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나
인공지능 기반 정신건강 서비스의 최근 동향 및 시사점
『국방논단』 1875호(한국국방연구원 발행)
이선미 zhteo@kida.re.kr
신학경 hksynn@kida.re.kr
국방연구원 국방인력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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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관련 기술이 급격히 발달하면서 다양한 분야에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정신건강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여 활용하려는 시도들이 일어나고 있다. 정신건강분야에서의 인공지능 기술은 대량의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정밀 분석 및 실시간 추적을 통해 정신건강평가의 정확성과 인간과 유사한 쌍방향 의사소통 기술의 구현을 통해 정신건강치료의 장벽을 완화함으로써 치료 서비스의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최근 국외를 중심으로 이러한 인공지능 기반 기술의 정신건강평가와 치료에 관련된 다양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우리 실생활에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인공지능 기술에 기반한 정신건강평가와 치료에 대한 국외 중심 사례들을 본고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이후 사례들을 기반으로 하여 군에 인공지능 정신건강 서비스의 적용방안에 대해 모색해보고 이를 위한 준비사항 몇 가지를 제안해 보고자 한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추론, 학습, 의사결정 등을 하기 위해 논리적 방식을 사용하는 인간의 지능을 모방한 컴퓨터 프로그램 기술을 말한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기계학습, 딥러닝, 자연어 처리 등에 의해 구현되는 인공지능 기술은 전문적인 분야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에까지 적용되고 있다. 일례로 인간의 비서역할을 수행하는 애플의 시리, 삼성의 빅스비, 구글의 어시스턴트 등은 자연어 처리 기술을 일상생활에 적용함으로써 인간의 생활에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다.
정신건강 분야에서도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데, 특히 정신건강평가와 정신건강치료의 측면에서 인간의 분석력·판단력 및 접근성의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써 인공지능 기술이 탐색되고 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정신건강평가에서는 전문가가 수요자의 주관적 자기보고와 면담에 의존하여 판단하기 때문에 이들의 증상에 대한 부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미국의 경우, 자살자의 52%가 자살 전 30일 이내에 병원을 방문하였으며 오진률은 55%를 기록하였다. 전문가라 하더라도 환자가 보고하지 않은 증상과 정보에 대해서는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이와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가 되어도 자살 신호를 알아차릴 수 있는 SNS 게시물, 일상생활 패턴 등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이 어려우므로 위기 관련 정보가 유실되어 자살을 예방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현재 정신건강치료서비스에서는 정신건강치료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 인식, 전문가 인력의 부족, 물리적 접근성 한계 등의 이유 때문에 심리적 어려움을 겪더라도 정신건강치료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서비스갭(Service Gap) 현상이 나타난다.
최광현 외(2018) 군 정신건강서비스 설문에서 서비스갭 현상이 확인되었는데, 자살생각 경험 시 군 내부 정신건강전문가, 군종, 핫라인 등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31%로 보고되었으며 미군에서도 환경적, 물리적 제약 및 낙인 등의 이유로 정신건강치료서비스 이용하는 것을 꺼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정신건강서비스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접근법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으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정신건강서비스에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다양한 대량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인간의 심리상태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전문가 의사결정의 정확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며 정신건강치료서비스의 치료 장벽을 완화함으로써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여 잠재적 위험군의 심리적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정신건강평가와 정신건강치료서비스 측면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현재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국내 사례 연구 규모가 매우 작은 수준이어서 국외사례 중심으로 최근 동향들을 살펴보았으며 이를 군의 정신건강서비스에서 적용하기 위한 방안 및 한계점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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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다양한 데이터의 분석에 기반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정신건강평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미군에서는 군인들의 정신건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살예측과 참전 군인들의 PTSD 예측 연구, 민간에서는 우울증 진단 및 감정상태의 추측 연구가 주요 연구로 진행되고 있기에 이를 중심으로 관련 정신건강평가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미군에서는 DARPA의 후원으로 진행되고 있는 퇴역군인의 자살방지프로그램 뒤르켐 프로젝트(Durkheim Project)가 있다. 미군 재향군인회 조사에서 자살자 수가 전투 중 사망한 군인의 수보다 높은 것으로 보고되어 퇴역군인의 자살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고 즉각적인 개입을 하기 위한 대응방안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자살예측을 위한 데이터는 재향군인회 의료임상기록의 텍스트, 퇴역군인의 SNS 게시물(Twitter, Facebook) 등이 활용된다. 즉 텍스트 기반을 토대로 하여 개인이 사용한 단어, 문장, 맥락 등을 면밀히 파악하여 자살징후를 발견하도록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자살과 연관이 될 수 있는 재정적인 정보까지 수집하여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대량의 데이터에 기반한 자살예측시스템을 통하여 임상가가 퇴역군인 평가 시 1차적으로 자살신호를 보이지 않았더라도 SNS 게시물, 재무정보 등을 종합하여 자살의 심각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다.
자살 심각도 알림은 녹색(낮음), 노란색(보통), 빨간색(높음) 3단계로 평가되며 1분 간격으로 모니터링을 한다. 자살 위험도가 지속적으로 그래프에 표시가 되고 실제 다른 임상군과 비교해봤을 때 현재 해당 인원의 자살 심각도의 위치를 제공해준다. 자살예측 정확도는 약 67%를 보였다.
미군은 참전군인의 PTSD를 진단하기 위해 인공지능의 머신러닝 기술을 결합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일반 인구의 평생 PTSD 유병률이 약 7%에 비해 전쟁에 참전했던 퇴역군인의 평생 유병률은 30.9%로 나타났을 정도로 참전군인의 PTSD 발병률은 높은 실정이다. 심지어 군인들은 자신들이 PTSD가 있다는 것을 밝히기 꺼려하는 경향이 있어 조기 치료가 어려워져 심각한 상태로 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미 국방부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주요의과대학 의료진과 군 관련 연구원과 함께 PTSD를 진단하는 심리적, 의학적 지표를 개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네이처의 자매 연구지인 『분자 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에서 아프가니스탄 배치 전, 후의 육군 군인들을 샘플로 하여 PTSD 진단지표를 연구한 논문을 발표하였다.
배치 전에 군인들의 의학적 지표(내분비, 대사물), 자기보고 지표(우울, 수면 등 심리검사)를 측정하였으며 측정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하여 참전 이후의 PTSD 증상을 예측하도록 하였다. 가장 높은 예측 변인으로는 수면의 질, 우울, 주의력, 혈액 지표 등으로 나타났고 현재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재 진단 예측율은 약 77%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전 전에 대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사전에 PTSD 예측진단을 하여 현장에 적극 활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노스웨스턴대학교 의과대학에서는 스마트 폰을 활용하여 우울증을 진단하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노스웨스턴 대에서 자료를 수집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인 퍼플 로봇(PurPle Robot)을 개발하여 GPS 센서와 전화 사용 데이터를 수집하여 우울증의 심각도를 파악하였다. 연구 초기에 우울증 검사를 시행하였으며 2주 동안 하루 동안의 이동 규칙성, 위치의 변화, 전화 빈도, 통화 시간, 집에 머무는 시간 등의 데이터를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우울증을 유의미하게 예측하는 변인으로는 전화의 빈도, 통화시간, 이동의 규칙성, 위치의 변화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86.5%의 우울증을 예측하는데 성공하였다. 이 연구를 통해 스마트폰이 우울증 증상의 임상적 평가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음이 증명되었다.
따라서 현재 인공지능 기술이 정신건강치료의 목적으로써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최근 사례들을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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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sensei는 자연어 기술을 이용하고 비언어적 심리적 행동신호를 감지하는 가상 인간 에이전트로 미군의 정신건강서비스 이용 활성화를 위해 만든 익명성의 웹 기반프로그램이다.
Simsensei에서 등장하는 가상인간 에이전트 Ellie는 텍스트 입력을 통해 사용자와 대화하며 사용자의 비언어적 행동을 감지하며 적절한 제스처로 반응한다. 이러한 비언어적 행동을 측정하기 위해 문헌 리뷰 및 다양한 임상군을 대상으로 적절한 질문들에 반응하는 비언어적 행동을 수집하여 심리적 지표를 개발하였다. 수집된 심리적 지표를 기준으로 사용자의 비언어적 지표는 멀티센스(웹카메라, 오디오)를 통해서 머리 위치와 방향, 음성 변수 등의 정보를 오디오와 비디오의 동시캡쳐를 통해 수집하여 사용자의 상태와 행동에 대한 정보를 측정한다.
실제로 사용자는 심리검사에서 보다 가상 인간 에이전트와의 대화에서 심리적 증상 호소를 더 많이 보고하였다. WoZ 참가자, 면대면 상담 참가자, 인공지능(Ellie)의 참가자 간의 수행평가를 위해 라포 점수를 비교하였는데 그 결과 WoZ 참가자들이 라포가 제일 높았으며 면대면, 인공지능 참가자의 라포점수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이로 보아 참여자가 편안한 마음으로 인공지능과의 상담에 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며 이는 정신건강의 1차적 스크리닝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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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ysa는 무료서비스뿐 아니라 상담자와 월 단위로 유료상담을 실시할 수 있다. 회기당 30분간의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용자가 호소하는 문제를 상담받을 수 있다. 상담사는 정서관리를 위해 다양한 기술을 안내하는 코칭역할을 하며 일반적인 심리 상담서비스와는 동일하지 않음을 명시하고 있으며 사용자가 희망하면 챗봇과 나눈 대화를 상담사에게 공유할 수 있고 상담 진행에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Wysa의 효과성을 검증한 결과, 통제집단보다 Wysa를 사용한 집단의 우울수치가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인간 상담자와의 서비스 연계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보다 심층적인 상담을 통해 사용자들의 치료적 효과를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기술과 정신건강분야와의 접목은 평가적 측면에서 다양한 대량의 데이터를 제공하여 진단 예측률을, 치료적 측면에서는 쌍방향 소통 및 접근 가능성을 향상시켜 현재 정신건강서비스 체계의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고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유념해야 할 것은 인공지능이 인간 전문가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심리체계는 개인마다 다양하고 복잡한 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심리상태를 파악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인간과의 깊은 상호작용이 필요하고 이러한 과정을 인공지능이 대체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상담 과정 중 상담자와의 관계에서 내담자가 무의식에서 드러난 감정과 행동의 표현에 대한 전문가의 심도 있는 해석을 인공지능 기술이 수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인간 중심적’ 사고를 전제로 한 사용자 상태에 따른 사용 범위제한, 설계절차 및 매뉴얼 제작 등의 철저한 윤리적 검증 절차가 필요할 것이며 동시에 인공지능 기술을 정신건강분야에 효과적으로 접목시키기 위한 전문가 간의 관심과 논의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 본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한국국방연구원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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