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명

오늘의 전체기사

2022.05.18 (수)

HOME > 국방 > 육군

[육군51보병사단] 귀 떨어질 듯한 추위보다 철통경계 눈빛 매서웠다

이원준 기사입력 2022. 01. 23   15:00 최종수정 2022. 01. 24   14:08

국방일보 기자가 간다 ① 육군51보병사단 육군경비정

국방일보 이원준(오른쪽) 기자가 지난 20일 육경정 전승 511호에서 기관총 사수와 세찬 바람을 맞으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조종원 기자

우리 군의 임무 수행 현장을 직접 체험해보는 ‘국방일보 기자가 간다’를 새롭게 연재합니다. 비록 짧은 시간을 동행하지만 전후방 곳곳에서 ‘국민의 군대’ 구현에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장병들의 노고를 생동감 있게 전달하려 합니다. 첫 번째 주인공은 ‘바다를 항해하는 육군’, 육군경비정(육경정)입니다. 글=이원준/사진=조종원 기자
푸른 바다 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이원준 기자와 장정훈 이병. K6 사수는 함정 가장 앞부분에서 임무를 수행한다.
연안 누비며 적 침투 색출 주요 임무
육경정을 체험하기 위해 찾은 지난 20일은 마침 1년 중 가장 추운 날이라는 대한(大寒)이었다. 경기도 화성시 전곡항에는 육군51보병사단 비봉여단 육경정 2척이 바지선에 결박돼 있었다.

육경정은 육군이 보유하고 있는 몇 종류 안되는 함정 중 하나다. 해군이 운용하는 150톤급 참수리 고속정(PKM)보다 크기가 훨씬 작다. 12.7㎜ K6 기관총과 7.62㎜ M60 기관총으로 무장한 육경정은 연안 지역에서 적 잠수함, 밀입국 선박, 수중 침투하는 적을 색출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이 외에도 부유물 탐색, 기타 병력·보급품 수송, 해상 조난 구조 임무를 병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드론을 활용한 무인도서 수색정찰 활동도 하고 있다. 육군 소속이지만, 땅이 아닌 연안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셈이다.

처음으로 육경정과 마주하니, 여느 항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소형 낚시어선이 떠올랐다. 전승 511호 도성원(상사) 정장은 육경정을 견학 오는 다른 장병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라며 미소 지었다. 그는 “전체 국군 장병 가운데 육경정을 운용하는 사람은 150여 명뿐”이라며 “견학 온 분들에게 우리 임무를 소개할 때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원준 기자가 육경정 출항 전 지도를 받으며 방현대를 붙잡고 있다.
저수심 운항 ‘OK’…자격증·교육은 필수
비봉여단은 육경정 운용부대 중 유일하게 바지선을 활용하고 있다.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 서해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바지선은 간조 때 바닥에 닿을 정도로 내려간다. 이로 인해 부대는 정기적으로 바지선에서 100m 떨어진 바다에 육경정을 옮겨 2~4시간씩 정박한다. 간조 시에도 상시 출동태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육경정은 작은 체구를 가진 덕분에 연안에서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을 흡수해 배출하는 ‘워터 제트(Water Jet)’ 방식이어서 저수심(최소 1.5m)에서 기동이 가능하고, 어망에 걸릴 염려가 없다.

도 정장은 “2017년 12월 인천 영흥도 낚시어선 전복 사고 당시 출동지시 3분 만에 전곡항에서 출항해 40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며 “안타깝게 생존자는 없었지만 제일 먼저 구조활동에 나선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요즘 같은 겨울에는 연안 바다가 얼기도 한다. 그래서 육경정은 이따금 출항해 항로개척을 하기도 한다. 함정에는 승조원 7~8명이 탑승한다. 정장을 중심으로 기관사, 부정장, 기관병, 전탐병, 기관총 사수 등이 있다. 어엿한 선박이기 때문에 육경정을 운용하는 간부들은 항해사를 비롯한 관련 자격증을 필수적으로 갖추고 있다. 채상훈 하사는 한강에서 고속단정(RIB)을 운용하다가 지금은 육경정 기관사를 맡고 있다.

그는 “한강에서 사람을 살리는 경험을 하며 보람을 느껴 육경정 특기를 지원했다”며 “지금은 인근 제부도 등 관광지를 찾는 시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우리 땅과 바다를 안전하게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육군과 해경 합동으로 실시한 근해 수색정찰 훈련 중 한 장병이 경계지원을 하고 있다.
차가운 바닷바람 맞으며 2시간씩 출동
부대는 이날 오후 해양경찰(해경)과 전곡항·제부도 일대에서 합동훈련을 했다. 육경정은 훈련이나 수색정찰을 위해 한 번 출항하면 보통 2시간가량을 바다에서 머무른다. 이날은 근해 수색정찰 훈련을 하며 해경과 호흡을 맞췄다. 상황이 발생하면 해경이 민간 선박을 검문·검색하고, 육경정은 그 주위를 경계하며 지원한다. 육경정과 해경은 이 훈련을 월 1회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출항을 위해 다른 승조원과 함께 전승 511호에 몸을 싣고, 신병이 오면 가장 먼저 배운다는 ‘방현재’ 붙잡기에 도전했다. 방현재는 입·출항 때 함정이 다른 배나 항구 접안 시설에 부딪혀서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한 장비다. 육지에 남은 장병들은 출항하는 육경정을 향해 “전승”을 외치며 경례했다. 육경정의 안전한 항해를 기원하는 의식은 해군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함정이 속도를 내자 차가운 바닷바람이 볼과 귀를 난타했다. 목도리나 귀마개 같은 방한용품을 왜 챙기지 않았을까 탓하며, 앞쪽으로 저벅저벅 힘들게 걸음을 옮겼다. 육경정 가장 앞에서는 K6 사수인 장정훈 이병이 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부대 전입 1개월 째라는 그는 춥지 않냐는 질문에 “영하 12도까지 떨어진 날 훈련했을 때 추위와 비교하면 오늘 날씨 정도는 괜찮다”고 씩씩하게 답했다. 그는 “어렸을 때 아버지와 낚시를 자주 다녀 바다와 섬을 좋아했고, 그래서 육경정 보직을 선택하게 됐다”며 “이제 군 생활 시작인데, 착실하게 근무하면서 체중도 감량해 씩씩한 얼굴로 부모님을 다시 뵙고 싶다”고 말했다.
전곡항 일대 연안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육경정 전승 511·512호 구성원이 힘차게 경례하고 있다.
‘소수 정예’…“철통 같은 해안경계” 다짐
육경정 구성원은 ‘소수 정예’를 자처한다. 색다른 곳에서 특수한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신식 생활관과 휴게 공간을 갖춘 육지 주둔지와 비교하면 바다 위는 좁고 열악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려운 환경에서도 성실하게 임무 수행을 하는 배경에는 육경정 일원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현역으로 복무하기 위해 안과 수술을 하고 입대했다는 김진혁 이병은 “경기도 화성에 살아 제부도와 전곡항에 자주 놀러 왔는데, 지금은 이곳을 지키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부정장 이지호 하사는 “육경정이 있는 해안은 대부분 격오지여서 출퇴근이나 이성 교제에 애로사항이 적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영토와 영해를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철통같이 해안경계를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원준 기자 < wonjun44@dema.mil.kr >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에 대한 의견 개 있습니다. 로그인 후에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