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백과 R&D이야기 K9 자주포

[K9 6회] 40㎞급의 신형 자주포가 필요한 이유

신인호

입력 2022. 02. 24   17:35
업데이트 2022. 02. 24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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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과학연구소 화포체계실은 1989년 1월부터 자주포체계팀(팀장 안충호 책임연구원)과 자주포무장팀(팀장 홍석균 박사)을 편성하고 새로운 자주포, 즉 신형 155㎜ 자주곡사포(신자포) - 이 명칭은 98년까지 연구개발사업 이름으로 계속 사용됐다 - 에 대한 개념 형성 연구에 돌입했다.

K9 자주포를 개발하기 위한 개념 연구가 시작된 것으로, 자주포체계팀이 이때 세계적인 발전 추세와 러시아·중국·일본·북한 등 주변국의 자주포 및 한국 포병의 현황을 분석해 설정한 신형 자주포의 개발 방향은 구경 155㎜에 52구경장의 포신 채택, 사거리 40㎞ 및 최대 발사속도 분당 6발 달성, 관성항법장치 적용, 사격통제의 자동화를 통한 30초 내 초탄 발사, 톤(t)당 20마력 이상의 기동성·생존성 향상, 국내 독자개발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같은 40㎞급의 신형 자주포가 필요한 이유는 여러 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선 북한과 비교해 보면 화포의 경우 당시 북한은 아군에 비해 수적으로 5000문이나 더 많았고 그중 50%가 자주화 및 차량탑재용이어서 기동화가 용이했다. 아군으로서는 양적인 열세를 질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시급했다.

전술적 운용 면에서 볼 때 육군은 1988년 기본(Air-Land)전투개념을 우리 전장환경과 장차전의 양상 등 관련 영향요소를 고려, 공세적 전(全)전장 동시전투개념으로 정립했다. 특히 적지종심(20~40㎞)작전은 적 군단 제2 제대급의 증원 역량을 무력화해 근접작전의 확실한 승리를 보장하는 데 주안을 두었다.

포병은 이를 구현하기 위해 대(對)화력 전투에서 적 종심 지역을 타격하거나 적 2제대의 증원을 차단할 수 있는 사거리, 화생방전에서도 지속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생존성, 기동군단의 공세작전을 지원할 수 있는 기동력을 갖춘 무기체계를 필요로 했다.

실제로 팀스피리트 한·미 연합훈련 등을 통해 야전포병 지휘관들은 포병의 6대 목표인 포탄을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보다 멀리 많게 쏘아 보낼 수 있고, 보다 생존성 높게 빠르게 기동함으로써 사격 후 신속한 진지변환(Shoot & Scoot)이 가능한 자주포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그러면 155㎜/52구경장의 포신을 채택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이는 국제간 탄약 호환성을 고려한 것이었다. 미국·영국, 그리고 독일·이탈리아는 1987년 9월 탄도협정을 체결하면서 사거리 40㎞급의 자주포를 개발함에 있어 향후 10년간 155㎜/52구경장을 적용키로 결정했다. 따라서 신자포는 개발 초기부터 세계 정상 수준을 목표로 했을 뿐만 아니라 국제 탄도협정을 적용함으로써 해외 수출이 가능토록 고려했음을 알 수 있다.

해외 수출은 국내 독자개발이 전제된다. 선진 각국은 한국이 KH178과 KH179 곡사포의 독자개발에 성공하고 수출까지 하게 되자 경쟁 대상으로 인식, 자국의 방위산업 육성과 보호 차원에서 기술 이전을 제한하고 있었다. 더욱이 당시 육군에는 M109A2를 한국형으로 국내 생산한 K55(KM109A2)가 배치되고 있었기 때문에 신자포 개발 이후 기술 도용 등의 지적소유권 주장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 따라서 연구진은 K55보다 월등히 우수한, 완전히 새로운 자주포를 국내 독자개발함으로써 국내 획득과 수출시에 어떠한 제한도 받지 않도록 해야 했던 것이다.

1989년 초봄 연구진은 신자포의 개발계획안을 가지고 육군교육사령부에 소요를 제기해 줄 것을 제안했다. 당시 교육사의 포병무기체계 소요제기 담당관은 박영철 연구관(중령 예편)이었다. 그는 계획안을 유심히 읽더니 “바로 이겁니다”하면서 무릎을 탁 쳤다. ADD의 연구개발 능력에도 상당히 신뢰를 보여왔던 그는 “내 근무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포병 발전의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추진해 봅시다”라고 말했다.

신자포에 대한 육군교육사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교육사는 40㎞를 야포로 투발할 수 있다면 “이는 군단 화력으로서는 가장 경제적·효과적인 투발 수단이 될 것”이라며 심의를 거쳐 소요제안서를 육군본부에 제출했다.

■ 국방일보 원문 기사
『철모에서 미사일까지』제3화「K9 155mm 자주포」
<6> 신자포, 155mm 52구경장 포신 채택 2002년 9월 11일자

■ 해설
구경/구경장

구경((口徑 Caliber)에 대해 국방과학기술용어사전(국방기술진흥연구소)는 ‘포 혹은 총기 등의 총구의 지름 또는 사용되는 탄환의 지름’이라고 정의한다. 여기서 총포구의 지름이란 ‘강선등과 강선등 사이의 거리’를 측정한 값이다. 단위는 관습적으로 혹은 일반적으로 야드-파운드(yard-pound)법에 따라 미국과 영국이 inch로, 한국·독일·일본 등은 미터법에 따라 mm로 표기한다.

구경장(口徑長)은 ‘포신 길이와 포구 직경의 비율(포신 길이÷포구 직경)’을 말한다. 영어로는 구경과 동일하게 caliber로 쓰이는데 Caliber Length 또는 length of artillery barrel로 풀이된다. 즉, 캘리버란 구경의 크기는 물론 포신 구경과 길이의 비도 함께 의미하는 것이다.


총포류 책자들을 보면 대체로 구경 외에 구경장을 포함해 소개하는데, K9을 예로 들면 구경 155mm와 함께 52구경장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이를 155mm/52 또는 155mm/52구경장, 155mm/L52, 155mm L/52, 155mm/52(L) 등으로 표현하곤 한다. 구경장 ‘52’는 포 전체 길이를 구경 155mm로 나눈 값이므로 이를 구경에 곱하면 전체 길이가 나온다. 즉 8m 6cm가 K9 포열의 길이이다.

소화기에서 M2나 K6 같은 중기관총에 대해서는 구경 12.7mm 보다는 캘리버50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더 흔하다. 구경이 되는 12.7mm는 0.5인치인데 소수점을 부르지 않고 캘리버50이라고만 부른다. 이는 대부분의 소총 구경이 1인치 보다 작으므로 소수점 이하의 숫자만을 사용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또 쓸 때에는 cal. 50 또는 .50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K2 소총의 경우 구경 5.56mm이므로 이를 환산하면 0.22인치, 곧 캘리버22가 된다.

신인호 기자 < idmz@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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