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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현장을 가다-한화에어로스페이스] 볼트 하나하나 장인의 손길로… 유일무이 엔진명가

김상윤 기사입력 2021. 10. 21   17:17 최종수정 2021. 10. 21   17:35

K방산 현장을 가다 
10 한화에어로스페이스
 
40년간 9000대 이상 생산…기술 수출·해외 정비센터 구축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엔진 생산 막대한 파급효과 기대도

KF-21에 장착될 초도 1호기 F414 엔진의 블리스크(블레이드·디스크 일체형).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산화한 품목으로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투기, 헬기, 함정 등에 탑재되는 엔진을 생산·정비하는 국내 유일무이한 방산기업이다. 1979년 방위산업에 진출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40여 년 동안 9000대 이상의 엔진을 생산하고, 국군 핵심 전력의 엔진 정비를 종합 지원하며, 국가 항공산업 발전 및 대비태세 유지에 기여했다. 특히 한국형 전투기와 한국형 발사체 엔진 제작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세계 각국에 엔진정비 기술을 수출하며 K방산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글=김상윤 기자/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엔지니어가 해군 고속정에 장착되는 엔진 패키지 LM500을 조립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공장을 방문한 글로벌 항공 업체 관계자가 국산화 엔진 부품을 견학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세계 시장에서 기술 역량을 인정받는 ‘글로벌 항공기 엔진부품 사업자’로 성장해 K방산 수출에 기여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엔진조립동에서 숙련된 엔지니어들이 한국형 전투기 KF-21에 장착될 F414 엔진을 조립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엔지니어가 해군 고속정에 장착되는 엔진 패키지 LM500을 조립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공장 시운전실에서 시운전 오퍼레이터들이 항공 엔진의 시운전 결과를 분석하고 있다.


한국형 전투기 ‘심장’ 탄생

무기체계 엔진은 흔히 ‘심장’에 비유되곤 한다. 지난 14일 찾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엔진조립동에서는 K방산 기술의 집약체인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의 심장이 탄생하고 있었다. ‘방위산업기술보호구역’이라는 경고 문구가 적힌 육중한 철문이 열리자 F414 엔진을 빙 둘러싸고 작업 중인 기술자들이 보였다. 공기 흡입 기능을 하는 펜 모듈 조립 작업이 한창이었다. 기술자들의 진지한 눈빛에서 세계 최고 품질의 엔진을 완성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그 옆에는 완성된 형태의 초도 1호기 F414 엔진이 우뚝 서 있었다. 1차 시운전을 무사히 마친 엔진이지만 다시 한 번 완전분해·재조립을 거쳐 2차 시운전을 진행한다. 그만큼 품질검증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안에 초도 1호기 F414 엔진을 완성해 납품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4대를 추가 납품할 예정이다.


일부 공정 제외 대부분 수작업으로

F414 엔진 조립 과정은 극히 일부 공정을 제외하면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졌다. 작은 볼트 하나를 결합하는 일까지 전부 기술자들의 몫이다. 기업의 기술력이나 설비 투자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군수 항공 엔진 특성상 사람의 정밀한 손기술이 요구되는 것이다. 세계 3대 항공엔진 제작사들도 이와 같이 수작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엔진조립생산2팀 김대길 파트장은 “군수 항공 엔진은 종류가 다양하고 규격과 기준이 제각각 다르며, 대부분 소량만 생산해 자동화 적용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아주 간단한 조립절차도 엄격한 규격과 기준에 따라 이뤄져야 하기에 기술자 숙련도와 엄격한 품질검증이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파트장은 “우리 엔지니어들의 경력은 보통 20년 이상, 길게는 30년 이상으로, 마이스터·기술사·기능장 등 고도로 숙련된 인원들이 작업을 이끌고 있다”며 “우리가 생산한 엔진 제품이 품질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국산화율 40% F414 엔진 의미

KF-21에는 2만1000파운드(lbf) 추력의 F414 엔진이 쌍발로 장착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세계적인 항공업체 GE와 기술협약을 통해 면허생산 방식으로 F414 엔진을 제작하고 있다. 항공 엔진은 높은 진입장벽, 까다로운 국제인증, 기술이전 제한, 국내 인프라 부족 등 다양한 요인으로 국산화가 극히 어려운 방산 분야로 손꼽힌다.

이런 여건 속에서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블리스크(블레이드·디스크 일체형), 회전체 파트 등 엔진 중요 부품의 국산화에 성공해 F414 엔진의 국산화율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이번 성과로 K방산의 염원인 ‘국산 엔진 독자 개발’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앞으로 항공용 소재기술 국산화까지 추진해 완전한 기술자립을 달성하는 것이 기업의 목표다.

F414 보조동력장치(APU) 역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자체 개발 중이다. 고온고압의 공기를 생성해 엔진을 짧은 시간 내에 시동하고, 유압·전기 계통의 구동·제어를 담당하는 중요한 장치다. APU 국산화율 목표는 92.78%로 설계·사업 관련 모든 권리가 국내에 있다. 이는 향후 KF-21의 성능 향상, 운용·유지, 파생형 항공기 제작 등 다방면에서 큰 이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KF-21 엔진사업 관리를 총괄하는 군수항공사업본부 최병훈 차장은 “수십 년에 걸친 엔진 제작 경험과 노하우, 글로벌 기업과 쌓아온 신뢰 등을 바탕으로 고난도 기술이 요구되는 고부가가치 핵심 부품 다수를 국산화할 수 있었다”며 “특히 F414 엔진은 면허생산에 앞서 체계통합 개발 과정에도 우리가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엔진 생산에서 해외 기술수출까지

국군이 운용하는 각종 무기체계의 가스터빈 엔진 대부분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손을 거쳐 생산·정비되고 있다. KF-16·F-15K 전투기용 엔진 F100·F110, T-50 고등훈련기용 엔진 F404 등 대한민국 공군의 주력 항공기 엔진과, 한국형 헬기 수리온 엔진, 해군 함정용 엔진 및 함대함 유도탄 엔진 등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우리 손으로 엔진을 생산하면서 정비 역시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이는 우리 군 전력의 가동률 향상 및 확고한 대비태세 유지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나아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해외 각국에 정비 기술을 수출하고 있다. 기업의 첫 유지·보수·정비(MRO) 기술 수출은 1982년 인도네시아 정부와 맺은 UH-1H 헬기용 T53 엔진 4대의 창정비 계약이다. 1983년에는 미국 IA사의 T53엔진 창정비 수출에 성공하며 세계 항공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 시장으로 수출 영토를 넓혔다. 1986년에는 미 공군의 C-130 수송기용 T56 엔진, F-4 전투기용 J79 엔진 정비 물량을 수주했다. 1996년에는 베네수엘라 공군으로부터 6000만 달러 규모의 F100 엔진 정비 물량을 수주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MRO 수출 담당 이종훈 과장은 “지금까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창정비 사업을 수행한 국가는 미국,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스페인, 네덜란드, 칠레,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요르단, 아랍에미리트, 케냐 등 12개국 이상”이라며 “가스터빈 엔진 기술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이 이제는 엔진 기술을 해외에 수출하는 나라로 성장했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K-MRO’, K방산 도약 엔진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출 사업은 단순한 정비기술 수출을 넘어 ‘해외 MRO 거점 구축’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소요 국가에 정비센터를 구축해 현지 방산업체의 창정비 능력 향상을 지원하고, 통합 수리부속 공급체계까지 연계해 ‘종합 군수지원 서비스’로 확대하는 이른바 ‘K-MRO’ 전략이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016년부터 2년에 걸쳐 사우디아라비아에 정비센터를 구축한 데 이어 최근 인도네시아에 두 번째 MRO 거점 구축을 완료했다. 앞으로는 태국·필리핀 등으로 MRO 거점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K-MRO는 현지 기술지원과 전산시스템 운영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정비센터가 설치되는 소요 국가 입장에서는 자체적인 정비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또 MRO 구축에 양국이 상호 협력하는 과정에서 신뢰를 쌓아가며 새로운 사업 파트너로 성장할 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군수항공사업을 책임지는 홍재기 부사장은 “K-MRO는 사업적으로 기술 수출국과 수입국이 모두 ‘윈-윈(Win-Win)’하는 선순환 구조일 뿐만 아니라 우리 기술로 우방국의 항공기 목표 가동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주는 효과가 있다”며 “K-MRO가 앞으로 K방산을 또 한 번 힘차게 비상하게 만들어 줄 새로운 엔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엔지니어들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엔진을 제작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총 6기의 누리호 엔진을 생산·납품한다.


한국형 발사체 엔진 제작 ‘우주시대 선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엔진 생산이라는 막중한 임무도 맡고 있다. 누리호는 1.5톤급 실용위성을 지구 상공 600~800㎞ 저궤도에 추진할 수 있는 3단형 발사체다.

독자적인 우주 수송 능력 확보를 위해 추진되는 누리호 사업은 민간은 물론 국방 분야에도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총 6기의 누리호 엔진을 생산·납품한다. 1단과 2단에 적용되는 75톤급 엔진 5기와 3단에 적용되는 7톤급 엔진 1기다.


[인터뷰]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 

“항공 엔진 기술 자립도 높여 글로벌 기업 파트너 인정받아”



“해외 기술에 의존했던 핵심 국방기술인 항공 엔진의 기술 자립도를 높이는 막중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자부합니다. 앞으로도 엔진 기술 국산화를 지속 추진해 항공 무기체계 수출 확대 및 국가 방위사업 성장에 기여하겠습니다.”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기업의 목표와 비전을 밝혔다. 신 대표이사는 “해외 MRO 시장개척에 적극 나서는 한편 국내 독자 기술로 설계·개발한 유도무기용 가스터빈 엔진과 보조동력장치(APU)의 해외 수출을 확대해나갈 것”이라며 “해외 선진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원가·납기 등 본원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것에도 주력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형 전투기 KF-21 개발에 참여해 엔진과 APU 등을 생산하고 있다. 신 대표이사는 “KF-21 사업 참여는 국내 엔진 설계 기술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라며 “자체 개발 중인 KF-21 착륙, 유압·구동 및 연료계통의 평균 국산화율은 기존 국산 항공기 구성품 국산화율보다 2~3배 높은 64%”라고 강조했다.

항공엔진 분야는 한치의 불량도 용납되지 않는 고도의 기술력과 안정적인 공급 능력을 갖춰야 하는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이다. 기술이전 문제도 난제다. 선진 업체는 면허생산 등을 통해 부분적인 기술이전은 허용하지만, 정작 엔진 제작에 필요한 핵심기술은 넘겨주지 않기 때문이다. 신 대표이사는 “우리도 사업 초기 기술 약소국의 서러움을 극복해가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국산 엔진이 개발되려면 항공 소재, 부품, 인증 인프라 등 항공산업 전반을 육성하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세계 항공 엔진 시장에서 절대적인 점유율을 보이는 글로벌 기업 3사가 있다. GE, P&W, 롤스로이스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들 3사의 핵심 파트너로 인정받는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다. 특히 P&W사와는 국제공동개발사업(RSP) 파트너 관계다. RSP란 엔진사업 전체의 리스크(Risk)와 이익(Revenue)을 참여 지분만큼 배분하는 계약 방식이다.

신 대표이사는 “이는 우리가 단순한 하청 업체를 넘어 세계에서 역량을 인정받는 ‘글로벌 항공기 엔진부품 사업자’로 성장했다는 의미”라며 “격상된 지위를 바탕으로 고부가 가치의 초정밀 제품을 장기적으로 공급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신 대표이사는 “현재 정부와 공동으로 무인 항공기용 터보팬 엔진 등을 개발 중이며, 항공용 고출력 왕복 엔진 개발 참여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미래 전장에서 우리 군 공중전력 우위 확보와 유·무인 항공무기체계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상윤 기자 < ksy0609@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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