계 엔지니어의 설명은 “약간만 보완하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연구진의 마음과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졌지만 곳곳에서 아직 몸을 감춘 채 도사리고 있는 복병이 무수히 많을 것임을 실감하면서 각오를 더욱 다져야 했다.

■ 국방일보 원문 기사
국방일보 국산 무기체계 개발비화 

『철모에서 미사일까지』 제3화 「K9 155mm 자주포」
<9> 핵심 ‘무장’ 개발 처음부터 난관  2002년 10월 2일자



신인호 기자 < idmz@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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