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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관계’ 속 우리가 해야 할 일

기사입력 2022. 01. 17   16:32 최종수정 2022. 01. 17   16:34


김 재 우 병장 육군35보병사단 백마여단

수많은 대한민국의 20대가 매주 군 복무를 하기 위해 육군훈련소, 또는 각 사단 신병교육대대에 입영한다. 지금까지 익숙했던 사람과 장소를 떠나 처음 보는 사람과 짧게는 1년 6개월을 함께 지내야 한다. 새로운 환경이나 사람과의 ‘낯선 관계’ 속에서 적응하는 단계를 누구나 거친다.

입대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복무 중인 부대·전우와 익숙해진 현역 용사들은 낯선 관계를 걱정하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복무 중인 용사들은 후임이라는 새로운 낯선 관계의 걱정을 시작한다. 나 역시 선·후임 사이, 간부님과 용사 사이 갈등으로 곤란해지는 일이 종종 있었다.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때면 힘들었고, 스트레스도 받았다. 나뿐만 아니라 군 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이 한 번씩은 겪는 일이다.

그러던 중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을 보며 한 가지 해결책을 얻었다. 드라마에 따르면 세손 시절 정조는 정치적인 입지가 불안했다. 할아버지 영조에 의해 아버지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사망한 ‘임오화변’ 여파였다. 정조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견고히 해줄 협력자를 찾았다. 의빈 성씨는 정조를 돕기 위해 영조의 계비 정순왕후를 찾아가 “정조의 협력자가 되어달라”고 요청한다. 권모술수가 일상인 궁궐에서 그 누구도 쉽게 믿을 수 없기에 정순왕후는 의빈 성씨를 떠보기로 한다.

“세손은 나를 얼마나 중히 여기는가?” 의빈 성씨는 “거울이옵니다. 거울은 모든 것을 똑같이 비추지요, 마치 그 거울처럼 마마께서 동궁(정조)을 중히 여기시는 만큼 동궁 역시 마마를 중히 여기옵니다. 마마께서 동궁에게 베풀어 주시는 자애만큼 동궁 또한 효심으로 마마를 받들 것이옵니다”라고 답했다. 이 말을 들은 정순왕후는 기꺼이 정조의 편이 돼준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확실치 않았던 정조와 정순왕후 관계는 내가 입대했을 때 전우들을 보며 느꼈던 ‘낯선 관계’와 닮았다. 나 역시 처음에는 마음을 열지 못했다. 모두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생각이 바뀌었다. 함께 훈련하고 생활하며 내가 마음을 연만큼 이들 역시 마음을 열었다. 처음 느낀 낯선 감정은 눈 녹듯 사라지고, 지금은 언제라도 서로를 돕고 의지할 수 있는 전우가 됐다.

위에서 언급한 드라마 대사처럼 어떠한 환경, 낯선 관계는 거울과 같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비롯된다. 걱정을 떨치고 싶다면,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야 한다.

대한민국의 많은 20대가 걱정하는 미지의 장소인 군대에 우리가 있다. 생각해보면 군대도 우리가 전역 후 생활할 사회의 일부이자 축소판이다. 입대를 앞두고 낯선 관계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은 본인에게 달려있다. 그들이 마음을 열고 전우를 의지하며, 어려움을 떨쳐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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