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EDT 위협 극복: NATO의 새로운 파괴적 기술과 한국의 기회
KIMS Periscope 258호(한국해양전략연구소 발행)
그래픽 = NATO 『Science & Technology Trends 2020-2040』 표지
지난 15년 동안 지정학과 패권경쟁이 부활했으며, 그에 따라 기술적으로 발전한 국가들 사이의 충돌이 발생할 위험도 생겼다. 러시아가 2008년과 2014년에 이웃국가들을 상대로 군사력을 사용함에 따라, 유럽 내 전쟁의 공포가 되살아났다. 극초음속 미사일 같은 러시아의 첨단기술 무기 시스템은 나토의 안보에 큰 위협이 된다. 또한, 사이버 공간에서의 다양한 공격 및 허위정보 작전 같은 소위 ‘하이브리드’ 전략을 러시아가 사용함에 따라, 동맹국들의 기술 수준을 서로 비슷하게 맞춰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이런 점에서 러시아는 나토가 소위 EDT(Emerging and Disruptive Technologies: 새로운 파괴적 기술)에 초점을 맞추게 하는 원인이 되었지만, 중국 역시 또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했으며 러시아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했을 수도 있다. 점점 더 뚜렷해지는 중국의 독단적인 부상은 많은 형태로 나타났다.
나토에서는 중국이 생산한 기술을 사용하는 것과 관련된 위험이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주제 중 하나였다. 2019년 초, 중국의 5세대(5G) 이동통신망을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서 동맹국들 사이에 열띤 공개 논쟁이 벌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한 대중국 접근법을 채택함에 따라, 미국은 중국 회사들을 5G 개발계획에서 배제할 것을 동맹국들에게 요청했다.
나토의 EDT
나토 과학기술기구(Science and Technology Organization: STO)는 다음과 같이 7개의 핵심 EDT를 식별한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율성(autonomy) [기술], 우주기술, 초음속 기술, 양자 기술, 생명공학 및 인간 증강(human enhancement), 그리고 신재료. 또한, 5G가 별개의 EDT로 언급되기도 한다. EDT는 2개의 그룹으로 분류된다.
전술한 목록의 처음 5개는 ‘성격상 매우 파괴적인(predominately disruptive in nature)’ 기술로 간주된다. 이 기술들은 일정 기간 동안 존재해 왔으며, 현재 우리가 보는 것은 기술의 성숙이 유발하는 파괴적 영향이다. 5G를 별도의 EDT로 간주할 경우, 5G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 반대로, 목록의 마지막 3개는 새로운 기술로 분류된다. 기술 개발이 막 시작되었으므로 ‘그 파괴적 성격이 군사 역량에서 제대로 체감되려면’ 꽤 많은 시간(10~20년)이 흘러야 한다.
EDT는 2019년 10월에 열린 국방장관 회의에서 처음으로 나토의 주요 주제 중 하나가 되었다. 장관들은 이 문제에 관한 동맹의 야망을 제시하는 『새로운 파괴적 기술 로드맵(Emerging and Disruptive Technologies Roadmap)』을 승인했다. 이후 2019년 12월 런던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도 승인되었다는 점은 이 로드맵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이 로드맵에 이어, ‘육성 및 보호: 새로운 파괴적 기술에 관한 나토의 일관된 이행전략(Foster and Protect: NATO’s Coherent Implementation Strategy on Emerging and Disruptive Technologies)’이라는 전략도 국장장관 회의에서 채택되었다. 이 전략은 ‘나토의 EDT 채택 및 적응’을 안내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2가지에 주로 초점을 맞춘다: 동맹의 우위를 강화하는 [...] 민군겸용 기술의 개발을 장려하면서, 위협으로부터의 보호에 도움이 되는 우수사례를 동맹국들이 교환할 수 있는 포럼을 창조한다.
2021년 7월에 열린 브뤼셀 정상회의에서, 동맹국 지도자들은 민군(civil-military) ‘DIANA(Defence Innovation Accelerator for the North Atlantic: 북대서양 국방 혁신 엑셀러레이터)’를 창조하는 전략의 실행을 진전시켰다. DIANA의 목표는 ‘나토 동맹국들 간 기술협력을 촉진하고, 상호운용성을 증진하며, 우리의 군사적 필요를 해결하는 기술해법의 개발 및 채택을 장려’하는 것이다. 또한, 나토 지도자들은 ‘동맹의 안보에 중요한 영역에서 민군겸용의 새로운 파괴적 기술 분야 스타트업들을 지원하는’ 나토 혁신기금(NATO Innovation Fund)을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2021년 10월에는 17개 동맹국이 이 기금 설립을 위해 힘을 합쳤다.
또한, 사무총장은 2022년 6월 29~30일에 열릴 마드리드 정상회의에서 새로운 ‘나토 전략개념(Strategic Concept for NATO)’이 승인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자신의 사업 의제에 EDT를 포함시켰다. 다시 말해, EDT에 관한 나토의 사업은 지난 20년 동안 진행되었을 뿐만 아니라, 나토의 다음 전략개념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며, 그 결과로 동맹의 향후 사업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나토 파트너들의 기회 - 한국
지난달 30일 라트비아 리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외무장관 회의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 나토 홈페이지
지금까지 나토의 EDT 사업은 동맹국들 사이 협력 강화 프레임워크 구축에 주로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EDT가 나토와 몇몇 파트너들이 새롭게 협력할 수 있는 중요한 분야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실제로, 2021년 NATO 의회연맹이 출간한 보고서는 나토와 아태지역 파트너들 간의 과학기술 협력 강화를 촉구한다. 특히, 이 보고서는 일본 및 한국과의 협력 강화를 촉구한다. 그 주된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일반적인 이유는, 아태지역 4개 주요 파트너(호주, 일본, 뉴질랜드, 한국)와의 관계 강화가 중국의 부상에 대한 나토의 대응이었기 때문이다. 나토의 주된 동기 중 하나는, 중국의 급격하고 독단적인 부상에 대처하기 위해 공유할 만한 소중한 경험을 이 4개의 파트너가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일본과 한국이 EDT 분야에서 특히 흥미로운 파트너인 구체적인 이유는, 두 나라가 기술 분야의 세계적인 선두주자이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기술 및 혁신 관련 몇 가지 국제 순위표를 언급함으로써 이러한 점을 강조한다. 모든 순위표에서 한국이 일본을 능가하기는 하지만, 기술 분야에서 양국이 나토에 많은 것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나토 과학기술기구의 연구는 OECD 수치들을 언급하면서 양국(특히 한국)이 국방기술 분야의 매력적인 파트너임을 지적한다. 정부 재원으로 수행되는 한국의 국방 연구와 개발은 2019년 OECD 국가들 중 2번째로 규모가 컸다. 유일하게 미국에만 뒤쳐졌을 뿐이다.
정부 재원에 의한 연구가 파트너로서 한국의 매력도에 기여하기는 하지만, 한국의 주된 강점은 상업기술 분야에 있다. 세계적인 추세와 같이, 한국이 ‘아시아의 호랑이(Asian Tiger)’ 중 하나로 부상하는 과정도 상업기업들이 주도했다. 삼성, LG, SK 하이닉스와 같은 기업들은 EDT 개발을 주도하는 산업에서 전 세계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과 나토의 관계는 지금까지 일본만큼 밀접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도 그렇고 기술분야에서도 그렇다. 2018년 5월 일본은 나토에 외교 대표부를 설치했으며, 나토 과학기술기구의 이른바 ‘향상된 기회 파트너(Enhanced Opportunity Partners)’ 4개국 중 하나이다. 한국은 별도의 나토 대표부가 없으며, ‘향상된 기회 파트너’도 아니다.
지금까지 한국과 나토 사이의 관계가 부족했던 이유가 무엇이든, EDT 분야에서 한국이 나토와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는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기회 중 하나는 상업적 기회이고, 안보 분야에서도 기회가 존재할 수 있다.
상업적 잠재력은 매우 명백하다. 나토와의 기술 협력을 발전시키는 데 참여하면, 한국 및 한국의 기술 기업들에 최소 2가지 유형 이상의 상업적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첫째, 나토 및 파트너 국가들이 가장 많이 원하는 안보·국방 관련 기술에 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이는 한국 회사들이 접촉하는 나토 잠재 고객들의 필요를 충족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둘째, 역으로 나토의 기술 허브가 기존 한국 제품을 잠재 고객에게 소개하는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다.
셋째, 한국 회사들이 나토 혁신기금 이용이라는 잠재적 편익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너무 높은 기대를 가져서는 안 될 것이다. 기술 투자 프로그램 내에서 나토가 공동기금을 재원으로 사용하는 부분이 작기 때문이다. 연구·개발 재원 중 가장 큰 부분은 국가 예산에서 조달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대부분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나토 국가들 역시 자체적인 국가 기술산업을 개발하는 쪽을 선호한다.
나토와의 두 번째 협력 기회는 안보 [협력]이라 칭할 수 있다. 즉, 나토가 경험 및 우수사례의 공유에 있어서, 그리고 EDT로부터 발생하는 도전과제에 대처하기 위한 공동 접근법과 표준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일종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이다. 회복력과 첨단기술 보호에 역점을 두는 나토 접근법에서 한국이 무언가를 배울 수도 있다. 또한, 좋든 싫든, 새롭고 더 경쟁적인 국제 환경이 조성되면 첨단기술의 연구, 개발, 생산 및 사용에 관해서도 새로이 고려하게 된다. 게다가, 한국은 중국과 미국 사이 경쟁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라는’ 압력을 이미 어느 정도 받고 있다. 나토와의 기술협력에 참여하면,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진 유럽 및 북미 국가들과의 대화를 통해 한국의 정책을 미세조정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 필자
Paal Sigurd Hilde 노르웨이 국방대 부교수
Paal Sigurd Hilde 박사는 노르웨이 국방대 국방연구소의 부교수이며 주 연구분야는 대서양 연안 국가들의 관계와 NATO의 발전이다.
* 본 내용은 필자 개인의 견해이며 한국해양전략연구소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 이 글은 국방일보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Periscope] 미래 EDT 위협 극복: NATO의 새로운 파괴적 기술과 한국의 기회
김한나
입력
2021.
12.
16
14:52
업데이트
2021.
12.
20
06:57
미래 EDT 위협 극복: NATO의 새로운 파괴적 기술과 한국의 기회
KIMS Periscope 258호(한국해양전략연구소 발행)
그래픽 = NATO 『Science & Technology Trends 2020-2040』 표지
지난 15년 동안 지정학과 패권경쟁이 부활했으며, 그에 따라 기술적으로 발전한 국가들 사이의 충돌이 발생할 위험도 생겼다. 러시아가 2008년과 2014년에 이웃국가들을 상대로 군사력을 사용함에 따라, 유럽 내 전쟁의 공포가 되살아났다. 극초음속 미사일 같은 러시아의 첨단기술 무기 시스템은 나토의 안보에 큰 위협이 된다. 또한, 사이버 공간에서의 다양한 공격 및 허위정보 작전 같은 소위 ‘하이브리드’ 전략을 러시아가 사용함에 따라, 동맹국들의 기술 수준을 서로 비슷하게 맞춰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이런 점에서 러시아는 나토가 소위 EDT(Emerging and Disruptive Technologies: 새로운 파괴적 기술)에 초점을 맞추게 하는 원인이 되었지만, 중국 역시 또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했으며 러시아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했을 수도 있다. 점점 더 뚜렷해지는 중국의 독단적인 부상은 많은 형태로 나타났다.
나토에서는 중국이 생산한 기술을 사용하는 것과 관련된 위험이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주제 중 하나였다. 2019년 초, 중국의 5세대(5G) 이동통신망을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서 동맹국들 사이에 열띤 공개 논쟁이 벌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한 대중국 접근법을 채택함에 따라, 미국은 중국 회사들을 5G 개발계획에서 배제할 것을 동맹국들에게 요청했다.
나토의 EDT
나토 과학기술기구(Science and Technology Organization: STO)는 다음과 같이 7개의 핵심 EDT를 식별한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자율성(autonomy) [기술], 우주기술, 초음속 기술, 양자 기술, 생명공학 및 인간 증강(human enhancement), 그리고 신재료. 또한, 5G가 별개의 EDT로 언급되기도 한다. EDT는 2개의 그룹으로 분류된다.
전술한 목록의 처음 5개는 ‘성격상 매우 파괴적인(predominately disruptive in nature)’ 기술로 간주된다. 이 기술들은 일정 기간 동안 존재해 왔으며, 현재 우리가 보는 것은 기술의 성숙이 유발하는 파괴적 영향이다. 5G를 별도의 EDT로 간주할 경우, 5G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 반대로, 목록의 마지막 3개는 새로운 기술로 분류된다. 기술 개발이 막 시작되었으므로 ‘그 파괴적 성격이 군사 역량에서 제대로 체감되려면’ 꽤 많은 시간(10~20년)이 흘러야 한다.
EDT는 2019년 10월에 열린 국방장관 회의에서 처음으로 나토의 주요 주제 중 하나가 되었다. 장관들은 이 문제에 관한 동맹의 야망을 제시하는 『새로운 파괴적 기술 로드맵(Emerging and Disruptive Technologies Roadmap)』을 승인했다. 이후 2019년 12월 런던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도 승인되었다는 점은 이 로드맵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이 로드맵에 이어, ‘육성 및 보호: 새로운 파괴적 기술에 관한 나토의 일관된 이행전략(Foster and Protect: NATO’s Coherent Implementation Strategy on Emerging and Disruptive Technologies)’이라는 전략도 국장장관 회의에서 채택되었다. 이 전략은 ‘나토의 EDT 채택 및 적응’을 안내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2가지에 주로 초점을 맞춘다: 동맹의 우위를 강화하는 [...] 민군겸용 기술의 개발을 장려하면서, 위협으로부터의 보호에 도움이 되는 우수사례를 동맹국들이 교환할 수 있는 포럼을 창조한다.
2021년 7월에 열린 브뤼셀 정상회의에서, 동맹국 지도자들은 민군(civil-military) ‘DIANA(Defence Innovation Accelerator for the North Atlantic: 북대서양 국방 혁신 엑셀러레이터)’를 창조하는 전략의 실행을 진전시켰다. DIANA의 목표는 ‘나토 동맹국들 간 기술협력을 촉진하고, 상호운용성을 증진하며, 우리의 군사적 필요를 해결하는 기술해법의 개발 및 채택을 장려’하는 것이다. 또한, 나토 지도자들은 ‘동맹의 안보에 중요한 영역에서 민군겸용의 새로운 파괴적 기술 분야 스타트업들을 지원하는’ 나토 혁신기금(NATO Innovation Fund)을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2021년 10월에는 17개 동맹국이 이 기금 설립을 위해 힘을 합쳤다.
또한, 사무총장은 2022년 6월 29~30일에 열릴 마드리드 정상회의에서 새로운 ‘나토 전략개념(Strategic Concept for NATO)’이 승인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자신의 사업 의제에 EDT를 포함시켰다. 다시 말해, EDT에 관한 나토의 사업은 지난 20년 동안 진행되었을 뿐만 아니라, 나토의 다음 전략개념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며, 그 결과로 동맹의 향후 사업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나토 파트너들의 기회 - 한국
지난달 30일 라트비아 리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외무장관 회의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 나토 홈페이지
지금까지 나토의 EDT 사업은 동맹국들 사이 협력 강화 프레임워크 구축에 주로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EDT가 나토와 몇몇 파트너들이 새롭게 협력할 수 있는 중요한 분야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실제로, 2021년 NATO 의회연맹이 출간한 보고서는 나토와 아태지역 파트너들 간의 과학기술 협력 강화를 촉구한다. 특히, 이 보고서는 일본 및 한국과의 협력 강화를 촉구한다. 그 주된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일반적인 이유는, 아태지역 4개 주요 파트너(호주, 일본, 뉴질랜드, 한국)와의 관계 강화가 중국의 부상에 대한 나토의 대응이었기 때문이다. 나토의 주된 동기 중 하나는, 중국의 급격하고 독단적인 부상에 대처하기 위해 공유할 만한 소중한 경험을 이 4개의 파트너가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일본과 한국이 EDT 분야에서 특히 흥미로운 파트너인 구체적인 이유는, 두 나라가 기술 분야의 세계적인 선두주자이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기술 및 혁신 관련 몇 가지 국제 순위표를 언급함으로써 이러한 점을 강조한다. 모든 순위표에서 한국이 일본을 능가하기는 하지만, 기술 분야에서 양국이 나토에 많은 것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나토 과학기술기구의 연구는 OECD 수치들을 언급하면서 양국(특히 한국)이 국방기술 분야의 매력적인 파트너임을 지적한다. 정부 재원으로 수행되는 한국의 국방 연구와 개발은 2019년 OECD 국가들 중 2번째로 규모가 컸다. 유일하게 미국에만 뒤쳐졌을 뿐이다.
정부 재원에 의한 연구가 파트너로서 한국의 매력도에 기여하기는 하지만, 한국의 주된 강점은 상업기술 분야에 있다. 세계적인 추세와 같이, 한국이 ‘아시아의 호랑이(Asian Tiger)’ 중 하나로 부상하는 과정도 상업기업들이 주도했다. 삼성, LG, SK 하이닉스와 같은 기업들은 EDT 개발을 주도하는 산업에서 전 세계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과 나토의 관계는 지금까지 일본만큼 밀접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도 그렇고 기술분야에서도 그렇다. 2018년 5월 일본은 나토에 외교 대표부를 설치했으며, 나토 과학기술기구의 이른바 ‘향상된 기회 파트너(Enhanced Opportunity Partners)’ 4개국 중 하나이다. 한국은 별도의 나토 대표부가 없으며, ‘향상된 기회 파트너’도 아니다.
지금까지 한국과 나토 사이의 관계가 부족했던 이유가 무엇이든, EDT 분야에서 한국이 나토와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는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기회 중 하나는 상업적 기회이고, 안보 분야에서도 기회가 존재할 수 있다.
상업적 잠재력은 매우 명백하다. 나토와의 기술 협력을 발전시키는 데 참여하면, 한국 및 한국의 기술 기업들에 최소 2가지 유형 이상의 상업적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첫째, 나토 및 파트너 국가들이 가장 많이 원하는 안보·국방 관련 기술에 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이는 한국 회사들이 접촉하는 나토 잠재 고객들의 필요를 충족하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둘째, 역으로 나토의 기술 허브가 기존 한국 제품을 잠재 고객에게 소개하는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다.
셋째, 한국 회사들이 나토 혁신기금 이용이라는 잠재적 편익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너무 높은 기대를 가져서는 안 될 것이다. 기술 투자 프로그램 내에서 나토가 공동기금을 재원으로 사용하는 부분이 작기 때문이다. 연구·개발 재원 중 가장 큰 부분은 국가 예산에서 조달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대부분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나토 국가들 역시 자체적인 국가 기술산업을 개발하는 쪽을 선호한다.
나토와의 두 번째 협력 기회는 안보 [협력]이라 칭할 수 있다. 즉, 나토가 경험 및 우수사례의 공유에 있어서, 그리고 EDT로부터 발생하는 도전과제에 대처하기 위한 공동 접근법과 표준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일종의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이다. 회복력과 첨단기술 보호에 역점을 두는 나토 접근법에서 한국이 무언가를 배울 수도 있다. 또한, 좋든 싫든, 새롭고 더 경쟁적인 국제 환경이 조성되면 첨단기술의 연구, 개발, 생산 및 사용에 관해서도 새로이 고려하게 된다. 게다가, 한국은 중국과 미국 사이 경쟁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라는’ 압력을 이미 어느 정도 받고 있다. 나토와의 기술협력에 참여하면,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진 유럽 및 북미 국가들과의 대화를 통해 한국의 정책을 미세조정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 필자
Paal Sigurd Hilde 노르웨이 국방대 부교수
Paal Sigurd Hilde 박사는 노르웨이 국방대 국방연구소의 부교수이며 주 연구분야는 대서양 연안 국가들의 관계와 NATO의 발전이다.
* 본 내용은 필자 개인의 견해이며 한국해양전략연구소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 이 글은 국방일보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