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백과 R&D이야기 K9 자주포

[K9 5회] 세계적 추세 ‘화포 자동화 방안’ 연구

신인호

입력 2022. 02. 23   10:17
업데이트 2022. 02. 2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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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화포체계 방향·목표 연구 ‘적중’
자동장전·자동방열 실험모델 개발
육군, ADD의 K55 성능개량 제안을 ‘유보’


국방과학연구소 화포체계실 연구진은 1982년 말 KH179 155㎜ 곡사포의 개발 성공 후에도 이에 만족하지 않고 미래를 준비한다는 의지로 1983년부터 세계 화포발전추세에 발맞추는 기초연구에 착수하고 있었다.

문상규 화포체계실장(전 (주)풍산 고문)을 비롯한 홍석균 박사와 안충호 책임연구원 등의 연구진이 참여한 ‘화포 최적 설계 조건의 연구’라는 이름의 이 연구는 화포 분야의 핵심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겠다는 주목할 만한 연구활동으로서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K9자주포 개발의 씨앗’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진은 이때 외국의 수많은 최신 연구논문과 보고서 등을 수집해 종합·분석하면서 미래 전장환경에 따른 화포의 발전추세를 전망했다. 


즉 30~40㎞에 이르는 사거리 연장과 함께 작전개시 초기 급속사격(Burst Fire) 능력을 갖는 화포로서 10~15초에 3발의 화력을 집중할 수 있고, 또한 신속히 진지변환하는 ‘Shoot & Scoot’ 개념을 구현시킬 수 있는 자주포가 요구된다고 내다봤던 것이다.

특히 홍석균 박사는 1984년부터 15초 이내에 3발을 투발할 수 있도록 하는 탄과 장약의 자동장전 실험모델을 개발해 발사속도 증대 방안을 연구했으며, 안충호 책임연구원은 화포자동방열의 기본이 되는 수포(Level Vial)를 전기적 센서로 대체하는 실험모델을 개발하는 등 화포 자동화체계 방안을 연구했다.

“이 당시 연구를 통해 나온 연구 실험모델들은 애초 지금의 K9 자주포를 겨냥한 것이 아니었던 만큼 기구와 형상 면에서 많이 다르긴 합니다만 훗날 K9개발의 개념과 방향, 목표만은 그대로 적중됐어요. 새로운 화포개발을 위한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홍석균 박사)

한편 1980년대 후반 들어 선진국들은 국과연 연구진이 전망했던 바와 거의 일치하는 개념을 지닌 자주포를 앞다퉈 개발하고자 했다.

 1980~90년대 개발이 추진된 선진국의 주요 자주포.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M109A6, PzH2000, AS90, G6-52. ⓒ public domain.
1980~90년대 개발이 추진된 선진국의 주요 자주포.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M109A6, PzH2000, AS90, G6-52. ⓒ public domain.

영국은 독일·이탈리아와 공동으로 추진했던 SP70자주포가 실패하자 AS90자주포를, 독일은 PzH2000자주포 개발을 각각 추진 중이었고, 미국 역시 자주포 성능향상계획(Howitzer Improvement Program)을 수립해 M109A2 자주포를 현재의 사거리 30㎞ 급 M109A6 팔라딘으로 개량하는 사업과 더불어 45㎞ 급의 새롭고 획기적인 크루세이더 자주포 개발사업을 진행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ADD 연구진도 그동안의 연구성과와 자신감을 바탕으로 1987년 육군에 K55 자주포의 성능을 향상시키자는 방안을 제안했다. 한국적 여건에 적합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미국의 자주포 성능향상계획을 모델로 삼아 마련한 이 향상 방안은 30㎞용 포신과 45㎞용 포신을 동시에 개발해 사단용과 군단용으로 각각 운용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방안은 1988년 말 육군본부의 전투발전심의회에서 사실상 ‘불채택’이나 다름없는 ‘유보’ 판정을 받았다. K55(KM109A2)가 1985년부터 생산돼 야전에서 운용되고 있는 시점에서 성능향상 사업은 시기적으로 이르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결과는 다소 실망스러운 것이었지만 낙담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연구진으로 하여금 한걸음 더 나아가는 새로운 방향의 목표를 갖게 했다. 새로운 개념의 신형 155㎜ 자주포를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갖게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오늘의 결과로 볼 때 유보 결정은 잘된 일이었습니다. 연구진은 ‘그렇다면 신·자·포(신형 155㎜ 자주포)로 가겠다’며 개발 의지를 불태웠으니까요.” (안충호 책임연구원)

■ 국방일보 원문 기사
『철모에서 미사일까지』제3화「K9 155mm 자주포」
<5> 新자주포 개발의지 불태워 2002년 9월 4일자


신인호 기자 < idmz@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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