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신(新)병영의 달인] 말수 적던 태권소년, 707특임대 등서 20년여 맹활약하며… 태권도 武風지대 만들다

최한영

입력 2021. 11. 01   17:13
업데이트 2021. 11. 01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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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新)병영의 달인 <8> ‘태권도 달인’ 육군32보병사단 독수리여단 강동순 원사


중1때 신문 배달하며 수련 시작
우연히 특전사 포스터 보고 지원
우수한 성적으로 707특임대 선발
부대 감독 맡아 보급 앞장서기도
심판 자격증 따고 사범 과정 만들어

육군32보병사단 독수리여단 기동중대 강동순(원사) 행정보급관이 태권도복을 입고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강 원사는 현역 장병을 기준으로 육군에 3명뿐인 태권도 8단 중 한 명이다.
육군32보병사단 독수리여단 기동중대 강동순(원사) 행정보급관이 태권도복을 입고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강 원사는 현역 장병을 기준으로 육군에 3명뿐인 태권도 8단 중 한 명이다.
최고 9단까지 승단할 수 있는 태권도의 세계에서 육군은 현역 장병 기준으로 32보병사단 독수리여단 기동중대 강동순(원사) 행정보급관을 비롯해 3명이 8단을 보유하고 있다. 5단에서 6단이 되기까지 보통 5년, 6단에서 7단까지 6년, 7단에서 8단까지 7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강 원사가 8단이 되기까지 얼마나 긴 수련의 시간을 보냈을지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중학교 1학년 때 태권도에 입문한 강 원사는 군 생활 중에도 시간을 쪼개가며 자신을 단련해왔다. 그는 태권도 수련이 지금껏 몸담았던 부대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전역 전 9단으로 승단하고, 보다 많은 장병이 태권도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두 가지 목표를 이루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글=최한영/사진=한재호 기자

신문 배달로 태권도장 원비 마련
어릴 때만 해도 말이 없고 내성적이었던 강 원사는 흰색 도복을 입고 태권도장에 가는 친구들을 보며 태권도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태권도장에 가고 싶다는 말도 꺼내지도 못하던 때, 평소 알고 지내던 형이 조간신문 배달 아르바이트를 소개해 주면서 그의 인생이 바뀌었다.

“태권도장 원비가 마침 한 달 신문을 배달하면 받을 수 있는 1만5000원이었습니다. 월급을 받아 원비를 내면서 태권도를 수련했습니다. 신문 배달을 하며 자연스럽게 기초체력도 길러져 점차 자신감도 높아졌습니다.”

6년간 태권도 선수로 활동했지만 안타깝게 대학 입시에서 고배를 마셨다. 경기도 안산의 태권도장에서 1년4개월여 사범 생활을 하던 중 우연히 본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특전부사관 모집 포스터가 그의 인생을 다시 한 번 바꿨다.

“당시에는 현역 입영대상도 지역 방위병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포스터를 보자마자 ‘강하고 멋진 사나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94년 특전부사관의 문을 두드린 강 원사는 후보생 시절 420여 명의 동료를 이끄는 ‘학생장’을 맡았다. 우수한 성적으로 교육을 수료한 그는 707특임대에 선발됐다. 태권도로 다져진 몸이었지만 매일 아침 5㎞ 달리기, 7m 외줄 오르기, 평행봉, 타이어 끌기를 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 입에서 단내가 나지 않는 하루가 없을 정도였다.

강 원사는 훈련 과정에서 태권도 수련을 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회상했다. “태권도 기본동작을 응용하니 사격술, 레펠, 급속 헬기로프 하강은 물론 특수훈련에 필요한 자세도 빨리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후배들을 지도하면서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능력을 인정받은 강 원사는 2000년 미 델타포스에서 실시하는 대테러 해외연수 요원으로 선발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과 부산 아시안게임 등 국가적인 행사를 앞두고는 전군 초동조치부대와 대테러 요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사격술 체계·교리를 정립하는 데 기여했다. 2015년까지 707특임대에 근무하며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인사가 부대에 방문했을 때 사격·특공무술 시범도 200회 넘게 선보였다. 강하 횟수도 468회에 이른다.
강 원사가 중대원들에게 진압봉을 이용한 특공무술을 가르치고 있다. 강 원사는 태권도를 익히는 것이 장병 임무수행 능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강 원사가 중대원들에게 진압봉을 이용한 특공무술을 가르치고 있다. 강 원사는 태권도를 익히는 것이 장병 임무수행 능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군 태권도 보급·활성화 가속 페달
군 생활 중에도 태권도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은 강 원사는 2005년 특수전사령관기 태권도대회에서 707특임대 감독을 맡은 것을 계기로 군 태권도 보급에 팔을 걷어붙였다. 2007년 태권도 심판 자격증을 취득한 강 원사는 전국대회 심판으로 참여하며 국기원·국방부 관계자, 대한태권도협회 임원들에게 군 태권도 보급·활성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던 중 기회가 찾아왔다. 2015년부터 특전사 교훈처에서 태권도 심사관 임무를 맡은 것이다. 각 부대 지휘관은 물론 참모부 실무자들을 설득해 국기원 태권도연수원과 공동으로 군 태권도 사범 지도자 특별과정을 신설했다. 그 결과 2017년부터 2019년까지 600여 명의 사범이 탄생했다. 이들은 현재 각 부대에서 태권도 활성화에 일조하고 있다. 2019년에는 특전사 행정예규를 개정해 특전병이 태권도 승단에 성공하면 조기 진급하는 제도를 만드는 데 공헌했다.

강 원사가 태권도 보급에 매진한 이유는 따로 있다. 태권도 각 동작이 장병 임무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준비서기, 앞굽이 등 모든 태권도 동작은 신체 균형을 잡아주고 장병들의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데 제격입니다. 국회에서도 지난 2018년 3월 태권도를 ‘대한민국 국기(國技)’로 지정하는 법률을 의결한 만큼 군에서도 활발하게 태권도를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몸담았던 부대에서 알토란 같은 열매도 수확했다. 2019년 국방부장관기 태권도대회에 특전사 통제관으로 참가해 개인전 8체급, 단체전 중 플라이급을 제외한 모든 체급에서 메달 수상을 이끌었다. 거기다 선수단이 받은 상금 전액은 특전사 발전기금에 쾌척해 더 큰 박수를 받았다.
강 원사 군복 오른쪽에 붙어 있는 각종 패치들. 그가 일선 전투부대에서 치열한 군 생활을 해왔음을 보여준다.
강 원사 군복 오른쪽에 붙어 있는 각종 패치들. 그가 일선 전투부대에서 치열한 군 생활을 해왔음을 보여준다.

주경야독 병행 박사과정 수료
강 원사는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 개인 시간을 할애해 태권도 수련에 매진했다. 군 생활 중 부여받은 휴가는 모두 태권도대회에 출전하거나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썼을 정도다. 2015년 대만에서 국제심판자격증을 취득할 때도 개인 시간을 할애했다.

태권도 보급과 활성화를 위해서는 그에 맞는 자격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뒤늦게 공부도 시작했다. 낮에는 부대 임무에 집중하고, 밤에는 책을 펼쳐 공부에 몰두한 끝에 1999년 한국체육대학교 태권도학과에 입학했다.

“군 생활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개인 시간을 내서 수업을 듣고 시험도 치러야 했습니다. 하지만 노력하지 않고는 최고가 될 수 없음을 알기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강 원사는 이에 그치지 않고 동 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해 ‘특전부사관의 무도 수련에 따른 신체적 자기효능감과 직무만족 관계’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용인대학교 경찰행정학과 박사과정도 수료했다.
중대 행정보급관인 강 원사는 훈련이 끝나면 중대원들 고민 상담도 빼놓지 않고 있다.
중대 행정보급관인 강 원사는 훈련이 끝나면 중대원들 고민 상담도 빼놓지 않고 있다.

가족 응원 힘입어 ‘9단’ 꿈 이룰 것
지난해 1월 32사단 독수리여단 기동중대에 전입한 강 원사는 행정보급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장병들이 해안경계부대 특성에 맞는 초동조치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인원 선발부터 관리까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강 원사에 대한 장병들의 평가는 호평 일색이다. 윤민호(대위) 중대장은 “특전사 출신이라 외적으로는 강인하고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후배 부사관이나 용사들을 다독이며 잘 챙겨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상병은 “항상 에너지가 넘치고, 용사 복지 향상에 신경을 많이 써줄 뿐만 아니라 우울해 보이는 전우가 있으면 먼저 찾아가 고민 상담을 해주신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강 원사의 삶에서 가족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특전사 출신 예비역 중사인 아내와 골프 선수인 아들은 경기도 이천에서 강 원사와 떨어져 생활하고 있다. 아내는 어린이집 원장·교사, 골프 캐디 등 다양한 일을 하며 아들을 뒷바라지해 왔다. 강 원사는 그런 가족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2010년 지리산 여행을 다녀온 후로는 딱히 가족과 시간을 보낸 기억이 없습니다. 지금은 코로나19가 겹쳐 주말부부도 못하는 형편이죠. 많이 힘들 텐데 잘 버텨주고, 잘 지내준 아내와 아들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가족들이 ‘전역 전 태권도 9단 합격’이라는 꿈을 적극적으로 응원해준 덕분에 꾸준히 체력단련을 하고, 태권도 훈련도 하고 있습니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들기 위해 계속 전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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