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배우 김영옥 모델 시리얼 광고 화제
힙합에 맞춰 래퍼와 할머니 환상 호흡
K-팝 발음 본떠 ‘K-팥’ 국산 재료 강조
세대 아우르는 복고풍 위트·감성 매력
뉴트로 트렌드 찾는 중장년 향수도 자극
가을이 깊어가며 음식 취향도 익어가고 있다. 전통음식을 재해석한 음식이 MZ(밀레니얼+Z)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할머니와 밀레니얼(1980~2000년대 초반 출생자)을 합친 ‘할메니얼’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할메니얼은 할머니의 입맛과 취향을 선호하는 세대를 뜻하는데, 광고계에서도 할머니 모델들이 주목받고 있다. CJ제일제당 햇반컵반의 광고 모델인 나문희 씨, 카스맥주의 광고 모델인 윤여정 씨, 농심켈로그 첵스 팥맛의 광고 모델인 김영옥 씨가 그 주인공들이다.
농심켈로그 첵스 팥맛의 광고 ‘K-팥’ 편(2021)을 보자. 첵스 팥맛은 MZ세대의 레트로 추세와 괴식(怪食·괴상한 음식) 열풍을 바탕으로, 어릴 적에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추억의 단팥죽을 떠올리게 하자는 취지에서 출시됐다. 전북 고창에서 생산한 100% 국내산 팥에 하얀 마시멜로를 넣어 단팥죽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시리얼 식품이다. 팥밭을 배경 삼아 “첵스 초코 제공”이란 자막이 뜨며 광고가 시작된다. 시골 할머니 차림의 김영옥 씨가 팥을 가득 담은 바구니를 들고 “Do you know K-팥?(너 K-팥을 아니?)”이라며 질문을 던진다.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두 유 노’ 클럽의 밈(meme)을 카피로 써서 시작부터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
래퍼인 엠시 레드(MC RED)와 디제이 빈(DJ BEAN)이 경운기에 시동을 걸고 고창의 드넓은 논밭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가운데, 비트가 강한 힙합 음악이 요란하게 울려 퍼진다. “This is 핫팥!” 두 사람은 경운기를 타고 오며 ‘팥’으로 운율을 맞춘 랩을 신나게 구사한다. “핫팥, 빅팥, 잭팥 워(Whoo)! 첵팥, 힙팥, K-팥, 예(Yeah)!”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귀에 쏙쏙 박히는 랩이다. 김영옥 씨는 드넓은 팥밭에서 첵스 팥맛 상자를 앞으로 들이밀며 “K-팥”이라고 외친다.
래퍼 두 사람이 팥밭에서 신나게 춤추며 노래하는 카피는 이렇다. “핫스팟 찾는다면 이리와 코리아/ 보여 줄게 전 세계를 놀라게 할 빅팥/ 바로 이곳 전라북도 고창 팥밭/ 모두 모여 지금 열어 기다려온 팥티.” 엄청나게 과장한 팥 모양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빅팥’이란 자막이 등장한다거나, 체스판에 팥을 놓고 ‘첵팥’이란 자막을 붙인다거나 하는 시도는 광고에서 B급 감성을 느끼게 하는 재미있는 볼거리다.
팥으로 만든 반지를 열 손가락에 낀 래퍼들이 부르는 랩이 계속 이어진다. “번뜩이는 감각 농부들의 환상/ 명품보다 핫해 신이 주신 컬러/ 잘 빠진 라인 마치 한가위 보름달.” 팥으로 만든 목걸이를 목에 건 김영옥 씨도 랩의 운율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추고, 래퍼들도 ‘K-팥’이란 글자가 새겨진 돌기둥 앞에서 요란한 몸짓을 한다. “한국적인 단맛 첵스 만나 잭팥.” 래퍼들은 팥이 빠진 시리얼을 맛보며 “팥이 빠진 ㅜㅠ 감동이 ㅠㅠ”하며 실망하다가, 팥이 들어간 시리얼을 맛보고는 “새로운 세상 시리얼 그 이상/ 여긴 없어 헤이러 맛의 뉴 에라”라고 노래하면서 몹시 즐거워한다.
이어서 팥과 비슷한 색상의 옷을 입은 김영옥 씨가 첵스 팥맛 시리얼을 들고 넓은 팥밭에 서 있다. 화면 전체가 팥으로 꽉 찼는가 싶더니 김영옥 씨 특유의 할머니 목소리로 이런 메시지를 전달한다. “대한민국 원조 달콤함 K-팥. K-시리얼이 되다.” 광고 모델 셋이서 첵스 팥맛 시리얼을 들고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가장 한국적인 시리얼의 탄생, 첵스 팥맛. 많아들 잡숴. 이번엔 맛있어.” 김영옥 씨의 목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첵스 팥맛이 가득 실려 있는 경운기가 출발하며 두 래퍼가 춤추는 가운데 광고가 끝난다.
이 광고에서는 K-팝과 유사한 K-팥이라는 키워드를 써서 첵스 팥맛이 한국적인 단맛을 담은 한국적인 시리얼이자 할메니얼 식품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여러 드라마에서 욕쟁이 할머니 역을 맡아 ‘할미넴’이란 별명을 얻고,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에서 성기훈의 어머니 역을 맡은 김영옥 씨가 ‘책팥할매’로 등장한 것이 광고의 주목도를 높이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K-할머니로 완벽하게 변신한 김영옥 씨는 할머니표 단팥죽 맛을 유쾌한 감각으로 풀어냈다.
래퍼 두 사람이 팥밭에서 신나게 춤추며 중독성 있는 멜로디를 반복적으로 노래한 점도 MZ세대에게 팥 맛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복고풍의 분위기를 바탕으로 랩과 춤 그리고 B급 감성을 적절히 조화시키려고 시도한 점도 이 광고의 매력이다. 누구나 다 아는 K-팝이란 말에 견주어 고창의 팥을 K-팥이라고 명명했기에, 사람들은 더 오래오래 기억할 것이다. 자체 제작한 힙합곡의 가사(카피)는 재기발랄했다. 거기에 K-팥이란 말까지 반복했으니 누구라도 상품의 특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 터.
할메니얼 식품은 앞으로도 계속 그 인기가 식지 않을 것 같다. 배스킨라빈스의 ‘찰떡콩떡’ 아이스크림, 오리온의 ‘찰 초코파이’, 엔제리너스의 ‘고소한 인절미 카페라떼’와 ‘블랙흑임자라떼’, 투썸플레이스의 ‘쑥 라떼’와 ‘흑임자 카페라떼’, 이디야의 ‘쌍화차’ 같은 다양한 식품들이 나왔다. 할메니얼 식품은 주로 젊은 층을 겨냥해 출시하지만, 담백하고 구수한 맛을 선호하는 중장년층의 향수도 자극할 수 있다. 레트로 감성에 빠진 분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전통음식을 활용한 디저트 메뉴가 계속 새로 나오기 때문에, K-할머니가 광고 모델로 출연하는 사례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활동한 할머니 배우를 광고 모델로 활용하면 거부감이 적고 유머러스하고 능청맞은 연기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이런 현상을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보는 듯하다. 뉴트로(new+retro) 현상에 열광하고 건강을 중시하는 최근의 소비 성향에 대해 중장년층도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외국에 유학을 떠난 어떤 학생은 엄마표 밥맛이 가장 그립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메니얼’ 식품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으리라. 전통음식을 재해석한 엄마표 밥맛 같은 음식이 계속 나와야 한다. 할메니얼 식품이든 어메니얼 식품이든, 서양음식 맛에 길들여진 우리 젊은이들이 가끔 우리 입맛을 찾는 것은 좋은 일이다. 가을이 깊어가는 계절에 시골의 장독대에는 된장이나 고추장도 익어가고 있으리.
필자 김병희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한양대에서 광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PR학회장, 한국광고학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원로배우 김영옥 모델 시리얼 광고 화제
힙합에 맞춰 래퍼와 할머니 환상 호흡
K-팝 발음 본떠 ‘K-팥’ 국산 재료 강조
세대 아우르는 복고풍 위트·감성 매력
뉴트로 트렌드 찾는 중장년 향수도 자극
가을이 깊어가며 음식 취향도 익어가고 있다. 전통음식을 재해석한 음식이 MZ(밀레니얼+Z)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할머니와 밀레니얼(1980~2000년대 초반 출생자)을 합친 ‘할메니얼’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할메니얼은 할머니의 입맛과 취향을 선호하는 세대를 뜻하는데, 광고계에서도 할머니 모델들이 주목받고 있다. CJ제일제당 햇반컵반의 광고 모델인 나문희 씨, 카스맥주의 광고 모델인 윤여정 씨, 농심켈로그 첵스 팥맛의 광고 모델인 김영옥 씨가 그 주인공들이다.
농심켈로그 첵스 팥맛의 광고 ‘K-팥’ 편(2021)을 보자. 첵스 팥맛은 MZ세대의 레트로 추세와 괴식(怪食·괴상한 음식) 열풍을 바탕으로, 어릴 적에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추억의 단팥죽을 떠올리게 하자는 취지에서 출시됐다. 전북 고창에서 생산한 100% 국내산 팥에 하얀 마시멜로를 넣어 단팥죽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시리얼 식품이다. 팥밭을 배경 삼아 “첵스 초코 제공”이란 자막이 뜨며 광고가 시작된다. 시골 할머니 차림의 김영옥 씨가 팥을 가득 담은 바구니를 들고 “Do you know K-팥?(너 K-팥을 아니?)”이라며 질문을 던진다.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두 유 노’ 클럽의 밈(meme)을 카피로 써서 시작부터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
래퍼인 엠시 레드(MC RED)와 디제이 빈(DJ BEAN)이 경운기에 시동을 걸고 고창의 드넓은 논밭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가운데, 비트가 강한 힙합 음악이 요란하게 울려 퍼진다. “This is 핫팥!” 두 사람은 경운기를 타고 오며 ‘팥’으로 운율을 맞춘 랩을 신나게 구사한다. “핫팥, 빅팥, 잭팥 워(Whoo)! 첵팥, 힙팥, K-팥, 예(Yeah)!”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귀에 쏙쏙 박히는 랩이다. 김영옥 씨는 드넓은 팥밭에서 첵스 팥맛 상자를 앞으로 들이밀며 “K-팥”이라고 외친다.
래퍼 두 사람이 팥밭에서 신나게 춤추며 노래하는 카피는 이렇다. “핫스팟 찾는다면 이리와 코리아/ 보여 줄게 전 세계를 놀라게 할 빅팥/ 바로 이곳 전라북도 고창 팥밭/ 모두 모여 지금 열어 기다려온 팥티.” 엄청나게 과장한 팥 모양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빅팥’이란 자막이 등장한다거나, 체스판에 팥을 놓고 ‘첵팥’이란 자막을 붙인다거나 하는 시도는 광고에서 B급 감성을 느끼게 하는 재미있는 볼거리다.
팥으로 만든 반지를 열 손가락에 낀 래퍼들이 부르는 랩이 계속 이어진다. “번뜩이는 감각 농부들의 환상/ 명품보다 핫해 신이 주신 컬러/ 잘 빠진 라인 마치 한가위 보름달.” 팥으로 만든 목걸이를 목에 건 김영옥 씨도 랩의 운율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추고, 래퍼들도 ‘K-팥’이란 글자가 새겨진 돌기둥 앞에서 요란한 몸짓을 한다. “한국적인 단맛 첵스 만나 잭팥.” 래퍼들은 팥이 빠진 시리얼을 맛보며 “팥이 빠진 ㅜㅠ 감동이 ㅠㅠ”하며 실망하다가, 팥이 들어간 시리얼을 맛보고는 “새로운 세상 시리얼 그 이상/ 여긴 없어 헤이러 맛의 뉴 에라”라고 노래하면서 몹시 즐거워한다.
이어서 팥과 비슷한 색상의 옷을 입은 김영옥 씨가 첵스 팥맛 시리얼을 들고 넓은 팥밭에 서 있다. 화면 전체가 팥으로 꽉 찼는가 싶더니 김영옥 씨 특유의 할머니 목소리로 이런 메시지를 전달한다. “대한민국 원조 달콤함 K-팥. K-시리얼이 되다.” 광고 모델 셋이서 첵스 팥맛 시리얼을 들고 흐뭇한 표정을 짓는다. “가장 한국적인 시리얼의 탄생, 첵스 팥맛. 많아들 잡숴. 이번엔 맛있어.” 김영옥 씨의 목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첵스 팥맛이 가득 실려 있는 경운기가 출발하며 두 래퍼가 춤추는 가운데 광고가 끝난다.
이 광고에서는 K-팝과 유사한 K-팥이라는 키워드를 써서 첵스 팥맛이 한국적인 단맛을 담은 한국적인 시리얼이자 할메니얼 식품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여러 드라마에서 욕쟁이 할머니 역을 맡아 ‘할미넴’이란 별명을 얻고,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에서 성기훈의 어머니 역을 맡은 김영옥 씨가 ‘책팥할매’로 등장한 것이 광고의 주목도를 높이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K-할머니로 완벽하게 변신한 김영옥 씨는 할머니표 단팥죽 맛을 유쾌한 감각으로 풀어냈다.
래퍼 두 사람이 팥밭에서 신나게 춤추며 중독성 있는 멜로디를 반복적으로 노래한 점도 MZ세대에게 팥 맛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복고풍의 분위기를 바탕으로 랩과 춤 그리고 B급 감성을 적절히 조화시키려고 시도한 점도 이 광고의 매력이다. 누구나 다 아는 K-팝이란 말에 견주어 고창의 팥을 K-팥이라고 명명했기에, 사람들은 더 오래오래 기억할 것이다. 자체 제작한 힙합곡의 가사(카피)는 재기발랄했다. 거기에 K-팥이란 말까지 반복했으니 누구라도 상품의 특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 터.
할메니얼 식품은 앞으로도 계속 그 인기가 식지 않을 것 같다. 배스킨라빈스의 ‘찰떡콩떡’ 아이스크림, 오리온의 ‘찰 초코파이’, 엔제리너스의 ‘고소한 인절미 카페라떼’와 ‘블랙흑임자라떼’, 투썸플레이스의 ‘쑥 라떼’와 ‘흑임자 카페라떼’, 이디야의 ‘쌍화차’ 같은 다양한 식품들이 나왔다. 할메니얼 식품은 주로 젊은 층을 겨냥해 출시하지만, 담백하고 구수한 맛을 선호하는 중장년층의 향수도 자극할 수 있다. 레트로 감성에 빠진 분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전통음식을 활용한 디저트 메뉴가 계속 새로 나오기 때문에, K-할머니가 광고 모델로 출연하는 사례도 계속 늘어날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활동한 할머니 배우를 광고 모델로 활용하면 거부감이 적고 유머러스하고 능청맞은 연기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이런 현상을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보는 듯하다. 뉴트로(new+retro) 현상에 열광하고 건강을 중시하는 최근의 소비 성향에 대해 중장년층도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외국에 유학을 떠난 어떤 학생은 엄마표 밥맛이 가장 그립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메니얼’ 식품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으리라. 전통음식을 재해석한 엄마표 밥맛 같은 음식이 계속 나와야 한다. 할메니얼 식품이든 어메니얼 식품이든, 서양음식 맛에 길들여진 우리 젊은이들이 가끔 우리 입맛을 찾는 것은 좋은 일이다. 가을이 깊어가는 계절에 시골의 장독대에는 된장이나 고추장도 익어가고 있으리.
필자 김병희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한양대에서 광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PR학회장, 한국광고학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