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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 병합·민스크 협정 극명한 인식 차로 불신 축적

기사입력 2022. 01. 14   15:12 최종수정 2022. 01. 14   15:32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 분석

미·EU, 크림 병합 불법 규정 경제 제재
나토 흑해 연합훈련도 러시아 자극 추정
외교적 해법 지지부진…침공 우려 지속
러, 베이징 올림픽 고려 위협 자제 전망
한반도 평화 위해 기민한 대응 지혜 필요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국과 러시아 간,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은 러시아와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역사의 기원이자 슬라브 공동체를 구성하는 핵심 국가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독립국가연합(CIS)을 탈퇴했으며, 나토·EU 가입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실현하고자 한다. 반면 러시아는 크림 병합 및 돈바스 내전을 활용해 우크라이나를 자국의 영향권에 두고자 한다. 러시아 입장에서 우크라이나는 나토의 확장을 저지하고, EU와의 경제 관계를 연결하는 전략적 공간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슬라브 공동체에서 적대관계로
우크라이나는 1991년 소비에트 연방 해체 이후 탄생한 신생 독립국가 중에서 러시아에 가장 중요한 의미가 있다. 러시아의 역사는 BC 882년 시작한 키예프 루시에 기원한다. 키예프 루시는 당시 드네프르강 인근에 거주하던 동슬라브 민족의 토착 그룹들이 통합하면서 성립됐다. 키예프 루시가 쇠퇴하면서 슬라브 공동체의 정치적 중심은 모스크바 공국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등 당시 주변국 확장에 위협을 느낀 키예프 공국은 1652년 러시아로의 자진 합병을 선택했다. 1922년 소비에트 연합이 창설되면서 우크라이나는 약 70여 년간 러시아 공화국 영향권에 놓이게 됐다.

우크라이나 전체 인구 4200만 명 중 러시아계는 약 700만 명이며, 러시아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계는 약 2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우크라이나의 대외 교역에서 러시아는 주요 교역국에 속한다. 크림 병합에 따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이 격화된 시기에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최대 교역국 위상을 유지했다. 1783년부터 크림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흑해함대는 흑해 지역은 물론 중동·지중해에 대한 전략균형을 추구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상호 의존의 관행과 유사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에 러시아의 정치 엘리트들에게 우크라이나는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민족으로 인식된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러시아의 크림 병합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가 시행되고, 흑해 등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서 나토와 러시아의 군사 활동이 증가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수도 키예프의 마이단 시위, 러시아의 크림 병합, 그리고 돈바스 지역의 분리주의 내전이라는 세 가지 사건을 의미한다. 마이단 시위는 친러 정책 성향의 야누코비치 정부가 EU와의 경제협력을 중단하자 발생한 반정부 시민운동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러시아의 크림 병합과 돈바스 내전 요인이 됐다.

미국·EU 등 서방은 러시아의 크림 병합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시행하고 있다. 돈바스 지역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유럽안보협력기구 중재 아래 2014년 ‘민스크 협정’이 체결됐지만,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정부군의 대립은 지속하는 상황이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국과 러시아 간, 러시아와 나토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2일 나토·러시아위원회 회의에 미국을 포함한 나토 30개 회원국 대사와 러시아 고위 관리들이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과 미·러 갈등 격화
최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 간 갈등의 근본적인 요인은 크림 병합의 정당성과 민스크 협정 이행에 대한 책임 공방에서 출발한다. 2021년 6월 러시아군은 흑해 인근에서 자국의 영해를 침범한 영국 군함을 상대로 전술조치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영국은 러시아의 크림 병합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항행의 자유가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러시아는 영국 군함이 자국의 영해를 침범한 것이며, 이와 유사한 서방의 군사활동을 나토의 확장으로 인식한다.

서방은 민스크 협정이 이행되지 않는 배경으로 우크라이나 반군에 대한 러시아의 관여를 의심한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민스크 협정을 위반해 러시아계 주민을 위협하는 등 국경 지역의 안정을 훼손한다고 주장한다. 2021년 3월경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정부군 간 교전에서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면서 돈바스 상황이 악화했다. 당시 러시아는 전 군관구를 대상으로 대규모 대비태세 검열을 시행하며 서부지역의 우발상황에 대응했다. 또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서부 및 남부군관구는 일부 병력과 장비를 국경 지역에 주둔시켜 돈바스 지역 상황 악화에 대비했다.

미국과 나토 등 서방은 국경 지역에 배치된 러시아군의 주둔 목적을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위한 의도로 평가하면서 군사적 대응을 강화했다. 나토는 2021년에 러시아와 인접한 흑해 및 우크라이나, 발틱 지역에서 ‘스테드패스트 디펜더(Steadfast Defender)’ ‘시 브리즈(Sea Breeze)’ 훈련을 했다. 나토는 연합훈련으로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배치된 러시아군을 압박하고, 돈바스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적 관여를 차단하고자 했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제기된 배경에는 같은 해 10월부터 나토가 흑해 일대에서 실시한 비계획 연합훈련이 러시아를 자극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흑해 일대에서 실시된 나토와 미군의 연합훈련은 엄중한 도전이라고 평가했고, 외무부는 도발로 규정했다.

러시아는 후속조치로 같은 해 11월 나토 주재 러시아 대표부 활동을 중단했으며, 모스크바 주재 나토 대표부 활동도 중지시켰다. 결과적으로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남부 및 서부군관구 일대에 러시아 병력이 집결하면서 우크라이나와 EU를 중심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크림 병합과 민스크 협정 이행을 두고 서방과 러시아 간 극명한 인식 차이는 상호 간 불신으로 축적됐으며, 양보 없는 대립이 현재의 상황을 초래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향후 전망과 한국 안보에 대한 시사점
러시아는 작년 12월 나토의 확대 금지 및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절차 중단을 포함한 안전보장에 관한 요구사항을 미국에 전달하면서 외교적 해법을 통한 사태 해결에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미국과 러시아 간 전략대화, 러시아-나토 간 위원회, 그리고 러시아-유럽안보협력기구 간 연쇄회담이 큰 성과 없이 종료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러시아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지원하기 위해 당분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자제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베이징 올림픽 이후 러시아가 과거와 유사한 방법으로 전군의 대비태세를 격상할 경우 서방과 러시아의 군사적 갈등은 재연될 것이다.

여기에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하고, 인도·태평양 전략에 관여를 확대해 나가는 독일·프랑스·영국 등 유럽 주요국의 관심이 아태지역으로 쏠리면서 글로벌 전략경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동맹에 기반한 우리의 안보환경은 글로벌 전략경쟁의 심화에 따라 필연적으로 동맹의 연루에 따른 리스크와 마주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에 치명적인 마찰요소이다. 이런 점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글로벌 전략환경 변화에 민감성을 유지하고, 기민하게 대응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실현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그 어느 때보다 전략적 사고와 균형 있는 시각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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