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문헌 - M. Macander. “How to Dissent Without Losing Your career, or Your Republic.” W
①특정 세력 편들지 않는 정치적 중립성 ②감정적이지 않은 객관성
③조직 아닌 개인 향한 공격 지양 ④정치적 결정 존중 ‘문민 지배’ 원칙
리지웨이 장군, ‘조직적으로’ 반대해 군 지휘부 설득…모범 사례 평가
셸러 중령이 페이스북에 공개한 2분19초의 동영상에서 그는 군 수뇌부는 치명적인 아프간 철수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경멸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군 수뇌부에게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기 위해 17년간의 군 경력을 포기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진은 동영상 캡쳐. 필자 제공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를 완료한 지난 8월 31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격납고에 아프간 공군이 운용하던 A-29 공격기가 남아 있다.
연합뉴스
최근 미국에서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군인들이 보직 해임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헤이그(D. Hague) 육군중령이 백신 의무접종을 거부하면서 사임서를 제출했는데, 이를 ‘비윤리적이고 부도덕한 독재적 발상’이라고 혹독하게 비난했다. 그는 한 발짝 더 나아가 바이든 행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반역적’ 결정이라고 몰아붙였다. 이는 한 달 전에 발생한 셸러(S. Scheller) 해병대중령의 비디오 사건과 연결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셸러는 군복을 입고 촬영한 비디오에서 아프간 철수를 결정한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군 지휘부를 경멸적으로 비판했다. 특히 카불 공항에서 발생한 자살테러로 13명의 군인이 죽은 데 대해 책임질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욕설까지 간간이 들어간 비디오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포되었다. 현재 그는 명령 불복종과 상관 모욕죄 등의 혐의로 군사재판을 받는 상태다.
반대가 허용되는 4가지 기준
논란의 핵심은 정부 결정이나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을 때 군인들은 어떻게 반대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특히 잘못된 군사정책은 장병들의 목숨과 국가이익을 위기에 빠트리기 때문에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 군인의 본분이라는 전통적 규범이 도전받게 마련이다.
맥캔더의 글은 셸러의 경우를 다룬다. 그는 똑같이 군 지휘부를 비난하는 글을 발표했지만, 문책은커녕 진급까지 했던 잉글링(P. Yingling) 사례와 셸러의 경우를 비교한다.
이 비교를 통해 어떻게 반대를 표하는 것이 ‘허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4가지 실천적인 지혜를 제시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는 것이다. 군인이 군사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국가에 충성하고 국가이익을 위해 헌신한다는 복무원칙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따라서 특정 정당이나 세력을 편향적으로 편들거나 비난해서는 정치적 중립성 원칙이 흔들리게 된다. 셸러는 아프간 전쟁의 실패를 바이든 행정부의 철수 결정으로 몰아가면서 균형감을 상실했다고 지적한다.
이는 두 번째 기준인 전문가로서의 객관성을 지키는 것과 연결된다. 어떤 주장도 감정적이거나 경멸적으로 표현될 경우 설득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자신의 논지를 객관적 분석으로 전개해야 하며, 가능한 한 중립적인 전문가의 검토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나 글을 올릴 수 있는 소셜미디어보다는 보다 권위 있는 매체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세 번째는 가능한 한 개인적 공격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의 목적은 정책이나 조직을 바꾸는 것이다. 그런 정책과 조직을 책임지는 사람이 있지만, 그들을 직접적인 공개 목표로 삼는 것은 초점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잉글링의 글은 ‘장군단의 집단적 무능과 보신주의’를 비난하지만, 셸러와 같이 특정 개인에 대한 경멸을 담지 않았다. 궁극적인 목표가 정책이나 조직이라면 여기에 집중하는 것이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건설적 비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정부 정책에 관련한 비판일수록 ‘문민 지배’의 원칙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에 대한 반대는 본질적으로 정치적 결정에 대한 반대이기 때문에 문민 지배 원칙과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원칙을 존중하지만, 더 큰 국가이익과 장병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충성스러운’ 반대 의견을 낼 수밖에 없다는 점이 분명히 천명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2006년 ‘장군들의 반란’
이러한 실천적 지혜가 도움이 되겠지만, 본질적으로 ‘군사와 정치의 분리’라는 전통적 규범으로 인해 현역이든 예비역이든 정부 정책에 대한 발언은 논란이 되기 마련이다. 최근 발생한 사례가 2006년에 발생한 소위 ‘장군들의 반란’이다. 6명의 예비역 장성들이 개별적인 언론 기고나 인터뷰를 통해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정책을 비판하면서 럼즈펠드 국방부 장관을 해임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빙클리 박사는 이러한 현상이 민·군 관계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했다. 이라크와 아프간에서의 실패가 상당 부분 잘못된 정치적 결정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군사 전문가인 고위 장군들이 ‘두려움 없이’ 자신들의 의견을 정책결정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사실 군사와 정치의 분리는 이러한 분리를 통해 군사적 자율성을 구가할 수 있었던 19세기적 발상이다. 현실적으로 전쟁을 수행하는 데 있어 정치와 군사를 분리할 수 없다. 대반란전일수록 정치적 요소가 중요한 만큼 ‘비군사적’ 고려가 중요하다.
리지웨이가 보여준 반대의 방식
문제는 제도적 틀 내에서 얼마나 강력하고도 효과적인 반대를 제기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리지웨이(M. Ridgeway) 장군은 반대에 관한 한 가장 존경받는 군인이다. 크레인 박사는 리지웨이가 보여주었던 ‘집요한 반대’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잘 보여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리지웨이는 자신의 공수사단을 로마에 투입하라는 상부의 명령에 받았다. 그가 보기에 거의 자살공격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한편으로는 작전 준비를 진행시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줄기차게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직속상관은 말할 것도 없고, 작전을 결정한 최고지휘관까지 찾아가서 왜 그 작전이 불가한지를 설득했다. 결국 현장 조사를 거치면서 작전은 취소되었고, 수많은 장병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아이젠하워 행정부에서 육군참모총장을 지냈지만, 핵전력에 기반한 뉴룩 전략이나 공군력에 의한 베트남 개입을 ‘조직적으로’ 반대했다. 다른 참모총장이나 군 지휘부를 설득하여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 이들이 단결하여 반대하니, 대통령이라도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다. 결국, 그는 예상보다 일찍 교체되었지만, 조직 내에서 어떻게 반대해야 하는지 가장 모범적으로 보여준 장군으로 기억되고 있다.
군대에도 반대가 필요하다. 생산적인 반대는 조직을 건강하게 만든다. 군대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모든 반대는 국가와 조직의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바로 진정성의 문제다. 반대에서 있어 정치적 중립성이 강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인적인 이익이나 당파적 입장에서 반대나 비판이 이루어질 경우, 그러한 주장은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신의 반대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할 수 없다면, 반대의 진실성은 약화하기 마련이다. 리지웨이의 반대가 빛나는 것도, 침묵으로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했던 이들과 달랐기 때문이다.
필자 최영진 중앙대 교수는 교수신문 편집주간을 지냈고, 현재 육군·지작사·특전사 발전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저서는 『정신전력기본교재』(공저), 『전쟁이라는 세계』 등이 있다.
참고문헌 - M. Macander. “How to Dissent Without Losing Your career, or Your Republic.” W
①특정 세력 편들지 않는 정치적 중립성 ②감정적이지 않은 객관성
③조직 아닌 개인 향한 공격 지양 ④정치적 결정 존중 ‘문민 지배’ 원칙
리지웨이 장군, ‘조직적으로’ 반대해 군 지휘부 설득…모범 사례 평가
셸러 중령이 페이스북에 공개한 2분19초의 동영상에서 그는 군 수뇌부는 치명적인 아프간 철수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경멸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그는 “군 수뇌부에게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기 위해 17년간의 군 경력을 포기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진은 동영상 캡쳐. 필자 제공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를 완료한 지난 8월 31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격납고에 아프간 공군이 운용하던 A-29 공격기가 남아 있다.
연합뉴스
최근 미국에서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군인들이 보직 해임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헤이그(D. Hague) 육군중령이 백신 의무접종을 거부하면서 사임서를 제출했는데, 이를 ‘비윤리적이고 부도덕한 독재적 발상’이라고 혹독하게 비난했다. 그는 한 발짝 더 나아가 바이든 행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철수를 ‘반역적’ 결정이라고 몰아붙였다. 이는 한 달 전에 발생한 셸러(S. Scheller) 해병대중령의 비디오 사건과 연결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셸러는 군복을 입고 촬영한 비디오에서 아프간 철수를 결정한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군 지휘부를 경멸적으로 비판했다. 특히 카불 공항에서 발생한 자살테러로 13명의 군인이 죽은 데 대해 책임질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욕설까지 간간이 들어간 비디오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포되었다. 현재 그는 명령 불복종과 상관 모욕죄 등의 혐의로 군사재판을 받는 상태다.
반대가 허용되는 4가지 기준
논란의 핵심은 정부 결정이나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을 때 군인들은 어떻게 반대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특히 잘못된 군사정책은 장병들의 목숨과 국가이익을 위기에 빠트리기 때문에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 군인의 본분이라는 전통적 규범이 도전받게 마련이다.
맥캔더의 글은 셸러의 경우를 다룬다. 그는 똑같이 군 지휘부를 비난하는 글을 발표했지만, 문책은커녕 진급까지 했던 잉글링(P. Yingling) 사례와 셸러의 경우를 비교한다.
이 비교를 통해 어떻게 반대를 표하는 것이 ‘허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4가지 실천적인 지혜를 제시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는 것이다. 군인이 군사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국가에 충성하고 국가이익을 위해 헌신한다는 복무원칙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따라서 특정 정당이나 세력을 편향적으로 편들거나 비난해서는 정치적 중립성 원칙이 흔들리게 된다. 셸러는 아프간 전쟁의 실패를 바이든 행정부의 철수 결정으로 몰아가면서 균형감을 상실했다고 지적한다.
이는 두 번째 기준인 전문가로서의 객관성을 지키는 것과 연결된다. 어떤 주장도 감정적이거나 경멸적으로 표현될 경우 설득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자신의 논지를 객관적 분석으로 전개해야 하며, 가능한 한 중립적인 전문가의 검토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나 글을 올릴 수 있는 소셜미디어보다는 보다 권위 있는 매체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세 번째는 가능한 한 개인적 공격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의 목적은 정책이나 조직을 바꾸는 것이다. 그런 정책과 조직을 책임지는 사람이 있지만, 그들을 직접적인 공개 목표로 삼는 것은 초점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잉글링의 글은 ‘장군단의 집단적 무능과 보신주의’를 비난하지만, 셸러와 같이 특정 개인에 대한 경멸을 담지 않았다. 궁극적인 목표가 정책이나 조직이라면 여기에 집중하는 것이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건설적 비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정부 정책에 관련한 비판일수록 ‘문민 지배’의 원칙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에 대한 반대는 본질적으로 정치적 결정에 대한 반대이기 때문에 문민 지배 원칙과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원칙을 존중하지만, 더 큰 국가이익과 장병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충성스러운’ 반대 의견을 낼 수밖에 없다는 점이 분명히 천명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2006년 ‘장군들의 반란’
이러한 실천적 지혜가 도움이 되겠지만, 본질적으로 ‘군사와 정치의 분리’라는 전통적 규범으로 인해 현역이든 예비역이든 정부 정책에 대한 발언은 논란이 되기 마련이다. 최근 발생한 사례가 2006년에 발생한 소위 ‘장군들의 반란’이다. 6명의 예비역 장성들이 개별적인 언론 기고나 인터뷰를 통해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정책을 비판하면서 럼즈펠드 국방부 장관을 해임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빙클리 박사는 이러한 현상이 민·군 관계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했다. 이라크와 아프간에서의 실패가 상당 부분 잘못된 정치적 결정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군사 전문가인 고위 장군들이 ‘두려움 없이’ 자신들의 의견을 정책결정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사실 군사와 정치의 분리는 이러한 분리를 통해 군사적 자율성을 구가할 수 있었던 19세기적 발상이다. 현실적으로 전쟁을 수행하는 데 있어 정치와 군사를 분리할 수 없다. 대반란전일수록 정치적 요소가 중요한 만큼 ‘비군사적’ 고려가 중요하다.
리지웨이가 보여준 반대의 방식
문제는 제도적 틀 내에서 얼마나 강력하고도 효과적인 반대를 제기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리지웨이(M. Ridgeway) 장군은 반대에 관한 한 가장 존경받는 군인이다. 크레인 박사는 리지웨이가 보여주었던 ‘집요한 반대’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잘 보여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리지웨이는 자신의 공수사단을 로마에 투입하라는 상부의 명령에 받았다. 그가 보기에 거의 자살공격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한편으로는 작전 준비를 진행시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줄기차게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직속상관은 말할 것도 없고, 작전을 결정한 최고지휘관까지 찾아가서 왜 그 작전이 불가한지를 설득했다. 결국 현장 조사를 거치면서 작전은 취소되었고, 수많은 장병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아이젠하워 행정부에서 육군참모총장을 지냈지만, 핵전력에 기반한 뉴룩 전략이나 공군력에 의한 베트남 개입을 ‘조직적으로’ 반대했다. 다른 참모총장이나 군 지휘부를 설득하여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다. 이들이 단결하여 반대하니, 대통령이라도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다. 결국, 그는 예상보다 일찍 교체되었지만, 조직 내에서 어떻게 반대해야 하는지 가장 모범적으로 보여준 장군으로 기억되고 있다.
군대에도 반대가 필요하다. 생산적인 반대는 조직을 건강하게 만든다. 군대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모든 반대는 국가와 조직의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바로 진정성의 문제다. 반대에서 있어 정치적 중립성이 강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인적인 이익이나 당파적 입장에서 반대나 비판이 이루어질 경우, 그러한 주장은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신의 반대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할 수 없다면, 반대의 진실성은 약화하기 마련이다. 리지웨이의 반대가 빛나는 것도, 침묵으로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했던 이들과 달랐기 때문이다.
필자 최영진 중앙대 교수는 교수신문 편집주간을 지냈고, 현재 육군·지작사·특전사 발전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저서는 『정신전력기본교재』(공저), 『전쟁이라는 세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