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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나토 가입 추진…러 “분리 안 돼” 침공 위협

입력 2021. 12. 10   16:47
업데이트 2021. 12. 1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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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의 기원과 전망


러 ‘조상 뿌리 같고 동일 공동체’ 주장
자원 풍부하고 지정학적인 안보요충지
나토 동진 완충지대 사라져 안보 위협
바이든-푸틴 121분 화상 정상회담
미 “침공땐 강력 경제제재” 긴장고조

조 바이든(맨 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상황실에서 화상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맨 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상황실에서 화상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7월 12일 발표한 논문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의 역사적 통일에 관하여」.  필자 제공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7월 12일 발표한 논문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의 역사적 통일에 관하여」. 필자 제공

우크라이나의 국명을 살펴보면 ‘우’는 러시아어로 ‘어디에 있다’, ‘크라이’는 ‘국경’ 또는 ‘변경’을 뜻한다. 지명만 봐도 지정학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지역임을 알 수 있다.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 우크라이나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121분간 화상 정상회담을 했다. 우크라이나 북동쪽과 동쪽, 남쪽 세 방향 국경에 러시아가 10만 여 명에 달하는 병력과 장비를 배치하고 침공할 준비를 갖췄다고 미국이 평가한 후 열린 회담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유럽 최대 평야지대이면서 곡창지대이기도 한 우크라이나는 국토 방어가 쉽지 않다. 80여 년 전 독일군이 소련군 70만 명을 포로로 잡고 수도 키예프가 함락된 역사도 있다.

러시아가 강경대응에 나서는 이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에 군사력을 증강하는 이유는 뭘까. 표면적인 이유는 우크라이나가 친서방정책을 유지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및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이것이 러시아 안보에 위험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지난 7월 12일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EU가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법적인 보장을 요구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조상의 뿌리가 같고 언어와 민족의 차이도 미미해 수천 년간 동일한 공동체 속에서 살아왔는데 최근 분리주의자들이 우크라이나의 이탈을 조장했다는 주장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들(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대항한 대조국전쟁에서 국가수호를 위해 공동으로 싸웠다”며 “두 나라의 분리는 ‘재앙에 가까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와 크림반도의 지정학적 가치
우크라이나는 유럽과 친하게 되면 러시아의 안보가 위험해지고, 반대로 러시아와 가까워지면 유럽 안보가 위험을 느끼게 되는 나라였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가 우크라이나의 유전과 식량을 목표로 침공했듯 광할한 영토와 풍부한 자원, 이를 기반으로 하는 상당한 경제적 잠재력도 지닌 나라다.

2014년 러시아에 합병된 크림반도는 러시아 입장에서 동유럽에서의 주도권 장악을 위해 필요한 관문이었다. 소련 붕괴 후에는 서방과 러시아가 반드시 확보하고자 하는 안보 요충지였다. 서방은 러시아를 봉쇄할 수 있는 전략요충지로, 러시아는 해양진출의 관문이자 흑해와 발칸방향으로 세력을 확장할 수 있는 교두보로 삼을 수 있는 곳이었다. 크림반도의 군항 세바스토폴은 러시아 흑해함대의 모항으로 사용된 전초기지였다.

우크라이나 민족구성은 우크라이나인 77.8%, 러시아계 17.3%, 타타르계 4.9%로 이뤄져 있다. 우크라이나는 키예프를 가로지르는 드네프르강을 기준으로 동부와 서부로 나뉜다. 서쪽은 친서방적이고, 동부는 러시아와 가까워 러시아계 주민의 이주도 용이했다.

러시아 입장에서 크림반도를 포함한 동부지역은 서방국가들의 안보적 위협이 있을 경우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는, 사활적 이익이 달려있는 곳이다. 냉전 이후 러시아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완충지대였던 동유럽 국가들이 대거 나토에 가입했다. 2019년에는 북마케도니아까지 나토에 가입해 러시아를 압박하는 형국이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나토가 동진하며 모스크바와 발트 3국과의 거리가 600㎞에 지나지 않게 되자 직접적인 위협을 주는 것으로 인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와 EU에 가입하면 러시아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러시아 입장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 저지는 자신들의 안보를 위한 레드라인(Red-Line)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반해 미국을 위시한 서방의 대 러시아 정책 기조는 단호하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은 국제법을 위반한 비 합법적인 행동이며, 유럽의 안보질서를 무너뜨리는 사례로 보고 있다.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반환하지 않는 한 경제제재를 포함한 대러시아 정책 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임을 표방하고 있다.

미국은 폴란드에 미사일방어(MD) 체계를 배치·운용하고 있고 러시아 접경지역에서 군사훈련을 강화하고 지상군을 증강 배치했다. 러시아는 지난 2016년 크림반도에 전략 핵폭격기, 칼리닌그라드에 이스칸데르-M 전술 핵미사일을 배치해 대응하고 있다. 서방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동유럽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적극 추진할 것이기에 지정학적 요인에 의한 신냉전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우크라이나 사태 전망
문제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64%가 나토 가입을 원한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푸틴 대통령의 주장이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 역사성을 훼손해 영토적 야욕을 합리화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말을 들으며 우크라이나인들은 독립 국가의 필요성을 더욱 각인했다. 이들은 스탈린 치하에서 집단농업화 정책과 수탈로 유럽 곡창지대였던 우크라이나에서 300만 명이 굶어 죽은 골로도모르(Golodomor), 450만 명이 죽은 정치적 테러, 180만 명이 강제 추방당한 기억을 잊지 않고 있다.

서방은 지금 딜레마에 처해 있다. 러시아의 요구를 받아들여 나토의 동진을 폴란드에서 멈출 것인지, 아니면 모스크바가 원하는 약속을 거부해 우크라이나를 다시 한번 피에 젖은 땅으로 만들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무력충돌이 발생했을 때 우크라이나가 돈바스를 지키기 위해 저항하더라도 러시아의 공격을 버틸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서방세계가 러시아의 무력사용에 무력으로 맞대응할 가능성도 낮다. 이제 막 아프가니스탄에서 빠져나온 미국은 푸틴 대통령이 침공에 나서지 않도록 설득하고 있지만, 만약 침공한다면 러시아의 달러 결제 차단 등 경제제재를 가하는 것이 대책의 주류를 이룰 것이다. 다만 러시아의 국제무역 참가 불허는 러시아 경제에도 타격이지만 러시아산 원유나 가스를 쓰고 있는 중국과 유럽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에 관련국들이 미국의 의도대로 일관된 제재에 동참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한반도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는 한반도 정세를 이해하는 데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첫째, 한반도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다. 반도는 대륙국가와 해양국가의 힘·전략이 교차 충돌하는 지점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팽창,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이해와 가치의 충돌, 푸틴의 국내정치적 기반지지 확보, 나토와 군사적 관계 등은 우크라이나가 갖고 있는 지정학적인 중요성에 기반한다. 이는 한반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둘째, 미·러 대결구도 속에서 동맹이 없는 약소국의 운명을 보여준다. 우크라이나는 특별한 동맹이 없는 비핵국가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상황은 비핵국가가 핵보유국의 협박을 받을 경우 안보가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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