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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야! 괜찮니…

입력 2021. 12. 21   17:12
업데이트 2021. 12. 2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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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로 다가온 우주전쟁

지난 7월 25일 러시아 전파 교란으로 위성 탐지 능력 마비
“러시아 영공 통과하는 인공위성 언제든 무력화 가능”
11월엔 자국 위성에 요격미사일…잔해 1500개 이상 발생
미국 국무부 “ISS 우주비행사 긴급 대피…심각한 문제”
주도권 쥔 미국·서방세계에 러시아·중국 도전 만만찮아

사진 제공=미 국방성 홈페이지(www.defense.gov/)
사진 제공=미 국방성 홈페이지(www.defense.gov/)

미국과 중국, 러시아는 물론 영국과 일본 등 우주 공간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강대국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최근에는 단순한 패권 경쟁을 넘어 실제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지고 있으며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강대국 간의 대규모 물리적 충돌, 즉 우주전쟁이 벌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예측을 하고 있다. 우주 공간에서의 주도권을 두고 점점 고조되고 있는 강대국들의 우주전쟁에 대한 흥미로운 내용을 소개한다. 글=계동혁 전사연구가


최근 러시아는 유럽우주국(ESA)의 인공위성을 강력한 전파신호로 교란한 것은 물론 위성요격 시험 과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파편으로 미국과 서방세계의 인공위성 운영에 큰 혼란을 초래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세계가 일제히 러시아를 비난하고 나섰지만 정작 러시아의 군사적 도발에 대한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의 달착륙 이후 지금까지 강대국 간의 우주 경쟁은 상대방보다 더 많은 숫자의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에 먼저 진입시켜 더 많은 숫자의 궤도를 선점하는, 비교적 온건한 형태로 전개돼왔다. 물론 적국의 인공위성을 요격하기 위한 킬러위성도 다수 배치됐지만, 지금까지 킬러위성이 공격 임무를 수행한 사례는 (공식적으로)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앞으로 강대국 간의 우주 경쟁은 실제 물리력을 동원한 우주전쟁으로 격화될 위험이 점점 더 고조되고 있다. 특히 유럽우주국(European Space Agency·ESA)의 센티넬-1(Sentinel-1) 영상레이더(Synthetic Aperture Radar·SAR) 위성에 대한 러시아의 전파 교란은 본격적인 우주전쟁의 전초전(前哨戰)으로 평가되고 있다. 러시아 과학자들이 관련 증거를 공개하기 전까지 (공식적으로는) 아무도 러시아의 전파 교란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6월, 러시아 북서부의 플레세츠크 발사대에서 그로나스(GLONASS) 위성을 탑재한 소유즈-2.1b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사진=러시아 국방부
지난 2018년 6월, 러시아 북서부의 플레세츠크 발사대에서 그로나스(GLONASS) 위성을 탑재한 소유즈-2.1b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사진=러시아 국방부

러시아의 새로운 위성요격무기?
지난 7월 25일, 다수의 러시아 언론은 ESA의 센티널-1 위성이 우크라이나 인근 로스토프 온 돈(Rostov-on-Don) 남부지역을 스캔하던 중 반복적으로 전자전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러시아는 인공위성을 활용한 서방세계의 첩보 활동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물론 정보수집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왔다. 하지만 여러 정보를 교차 검증한 결과 이번 ESA의 센티널-1 위성에 대한 러시아의 전파 교란은 지금까지와는 비교 불가능한, 가장 강력하고 독특한 형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시적으로 위성의 탐지 능력을 마비시켰기 때문이다.

국적을 초월한 집단지성을 추구하는 트위터 OSINT(Open Source INTelligence·공개출처정보)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5.405Ghz 대역의 새로운 위성교란 전자전 시스템을 시험하고 있으며 구체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데 의견을 일치했다. 이제 러시아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러시아 영공을 통과하는 서방세계 인공위성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전파 교란이 일어난 우크라이나 인근 로스토브 온 돈 남부지역은 최근 러시아군의 대규모 이동과 재배치로 인해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지역이다.

이 때문에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본격적인 군사행동에 앞서 인공위성을 활용한 서방세계의 조기경보 및 감시체계를 무력화하려는 단계적 도발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 역시 “이번 시험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 대규모 군사력을 투입하고 미국과 러시아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영국은 부족한 예산과 우주전쟁 능력을 미국과의 동맹을 통해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사진은 미래 우주전쟁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영국공군이 만든 이미지다. 사진=영국공군(www.raf.mod.uk/)
영국은 부족한 예산과 우주전쟁 능력을 미국과의 동맹을 통해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사진은 미래 우주전쟁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영국공군이 만든 이미지다. 사진=영국공군(www.raf.mod.uk/)

논란 중인 러시아의 위성요격 시험
미국 우주 전문 매체 스페이스뉴스(SpaceNews, https://spacenews.com)는 러시아가 (현지 시각 기준) 지난 11월 14일 밤에서 15일 새벽 사이 ‘코스모스-1408’로 추정되는 자국 위성에 ‘위성 요격 미사일(Anti-SATellite weapon·ASAT)’을 발사해 파괴했다고 보도했다. 이 인공위성은 지난 1982년에 발사된 이후 수년 전 가동을 멈추기 전까지 서방세계의 각종 정보를 수집한 첩보 위성으로 마지막 관측 당시 지상 약 485㎞ 궤도를 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위성요격 시험 직후 미국 국무부는 러시아의 우주 무기 시험 과정에서 발생한 잔해 때문에 지상 420㎞ 궤도를 돌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우주비행사들이 긴급히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의 ASAT 시험 과정에서 추적 가능한 잔해만 1500개 이상이 발생했고 이것은 (우주 공간의 평화적 이용과 안전을 저해하는) 심각한 문제다. 그동안 우주 공간의 무기화에 반대한다는 러시아의 주장은 위선이었다”라고 비난했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도 같은 날 트위터를 통해 “파괴적인 위성 미사일 시험은 우주 공간의 질서와 안전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미국과 영국의 고위 관료들이 외교적으로 허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러시아의 위험하고 무책임한 행동을 규탄한 것. 하지만 위성 요격 무기 체계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들이 본격적인 우주전쟁을 대비해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대표적인 우주 무기다. 그런데도 미국과 영국 등 서방세계 국가들이 러시아의 이번 신무기 시험을 규탄하고 있는 이유는 우주 잔해(Space Debris)로 인해 자칫 잘못하면 수십 년에 걸쳐 구축한 위성 체계가 단 한순간에 마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주 잔해의 위험성
실제로 지난 1980년 발사된 태양 관측 위성인 솔라맥스가 발사 2개월 만에 지구 궤도를 초당 수㎞의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다니는 우주 잔해와 충돌해 모든 기능이 정지됐다. 문제는 1984년, 우주왕복선 챌린저(임무STS-41-C)가 산탄총에 맞은 것처럼 150개 이상의 구멍이 뚫린 솔라맥스를 회수한 후에야 정확한 원인을 파악했다는 것이다. 지난 1995년에는 프랑스의 첩보용 인공위성이 잔해의 직격으로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으며 이후 우주 잔해로 인한 사고는 점점 더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15년 1월 4일에는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위성 3호가 지난 2009년 미국과 러시아의 위성 충돌로 발생한 잔해와 충돌할 뻔하기도 했다. 다행히 잔해의 궤도가 틀어져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우주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며 언제든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더 심각한 상황은 잔해들이 인공위성 등과 연쇄적으로 서로 충돌해 그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지구 궤도를 완전히 마비시킬 수도 있는 케슬러 신드롬(Kessler syndrome 또는 Kessler effect)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각각의 파편들도 치명적이지만 이러한 파편들이 한데 뭉쳐 파편 구름(debris cloud)을 형성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공기 저항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 이런 파편 구름은 총알보다 7~8배 빠른 초속 7㎞ 이상의 속도로 움직이며 진행 경로상의 모든 것을 꿰뚫어 버리기 때문이다. 케슬러 신드롬은 지난 1978년 NASA 소속의 과학자, 도널드 케슬러 박사(Donald J. Kessler)가 주장한 우주 재난이며 영화 그래비티나 애니메이션 월-E, 문라이트 마일, 플라네테스 같은 공상과학 장르의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서 그 위험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미군은 태평양 상공에서 버진 오비트의 747 로켓 운반 항공기를 활용해 4대의 군용위성을 성공적으로 궤도에 진입시키는데 성공했다.  사진=버진 오버비트 홈페이지
미군은 태평양 상공에서 버진 오비트의 747 로켓 운반 항공기를 활용해 4대의 군용위성을 성공적으로 궤도에 진입시키는데 성공했다. 사진=버진 오버비트 홈페이지

점점 더 강조되는 인공위성의 중요성
유니언 오브 컨서너드 사이언티스트(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의 위성 데이터베이스와 우주 발사 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지구 궤도에는 약 2200개 이상의 위성이 있으며 이중 절반 이상은 미국 정부와 연구기관, 민간 기업 소속 위성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약 1000개의 미국 국적 위성 중 군사위성의 숫자는 단 189개뿐이지만, 미국이 전 세계를 손바닥 보듯 감시하며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는데 전혀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편 지구 주변을 촘촘하게 둘러싸고 있는 나머지 약 800개의 민간위성과 다양한 관련 서비스 덕분에 인류는 전례 없는 기술적 혜택을 누리고 있다.

한편 러시아는 160개 이상의 위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 군용 우주체의 숫자는 100개로 51개의 통신위성과 16개의 지구관측위성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중국은 320개의 위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 군용 우주체의 숫자는 약 105개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의 경우 지구관측위성의 숫자가 미국, 중국 그리고 유럽보다 작다는 특징이 있으며 실제로 미국은 지구관측위성 56개와 통신위성 49개를, 중국은 57개의 지구관측위성과 단 3개의 통신위성을 보유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중국의 경우 상업용 통신 그리고 지구관측 위성도 언제든 군사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러시아 과학자들과 언론이 공개한 유럽우주국(ESA)의 센티널-1 레이더 영상위성에 대한 러시아의 전파교란 증거 자료들. 러시아 과학자들은 러시아 정부의 군사적 실험이 인류발전을 위한 국제협력 및 우주 공간의 평화적 활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사진=@Putin is a Virus
러시아 과학자들과 언론이 공개한 유럽우주국(ESA)의 센티널-1 레이더 영상위성에 대한 러시아의 전파교란 증거 자료들. 러시아 과학자들은 러시아 정부의 군사적 실험이 인류발전을 위한 국제협력 및 우주 공간의 평화적 활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사진=@Putin is a Virus

미래 전쟁은 우주에서 시작된다?
사실 과거 냉전 시대부터 미국과 소련은 다양한 형태의 위성요격무기들을 시험했다. 그러나 시험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파편이 인공위성은 물론 우주비행사들의 생명에 위협이 된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으며 1980년 중단됐다. 그러나 우주 경쟁이 격화되면서 2000년대 이후 러시아와 중국은 자국의 우주 패권을 최우선으로, 위성요격 무기 개발과 시험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러시아의 ASAT 발사 시험은 지난해에만 세 차례, 올해도 지난 4월 이미 한차례 시험을 진행했으며 중국은 지난 2007년 위성요격 시험 과정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파편 구름을 발생시키기도 했다. 지난 2019년 4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의해 미국 우주군(nited States Space Force)이 새로 창설되면서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우주 경쟁은 점점 더 격화되는 모양새다.

아직은 우주에서의 주도권을 미국과 서방세계가 쥐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도전 역시 만만치 않다. 특히 러시아와 중국이 우주 공간에서 본격적으로 물리적 행사를 시작하면서 미국과 서방세계 역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문제는 우주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의 군사적 도발에 미국과 서방세계가 대응할 경우 자칫 대규모 우주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세계 각국은 우주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무기와 자산을 확보하고 우주 공간에서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제 우주전쟁은 상상 속 이야기가 아닌 눈앞의 현실이며 가까운 미래에 벌어질 세계대전은 지상이 아닌 우주에서 처음 시작될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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