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한국해양전략연구소

[Periscope] 기술적 불확실성 시대의 해군력

김한나

입력 2021. 12. 02   14:46
업데이트 2021. 12. 02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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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 불확실성 시대의 해군력
KIMS Periscope 256호(한국해양전략연구소 발행)

지난 10월 26일 미 해군 중부사령부 태스크포스 59와 바레인 해군이 페르시아 만에서 진행한 뉴호라이즌 합동 훈련 중 미 해군의 무인수상정(USV) 맨타스 T-12(사진 오른쪽 하단)의 운용 훈련이 처음으로 실시되었다. 사진 = 미 해군 홈페이지
지난 10월 26일 미 해군 중부사령부 태스크포스 59와 바레인 해군이 페르시아 만에서 진행한 뉴호라이즌 합동 훈련 중 미 해군의 무인수상정(USV) 맨타스 T-12(사진 오른쪽 하단)의 운용 훈련이 처음으로 실시되었다. 사진 = 미 해군 홈페이지

1863년 에드워드 리드 경(Sir Edward J. Reed)은 영국해군의 ‘작업국장(Chief Constructor)’으로 임명되어, 차세대 영국 군함 설계와 자국 해양 헤게모니 수호를 책임지게 되었다. 이는 33세의 조선공학자에게 어려운 과제였으며, 특히 1차 산업혁명으로 영국사회가 급속히 변하는 상황에서 그 어려움은 더 커졌다.


실제로 리드 경은 심대한 기술적 불확실성의 시기를 헤쳐나가야 했다. 당시에는 심지어 다음과 같은 기본적인 질문에 관해서도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곤 했다: 선박 무기의 측면 배치가 회전포탑에 비해 어떤 장점이 있는가, 타격형 탄환 vs 관통형 탄환, 충각(ramming) vs 함포, 나무 vs 철, 어뢰의 위협 등. 심지어는 어떤 종류의 충각이 가장 좋은지를 두고도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임명 몇 년 뒤에 작성한 글에서 그는 “발명의 정신은 과거의 모든 해양 전쟁 시스템을 무시하고, 우리 해군이 명성을 얻었던 시기의 모든 흔적과 전통을 조롱한다”고 애석해했다.

현재 우리는 리드 경이 직면했던 것보다 더 심대한 기술적 불확실성의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4차 산업혁명(4IR)’, 디지털 전환, 디지털 컨버전스(digital convergence)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는 이 시대는, 실시간 디지털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해서 의사결정자(사람이 아닐 수도 있음)에게 배포하도록 설계된 새로운 디지털 기술의 확산을 특징으로 한다.


실시간 조직 의사결정에 관한 현재의 추구가 1990년대 ‘군사 혁명(RMA)’의 핵심 포부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더 파괴적이다(disruptive). 이 기술들은 더 싸고, 국제 시스템 전체로 더 널리 확산되며, 지속적으로 향상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의미를 바꾸고 있다는 칭송을 이미 듣고 있는 이 기술혁명(특히 머신러닝)은 해군 플랫폼의 형태와 기능도 급속히 바꾸고 있으며, 해군력의 개념화 및 측정도 매우 어렵게 만들고 있다. 구체적으로 본 글은 ‘벌떼전(swarm warfare)’의 부상과 그것이 창조하는 불확실성의 두 측면을 간략히 논한다.

돌이켜 보건대, 2차대전 이후의 해군 설계는 전체적인 안정성 면에서 놀랄 만했다. 추진력, 센서, 무기의 향상으로 선박의 능력은 점진적으로 개선되었지만, 전투/운용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는 없었다.


예를 들어, 1975년에 취역한 항공모함 니미츠(USS Nimitz)는 여전히 운용 중이다. 이 놀랄 만한 수치는 47년 동안 운용되고 1812년에 퇴역한 넬슨 경의 기함 HMS 빅토리(HMS Victory)의 수명보다도 훨씬 길다. 하지만 현재 해군 내 개별 플랫폼의 수명만 보면, 여러 플랫폼 간 네트워킹 및 상호운용성 측면에서의 심대한 혁명은 가려진다. 다시 말해, 진짜 혁명은 플랫폼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 간의 연결에 있다. 이것이 ‘벌떼전(swarm warfare)’의 부상으로 알려진 현상이다.


일찍이 2000년에 Arquilla와 Ronfeldt는 분산형 센서와 화기를 갖춘 소형 드론들이 정보기술의 향상을 통해 어떻게 다방향 정밀화력을 갖춘 더 큰 규모의 적을 압도할 수 있는지를 기술하기 위해서 벌떼(swarming)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사실, 냉전 기간 중 소련이 이 기술을 개척했다는 주장도 있다. 개별적으로는 열등한 플랫폼들로 공중-바다-육지를 동시 공격해서 미국 항모전단들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이론을 소련이 제시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냉전 후반기 및 탈냉전 초기에 부상한 ‘반접근·지역거부 시스템(anti-access and area denial systems: A2/AD 시스템)’을 1세대 벌떼전으로 볼 수 있다. 소련의 벌떼 전술과 대체로 비슷하지만, 첨단 센서 및 정밀타격 역량의 확산으로 러시아, 중국, 이란의 A2/AD 시스템은 점점 더 위험해졌으며, 그보다는 덜하지만 북한이 만든 시스템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 결과로, 서구의 해군이 A2/AD의 위협을 격퇴하기 위해 자동화 분야의 최근 발전을 활용함에 따라, 현재는 2세대 벌떼전이 부상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미 해군이 최근 발표한 ‘무인작전 프레임워크(Unmanned Campaign Framework)’와 호주의 ‘RAS-AI 전략 2040(RAS-AI Strategy 2040)’이다. 이 둘은 자국 해군이 더 분산화 및 자율화되어야 패권경쟁 시대에서 생존 가능성과 치명성이 보장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벌떼전의 확산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의 불확실성도 수반된다. 


첫째, 상대 벌떼의 진정한 효과와 관련된 외향적 불확실성이 있다. 선박 톤수나 미사일 개수를 세는 해군력 측정에 관한 플랫폼 중심 접근법과 달리, 벌떼의 진정한 효과는 데이터를 수집, 처리 및 전송할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 따라서 방정식이 계속 바뀌므로 측정하기 훨씬 더 어렵다. 이런 모호성은 상대의 A2/AD 시스템이 미국 기동부대를 얼마나 잘 탐지(detect), 발견(fix), 표적지정(target)할 수 있는지에 관한 논쟁이 문헌에서 계속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항공모함 같은 전통적인 시스템의 생존 가능성에 관한 더 광범위한 질문도 문헌에서 계속 다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미래 전쟁의 승리는 가장 강한 ‘플랫폼’을 가진 존재가 누구이냐보다는 최고의 ‘네트워크’를 가진 존재가 누구이냐에 더 좌우될 것이다”라는 Arquilla와 Ronfeldt의 고전적인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적 네트워크들의 회복력과 처리속도를 실제로 측정할 때의 오차 한계는 적 플랫폼의 역량을 측정할 때보다 훨씬 크다. 실제로, 인지 오류(특히 상대를 자신에 빗대어 판단하는 것(mirror-imaging)에 따른 인지 오류)의 가능성은 중국의 A2/AD 시스템에 관한 미국 관점의 맥락에서 이미 논의되었다.

둘째는, 해군의 자체 벌떼와 관련된 내향적 불확실성이다. 그것이 적들보다 더 빠르고 안전하게 센서의 데이터를 수집 및 처리해서 화기에 전달할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무인자율 선박, 잠수정 및 항공기의 사용 증가가 이 도전과제의 논리적 해법이다.


인공지능은 적의 인간 운용자보다 더 빨리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해서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1세대 원격조종 선박, 잠수정 및 항공기와 달리, 자율 선박, 잠수정 및 항공기는 전력이 비슷한 세력들이 충돌하는 가혹한 전자기 환경 속에서도 계속 작동할 수 있다. 유인 플랫폼보다 크기도 작고 저렴하며,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소모에 대한 부담도 적다.


따라서 호주 해군참모총장은 “자율전(autonomous warfare) 경쟁은 이미 시작되었다”라고 솔직히 인정한다. 마찬가지로, 미 해군의 ‘무인작전 프레임워크’는 전력 승수자(force multiplier)로서의 기능을 강조하고, “무인 시스템은 우리와 우리 적들에게 진정으로 파괴적이다”라고 주장한다.

한편 역설적으로, 자율기계의 사용 증가로 인해 벌떼전에 내재한 불확실성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전투 조건에서 자율 시스템의 안전성과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적의 해킹이나 전파 교란에 당할 위험과 버그/오작동 가능성과 관련된 의문이 크다. 단기적으로는, 인간과 기계가 팀을 이루는 것이 이런 약점 중 일부를 보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단기 해법에 불과하다. 동일하게 벌떼를 자동화한 적과 만나면, 경쟁 압력 때문에 벗어날 수 없는 딜레마가 생긴다. 즉, “한 측은 결정의 통제권을 기계에 넘기고 상대측은 그러지 않으면, 기계가 속도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다. 속도가 높아지면 조종이 어렵다. 인간이 실수하면, 작은 실수가 금방 눈덩이처럼 커진다.” 


Scharre가 말한 것처럼, 차세대 자율 시스템의 복잡성과 그것들이 운용될 적대적 환경 때문에 이런 위험을 전적으로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율전에 관한 많은 문헌들이 윤리적 위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적 앞에서 해군 벌떼가 오작동할 때의 작전상 및 전술상 위험은 그보다 훨씬 클 수 있다. 


특히, 이러한 벌떼는 미래 전자전/사이버전의 발전에도 취약하며, 이는 전력이 비슷한 세력 간 충돌의 결과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비장의 카드(hidden wild cards)’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요컨대, 벌떼는 그 부분의 합보다 크다. 하지만 제대로 작동해야만 그렇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사용하려고 시도할 때까지는 그것이 제대로 작동할지를 진정으로 알 수는 없다는 것이다.

‘조선 책임자’로서 에드워드 리드 경이 재직하는 동안 군함 설계의 적절한 방향에 관한 떠들썩한 논쟁이 현저했으며, 이 때문에 결국 그는 1870년 사임하게 된다. 리드 경과 동시대 사람들은 운 좋게도 자신들의 상반되는 설계 철학이 전쟁이라는 가혹한 상황에서 시험받는 상황을 겪지 않았지만, 해군력이 더 표준화되어 측정하기 쉬워진 19세기 후반이 되자 철갑함의 시대가 전함의 시대로 점차 바뀌었다. 반면, 현재의 벌떼전 시대는 높은 수준의 불확실성으로 계속 특징지어질 것이다. 


이 두 방향의 불확실성은 자국 및 적국 벌떼의 높은 복잡성과 전투에서 그것들이 상호작용할 때 발생하는 의도치 않은 결과 때문에 생긴다. 분석가와 정책결정자들에게 이 불확실성은 불편한 사실이지만, 인도 및 태평양 지역 안팎의 해군력을 개념화하고 측정하고자 할 때는 이를 인정해야 한다. 도널드 럼즈펠드(Donald Rumsfeld)의 말을 약간 바꾸어 말하자면, 적 시스템 및 우리 시스템을 둘러싼 알려진 미지의 세계(known unknown)와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세계(unknown unknown)는 과거 어느 때보다 크다. 


하지만 이런 내향적 및 외향적 불확실성 때문에 분석가가 무기력해져서도 안 되고, 정책결정자가 직무를 수행하지 못해서도 안 된다. 기술적 위험 문제에 대해 리드 경이 선호한 해법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새로운 기능을 꼼꼼히 실험하고, 군함 건조 때 특정 유형의 선박이나 특정 기능에 매달리는 것은 거부한다.


■ 필자


다니엘 코널리(Daniel Connolly)
한국외대 조교수

다니엘 코널리(danielc@hufs.ac.kr)는 한국외국어대학교의 조교수로 국제관계사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새로운 기술의 안보 및 정치적 의미에 중점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 본 내용은 필자 개인의 견해이며 한국해양전략연구소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 이 글은 국방일보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김한나 기자 < 1004103khn.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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