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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어둠은 아군이다

입력 2021. 12. 23   16:30
업데이트 2021. 12. 2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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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야간투시경

빛 증폭 기술 발달·경량화로 보급 확산
디지털 시대 열영상 기술 새로운 계기
간편하게 헬멧 탈부착 보병 기본장비화

‘스플린터 셀’ 잠입 위주 작전 상시 착용
‘모던 워페어…’ 불꺼진 아파트 침투 미션
‘썬더 티어 원’ 드론에 나이트비전 기능

전장에서 밤은 고된 전투의 휴식시간이면서 동시에 역습의 시간이기도 했다. 모든 시야가 제한되는 어두운 밤은 환한 낮과 달리 정상적인 전투가 불가능했기에 교전 양측 모두 휴식과 재정비로 다음 날의 전투를 대비해야 했지만, 시계 제한과 휴식이라는 상황을 약점으로 노려 기습하는 이른바 야습의 상황으로 전황을 뒤집는 계기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어둠이 내린 전장은 현대전에 이르러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다. 발전한 기술은 이 어둠을 교전 양측에게 공평한 전장이 아닌, 일방적으로 유리한 전장으로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어둠을 아군으로 만드는 기계, 야간투시경이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제한된 시야 상황을 아군 우위로 만들다
보병 전투가 소총 중심의 사격전으로 재편된 현대전에서 밤의 시야 제한은 사격의 정확도를 무용지물에 가깝게 만드는 환경 요인이 됐다. 기초군사훈련에 포함된 야간사격을 경험해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어둠 속의 사격이 얼마나 낮은 명중률을 보여주는지 겪어보았을 것이다.

야간투시경은 이런 어둠을 적에게만 강요하고 아군에게서는 제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처음 시도되었다.

2차대전 무렵부터 시도된 야간투시경 기술은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의 바깥 범위인 적외선을 증폭하는 방식에서 비롯됐다. 적외선 혹은 인간의 눈으로는 판별이 불가능한 아주 작은 광량의 가시광선을 별도의 장비를 활용해 증폭시켜 이를 영상화해 보여주는 방식은 초창기에는 아주 유용한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야간투시경이 아예 없는 적에 비해서는 압도적인 시야 우위를 제공해 주었기에 각광받았다.

이후 기술 발전에 힘입어 야간투시경은 본격적으로 수만 배에 이르는 빛 증폭을 이뤄낼 수 있게 되었다. 별도의 적외선 발사기가 없어도 밤 환경에 이미 존재하는 아주 희미한 빛을 강력하게 증폭시킬 수 있게 되면서 야간투시경은 개인이 좀더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는 개인장비로 도입되기 시작했고, 경량화를 거치면서 헬멧이나 무기 등에 부착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수만 배 이상의 빛 증폭 기술이 도입되면서 야간투시경은 어둠 속에서도 놀라운 수준의 식별력을 보이며 본격적으로 군사장비에 채택됐지만, 완전히 밀폐된 실내처럼 희미한 빛조차도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는 증폭할 빛 자체가 없어 여전히 작동이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이런 점은 이후 열영상 기술의 발전을 통해 극복되기 시작한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야간 시야 확보에서 좀 더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내는데, 60∼70년대부터 이루어진 본격적인 열영상 기술이 그것이었다. 디지털카메라의 등장, 발전과 유사한 기술의 궤적에 함께하며 야간투시경은 원적외선에 기반한 열을 감지하고 이를 영상화해 디지털 스크린으로 투사하는 새로운 방식의 시대를 맞이했다.

열영상 기술과 결합한 야간투시경은 소형화를 통해 보병 헬멧에 간단하게 탈부착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간편화되며 개인전투장비의 주요 품목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가격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주로 특수작전부대 등의 고효율 전투 상황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지만, 선진국을 중심으로 야간투시경은 점차 보병 기본장비로 퍼져나가는 추세다. 신에 의해 멈추어야 했던 야간 전투 상황에서 적보다 한발 더 앞서나갈 수 있는 중요한 장비는 곧 전장에서의 직접적 우세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녹색 시야로 상징…최근에는 다른 방식도
많은 밀리터리 기반 게임들은 일반적인 전장보다 더욱 현장감 있는 스펙터클을 보여주기 위해 갖은 연출을 동원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야간이라는 제한된 전투상황이 언제나 존재한다. 적과 아군의 구별뿐 아니라 아예 존재 자체를 식별하기 어려운 심야에서 야간투시경을 통해 밝혀지는 시야는 게임 플레이어 입장에서 매우 새로운 스펙터클이기에 크게 환영받는다. 야간투시경 특유의 밝게 빛나는 녹색 영상은 수많은 밀리터리 게임의 연출을 통해 해당 장비를 써 보지 않은 이들에게도 익숙한 무언가가 되었다.

‘스플린터 셀’ 시리즈의 주인공은 항상 3안 야간투시경을 트레이드마크처럼 착용하고 다닌다.  필자 제공
‘스플린터 셀’ 시리즈의 주인공은 항상 3안 야간투시경을 트레이드마크처럼 착용하고 다닌다. 필자 제공
21세기의 문을 열며 시작한 밀리터리 잠입 액션 게임 ‘스플린터 셀’ 시리즈는 야간투시경이라는 무기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임이다. 주인공인 샘 피셔 대령이 상징처럼 녹색으로 빛나는 야간투시경을 장비하고 등장하기 때문이다.

잠입 액션 게임 ‘메탈기어’ 시리즈의 라이벌로도 거론되는 ‘스플린터 셀’ 시리즈는 어둠에 숨어 잠입하는 플레이가 주를 이룬다. 빛으로 시야가 만들어지지 않는 구석과 어두운 곳을 활용해 주인공이 움직이다 보니, 야간투시경이 일상적으로 활용돼 주인공을 상징하는 장비가 항상 머리에 장착된 모습을 보게 된다.

‘모던 워페어 리부트’의 대청소 미션은 심야의 불꺼진 아파트로 침투하는 SAS 대원들의 활약을 다룬다. 열영상 적외선이 포함된 최신 야간투시경의 시야를 재현한 화면연출이 돋보인다.   필자 제공
‘모던 워페어 리부트’의 대청소 미션은 심야의 불꺼진 아파트로 침투하는 SAS 대원들의 활약을 다룬다. 열영상 적외선이 포함된 최신 야간투시경의 시야를 재현한 화면연출이 돋보인다. 필자 제공
특수부대 작전을 중심으로 그려지는 전통 있는 밀리터리 액션 게임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시리즈에서도 야간투시경은 현대 특수작전의 핵심을 드러내는 아이템으로 등장한다. 특히 게임 내 많은 에피소드가 실제 진행된 현대 특수부대의 유명 작전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경우가 많고, 상당수의 은밀 작전이 야간에 진행된 바 있다 보니 야간투시경 화면의 활용이 적지 않게 등장한다.

가장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장면은 ‘모던 워페어: 리부트’에서 명장면으로 회자된 ‘대청소’ 미션이다. 런던의 아파트 안에 은신한 테러범들을 제압하기 위해 투입된 SAS 팀의 임무를 다루는 이 미션은 좁은 아파트로 심야에 진입하는 특수부대원의 상황을 잘 구현해 냈다는 평가를 받는데, 임무시간이 밤이다 보니 실질적으로 작전 중 펼쳐지는 거의 모든 시야가 1인칭 야간투시경으로 나타난다. 현대전의 최신장비다 보니 녹색 시야가 아니라 최첨단 열영상 장비의 흑백에 가까운 화면으로 야간투시 상황이 묘사된다.

‘썬더 티어 원’은 탑뷰 형식의 게임이지만 야간투시경을 착용하면 전통의 녹색 시야로 야간 화면을 사용해 침투할 수 있다.   필자 제공
‘썬더 티어 원’은 탑뷰 형식의 게임이지만 야간투시경을 착용하면 전통의 녹색 시야로 야간 화면을 사용해 침투할 수 있다. 필자 제공
2021년 12월에 발매된 최신작인 국산 탑뷰 밀리터리 분대전술 게임인 ‘썬더 티어 원’에서도 야간투시장비의 활약이 나타난다. 1·3인칭이 아닌 공중에서 내려다보는 시야를 통해 진행되는 게임이지만, 야간침투 시에는 시야가 크게 제한되며 별도의 광원이 없을 때는 출격 전 헬멧 부가장비로 야간투시경을 장착하면 녹색으로 표시되는 야간투시 화면을 통해 플레이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작전투입 시 지속적으로 활용되는 드론에서의 영상 또한 나이트비전 기능이 포함돼 있어, 설정을 켜면 열영상 장비를 기반으로 한 투시화면을 통해 작전 수행 시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이경혁 게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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