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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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으면 컴퓨터의 성능도 뛰어나고 CAD 프로그램이나 분석 프로그램이 있어 간편하게 설계를 검토할 수 있겠지만 1989년의 연구 형편은 그렇지 못했다. IBM-XT라는 PC가 연구원 8명에게 한 대꼴로 처음 보급돼 보물 다루듯 했던 시절이었다.
연구진은 155mm/39구경장인 KH179 견인포에 쓰는 장약 중 가장 큰 M203A1 8호 장약(26lb)의 추진제(M30A1)를 사용, 포강 내 탄도 해석을 수행했다. 그 결과 M30A1 추진제를 33파운드(lb) 사용할 경우 초속 950m 정도의 포구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사격시 33lb의 이 추진제가 발생시키는 강내 압력이 설계의 기준이 된다.
그런데 이 결과는 연구진에 기대보다 실망을 안겨주었다. 강내 압력이 예상치를 훨씬 웃돌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최초 체계개념 형성 연구를 할 때 포신만을 설계 대상으로 고려했으나 이제는 이 강내 압력 기준에 따라 포미장치, 주퇴복좌기 및 장전장치 등 무장 전체를 새로 설계해야 하는 상황이 돼 버렸다. 어렵게 포신 설계 도면을 완성할 즈음 문제점에 또 직면하게 됐다. 제작과 관련, 한정된 예산·시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것이었다.
신자포의 포신 길이는 KH179에 비해 2m 가량 더 길다. 따라서 소재의 단조처리 시설, 열처리로 및 자긴 가공기 등 제작업체의 시설 보강이 선행돼야 했다. 포신용 소재를 생산하는 업체는 한 번에 3개의 포신을 제작할 수 있는 양의 소재를 만들어 내는데, 연구진에 할당된 예산은 한 개의 포신 재료비만 인정되었다. 더욱이 업체 시설 보강을 위해서는 약 15억 원이 필요했다.
포신 가공 또한 ‘말하기 어려운’ 어려움을 안고 있었다. 업체가 제작 가능한 포신은 당시 KH179용 6m 4cm 포신이 최대치였다. 따라서 기존 시설로 8m 6cm 짜리 포신 가공이 가능한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다.
“가공해 보면 될 것 아닌가.” 이렇게 간단하게 말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었다. 8m 포신 가공이 불가능하다면 설비를 서둘러야 했다. 연구진은 가공설비를 국내 업체에 공급한 해외 업체를 방문, 자문을 구했다. 해결책은 뜻밖에도 쉽게 구해졌다. 설계 엔지니어의 설명은 “약간만 보완하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연구진의 마음과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졌지만 곳곳에서 아직 몸을 감춘 채 도사리고 있는 복병이 무수히 많을 것임을 실감하면서 각오를 더욱 다져야 했다.
■ 국방일보 원문 기사
국방일보 국산 무기체계 개발비화
『철모에서 미사일까지』 제3화 「K9 155mm 자주포」
<9> 핵심 ‘무장’ 개발 처음부터 난관 2002년 10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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