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이정하 시가 있는 풍경] 밥상

입력 2022. 01. 27   17:11
업데이트 2022. 01. 27   17:13
0 댓글

이정하 시인
이정하 시인


세상은

밥 힘으로 사는 게 아니라

너와 함께 밥을 먹기 위해

사는 것



밥상을 마주하고 앉으면

갓 지은 밥에서 뜨거운 김 피어오르듯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쳐

올라오는 게 그것



그래, 세상은 바로

그 힘으로 사는 거야



시 감상

흔한 말로,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고 하는데, 시인은 ‘너와 함께 밥을 먹기 위해’ 산다고 한다. 너와 ‘밥상을 마주하고 앉으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쳐/올라오는 게 그것’ ‘세상은 바로/그 힘으로 사는 거’라고 한다. ‘그것’이 무얼까? 독자의 몫이다. 사람은 마음속에 저마다의 양지를 만들고 가꾸며 살아가는 것이어서, 그것의 풍경과 질감은 서로 다른 개별성으로 아름답다.

시는 마음의 울림이다. 그 울림의 소리는 개별성과 보편성이 만나는 교차로에서 울리는 신호와 같다. 우리는 그 소리를 듣고 느끼며 함께 가기도 하고, 따로 가기도 한다. 함께 간다는 것은 개별성의 소리에 공감하고 공유한다는 것이어서 보편성으로의 확장을 의미한다. 시의 가치와 매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공감의 서정은 복잡하고 까칠하지 않다. 그것은 단순하며 진솔한 것으로, 기쁠 때 함께 웃고, 슬플 때 함께 우는 마음의 나누기다. 함께 웃을 수 있고, 함께 울 수 있는 사회는 건강하고 따사롭다. 시인이 꿈꾸는 세상이다. 아니 모두가 바라는 세상의 풍경은 아닐까? ‘너와 함께 밥을 먹기 위해’ ‘밥상을 마주하고 앉’아 있는 풍경. - 차용국 시인·문학평론가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