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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명이 장교의 길…가계도가 자랑스럽다

조수연

입력 2021. 12. 20   17:36
업데이트 2021. 12. 2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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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병역명문가’ 최원일 가문과 형제들


1대 최원일 옹 포함 5형제 장교 복무
아들 은석 씨 부친 뜻 따라 ROTC 임관
한집에 소위·중위·대위 함께 살기도

‘병역명문가’는 병무청이 2004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 1대부터 3대까지 모두 현역복무 등을 성실히 마친 가문을 대상으로 선정한다.사진은 최원일 씨 가문이 2019년 수상한 병역명문가 패.
‘병역명문가’는 병무청이 2004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 1대부터 3대까지 모두 현역복무 등을 성실히 마친 가문을 대상으로 선정한다.사진은 최원일 씨 가문이 2019년 수상한 병역명문가 패.


군대에서 보내는 시간은 누군가에겐 사회 진출을 늦추는 장애물로 치부되기도 한다. 특히 취업난이 극심한 요즘, 일반 병사보다 복무 기간이 긴 장교로 임관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려 11명의 가족·친척이 장교의 길을 걸은 ‘병역명문가’의 사연이 알려져 귀감이 되고 있다. 갑종장교, 3사관학교, 학사, 학군(ROTC), 육군·공군사관학교, 국군간호사관학교 등 출신은 달라도 장교로 복무했다는 자부심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하나다. 아버지·삼촌의 뒤를 이어 장교로 복무하면서 리더십, 조직 관리, 인간관계 요령 등을 모두 배웠다는 그들은 현재 사회에서 또는 군에서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ROTC중앙회에서 만난 최은석(학군 22기) 씨와 그의 숙부 최원구(3사 14기) 씨는 가계도를 그리며 ‘가문의 영광’을 소개했다. 글·사진=조수연 기자

장교의 길 걷게 한 갑종장교 아버지
이들 병역명문가 구성원의 연령대는 29세부터 84세까지 다양하다. 평범한 집안에서 ‘장교 11명 배출’이라는 신화를 쓴 데는 1대 최원일(갑종 156기·중령 전역) 옹의 공이 컸다. 최옹은 8남 중 첫째다. 최옹을 포함해 5형제가 장교로 복무했다. 최옹과 형제, 그의 아들·배우자를 합해 11명이 장교로 복무했거나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옹의 나라 사랑은 외동아들 최은석 씨가 장교로 임관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최옹은 이날 화상통화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외동아들에게 ROTC 임관을 권한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6·25전쟁을 겪은 제 입장에서는 장교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게 국민으로서 도리라는 생각에 하나뿐인 아들이지만 강력하게 (장교 임관을) 권했죠. 지금까지 저와 동생 가족에서 11명이나 장교로 임관했습니다. 국가에 대한 충성, 군 복무에 대한 인식이 예전 같지는 않지만, 아들과 동생들이 군에 적극적인 덕분에 집안에 장교 출신이 많아 자부심을 느낍니다.”


‘한 지붕 세 장교’ 최원구 씨
최은석 씨의 숙부 최원구 씨는 32년의 군 생활을 마치고 2007년 중령으로 전역한 뒤 최근까지 대기업 비상계획관으로 근무했다. 현역 시절에는 그의 동생 최원백·최원만 씨가 줄줄이 학사장교로 임관하면서 소위·중위·대위가 한집에 사는 흔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동생들은 장교 경력을 바탕으로 교직에 진출해 현재까지 교편을 잡고 있다.

“군 출신이 우애도 끈끈합니다. 뚜렷한 정체성과 전우애를 한 번 경험해보고 나니 내가 경험한 좋은 것들을 동생들도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적극 추천했습니다.”

은퇴한 후에도 군 생활에 대한 자부심은 여전하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모두 군대를 가야 하는데, 첫 사회생활을 장교로 경험한다는 건 아무나 누릴 수 없는 특별한 경험입니다.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해도 남한테 손가락질 받지 않게 잘 살았다는 자부심이 큽니다.”

“장교생활은 삶의 전부” 최은석 씨
최은석 씨는 학군장교 출신으로 1986년 첫 직장에 입사해 35년 동안 증권가에서 일했다. 고려증권, 현대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차증권 등을 거쳐 최근 은퇴한 금융 전문가다. 그는 학군장교 생활은 군 복무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며 인생을 바꿔놨다고 말했다.

“ROTC는 제 인생입니다. 삶의 모든 부분이 결부돼 있으니까요. 솔직히 처음 아버지께서 장교 임관을 권하셨을 땐 썩 내키지 않았지만, 현재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지금의 인생은 모두 ROTC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일, 가족, 또 은퇴 후 삶까지 ROTC가 좋은 인연을 많이 가져다줬습니다.”

기업에서 각계각층 사람을 만나온 그는 장교생활이 성공적인 사회생활의 첫 단추라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장교 지원을 좀 적게 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쉽지 않은 길인 것만은 분명하죠. 장교는 남들보다 복무 기간이 길지만 그 나이대에 조직을 이끌어보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최근까지 회사 고위직으로 근무하면서 장교 시절 경험 덕을 톡톡히 봤다는 그는 “윗사람이라고 무조건 따르는 게 아니라 공감하고 감정적인 부분을 보듬는 역량이 필요한데, 이건 책으로 보고 배워서 알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개개인의 성향을 존중하면서도 공통된 가치를 추구하고 따라갈 수 있게 하는 요령, 이것을 장교 시절 다 배웠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최승룡 육군소령·심정민 공군대위
현역으로 국가안보 수호에 일조하는 가족 구성원도 있다. 최원일 옹의 조카인 육군수도방위사령부 최승룡(육사 57기) 소령과 그의 아내 조해진(국간사 41기) 소령, 최은석 씨 고모의 아들인 공군10전투비행단 심정민(공사 64기) 대위다. 최 소령은 4학년 생도 당시 간호사관학교를 방문했을 때 아내를 만났고, 임관 이후 화촉을 밝혀 부부 장교가 됐다.

최 소령은 “집안 대대로, 구성원 대부분이 장교이다 보니 행사에 참석을 못해도 이해해주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고생한다고 격려해 주셔서 항상 감사하다”며 “자랑스러운 ‘병역 명문가’에 부끄럽지 않게 국가안보 수호와 국민의 군대 구현에 이바지하는 장교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수연 기자 < jawsoo@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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