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취업 좋은 일(job)이 생길거야

“군 생활서 제품 아이디어 얻어… 기품원 협약 계기로 사업 속도”

이원준

입력 2021. 10. 25   16:52
업데이트 2021. 10. 2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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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Job)이 생길 거야
전역장병 취·창업 도전기
13 맹동주 팔월삼일㈜ 대표
 
수작업으로 탄알 넣는 작업에 불편함
2018년 개인화기용 삽탄기 개발
작업 시간 절반으로…지난 6월부터 납품
“방산 시장서 다양한 스타트업 활약 기대”

 

팔월삼일 맹동주 대표가 수동급속삽탄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팔월삼일 맹동주 대표가 수동급속삽탄기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팔 걷고 나선 사람들이 있다. 일상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치열하게 상품개발을 하는 국방스타트업 팔월삼일㈜ 이야기다. 팔월삼일은 첫 프로젝트로 장병들에게 큰 불편함을 주고 있는 아이템을 선택했다. 사격 훈련을 앞두고 반복되는 ‘삽탄’이 팔월삼일이 주목한 불편함이었다. 군에서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삽탄 작업은 장갑을 착용하더라도 손에 통증이 뒤따른다. 책상이나 바닥에 탄알집을 댄 채 탄알을 억지로 넣다 보면 기능고장이 발생하기도 한다. 팔월삼일은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 누구나 손쉽게 삽탄할 수 있도록 ‘급속 삽탄기’를 개발했다. 이 플라스틱 도구를 사용하면 20발을 삽탄하는 데 7초면 충분하다. 불편함에 주목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는 팔월삼일 맹동주 대표를 국방일보가 만났다.


전역 후 국방스타트업 도전


팔월삼일은 지난 2018년 개인화기용 삽탄기 개발에 처음 나섰다. 현재 개발된 삽탄기는 자동형과 수동형으로 나뉘는데, 특허를 포함해 팔월삼일이 보유한 관련 지식재산권만 6개에 달한다. 삽탄기를 사용하면 손으로 일일이 해야 해 오래 걸렸던 작업 시간을 절반 이상 단축할 수 있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삽탄기 개발은 맹 대표의 군 생활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소규모 부대이다 보니까 사격훈련을 앞두고 저를 비롯한 병사들이 삽탄 작업을 할 일이 많았습니다. 한 번 훈련하면 3000발 정도를 작업했죠. 그런데 탄알이 안 들어가는 경우도 많고 손도 다치고, 매번 힘들게 작업을 했습니다. 21세기에 삽탄을 이런 식으로 하냐는 궁금증을 안고 전역했습니다.”

이 대표는 전역 후 국방스타트업에 도전하며 첫 아이템으로 삽탄기를 선택했다. 군 생활 기간 절실히 느낀 불편함이 자연스럽게 개발 아이디어가 됐다.

“우리 아이템 대부분은 경험에서 비롯됩니다. 사업 과정에서 군 생활 경험이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삽탄을 아직도 수작업으로 한다는 문제의식이 그것이죠. 그렇게 삽탄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하기로 하고 자동급속삽탄기를 처음 기획했습니다.”


기품원 지원받으며 사업 속도

팔월삼일은 수성 탐사선 메신저호가 출발한 날(2004년 8월 3일)에서 따왔다. 더 나은 세상이라는 의미가 있는 ‘수성’, 그리고 그곳으로 향하는 메신저호처럼 사용자를 더 나은 세상으로 안내하려는 의지가 담긴 이름이다. 대학에서 부동산을 전공한 맹 대표는 전역 후 회사생활을 1년 정도 하다가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창업교육을 수료한 뒤, 불편함을 해소하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지금의 팔월삼일을 차렸다.

처음으로 국방 분야에 도전장을 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고 한다. 자동삽탄기를 개발한 뒤 군에 제품을 홍보하려 했지만 군 관계자를 만나는 일부터 어려웠다. 그러다 운 좋게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이 운영하는 국방벤처사업 대상으로 선발되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방산이 진입하기 어려운 산업인데 기품원 협약 기업인 덕분에 현역 장병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자동삽탄기 이외에도 가볍게,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있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아 수동삽탄기를 개발했습니다. 부대 반응이 좋아서 처음에는 3D 프린터로 제작하다가, 나중에는 금형 생산까지 했죠. 지금은 금형이 최종 완성돼 본격적인 양산 준비를 끝난 상태입니다.”

팔월삼일의 삽탄기는 지난 6월부터 해군 인천해역방어사령부에 납품되기 시작했다. 공군과 해병대 부대와도 납품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소중한 인연도 만났다. 육군취업지원센터를 통해 장진영 차장을 소개받은 것. 예비역 육군소령인 장 차장은 지난 7월 팔월삼일에 합류해 군납·홍보 등 노하우를 공유하며 회사에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처럼 국방벤처 도전”

팔월삼일은 삽탄기에서 멈추지 않고 앞으로 다양한 군 관련 물품 개발에 도전할 계획이다. 현재는 영점사격 훈련 등에 활용하는 레이더 영점기를 준비하고 있다.

“팔월삼일은 군 전력 발전에 집중하는 기업입니다. 군에 대한 감사함이 많습니다. 지금까지 받은 혜택을 통해 꿈꿔왔던 국방스타트업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맹 대표의 바람 중 하나는 국내 방산시장에서 다양한 스타트업 기업이 활약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국방력 증강에 보탬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군을 더 좋게 바꾸는 기회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병사들이 복무 중 느낀 개선요소를 사업화한다면 의미 있는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스라엘은 군 경험을 바탕으로 한 스타트업이 많습니다. 이스라엘처럼 한국에서도 국방벤처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습니다.”

맹 대표는 끝으로 청년들을 향해 국방 분야 창업에 도전할 것을 권유했다.

“군은 그 어떤 곳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제품이 좋지 않다면 구매하지 않죠. 반대로 정말 제대로 된 제품, 장병이 원하는 제품을 만든다면 군은 얼마든지 열려 있습니다. 아이디어가 있다면 도전하시길 바랍니다.” 글·사진=이원준 기자


이원준 기자 < wonjun44@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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