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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궁’ 적을 향한 바다의 활이 되다

입력 2021. 12. 24   16:07
업데이트 2021. 12. 24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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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준 소령(진) 
해군1함대 대구함
성 준 소령(진) 해군1함대 대구함



지난여름 나는 대구함(FFG-818) 전투체계관으로 부임했다. 전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해궁(海弓)’이라는 무기체계를 전력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부임과 동시에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매일같이 함정 무기체계를 공부했고, ‘해궁’을 어떻게 도입할지를 고민했다.

해궁은 함정을 위협하는 적의 유도탄과 항공기를 요격하는 정밀유도무기다. 신형 호위함 등에 탑재될 해궁은 다변하는 해상환경에서 효과적인 운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또 한국형 수직발사대(KVLS)를 채택해 함정 기동, 표적 위치와 무관하게 전방위 동시 교전이 가능하다.

나는 이런 우수한 무기체계의 품질인증 사격시험 주무를 맡았다는 데 무한한 영광을 느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책임감도 컸다. 품질인증 사격시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싶었고,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했다.

어느덧 겨울로 접어들며 품질인증 사격시험이라는 대업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마침내 해궁이 대구함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되는 순간을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철저한 준비 과정에 시간이 흘렀고, 숨이 막힐 듯한 긴장감 속에 사격시험이 시작됐다. 발사를 위한 준비는 모두 마쳤고, 초읽기에 들어가자 함정 안은 일순간 조용해졌다. 유도탄이 표적으로 날아가는 동안 1초가 1시간처럼 느껴졌다. 숨죽인 가운데 사통사의 “명중”이라는 말 한마디에 관계자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뻐했고, 나 역시 감정이 벅차올랐다.

대구함 승조원들이 흘린 땀과 머리를 싸맸던 시간이 만들어낸 노력의 결실이었다. 누군가는 어두운 전투지휘실에 앉아 밤새 콘솔 화면을 보며 최선의 발사 방법을 찾았다. 누군가는 기름때를 묻혀가며 엔진을 정비했다. 누군가는 최적의 침로로 기동하기 위해 함교에서 조함을 했다. 사격시험 협의체 요원들은 밤새 격납고에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절차서를 검토하고 또 검토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비로소 국내 기술로 개발된 해궁이 명중한 것이다. 어느 한 명이 잘해서가 아닌 팀워크로 하나 돼 일궈낸 결과였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이런 첨단무기체계를 수입에 의존했다. 하지만 이제는 해궁이라는 또 하나의 무기체계를 국내 기술로 개발하고, 정상 도입해 군사 강국의 면모를 보여주게 됐다.

날로 복잡해지는 전장 환경에서 대한민국은 해군에 더욱 다양하고 강력한 무기체계를 요구할 것이다. 이러한 요구에 발맞춰 우리 기술로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전력화하는 데 작게나마 도움이 됐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성공적인 사격시험에 도움을 준 모든 분께 이 글을 빌려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하고 싶다. 우리 대구함 총원은 앞으로도 해군 발전을 위해 맡은 임무를 완수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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