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UN가입 30년과 軍 국제평화협력활동

병력보다 재정·기술적 공여로 전환해야 할 시점

서현우

입력 2021. 10. 20   16:51
업데이트 2021. 10. 2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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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기고③-평화유지 선진화의 꿈
홍규덕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12월 개최 유엔평화유지 장관회의
대한민국 새 선진화 전략의 출발점
우리 IT·의료기술 세계 최고 수준
유엔 디지털 혁신에 도움 가능할 듯
 
우리 군 해외파병은 대한민국 위상 제고와 국력 향상에 크게 기여해 왔다. 사진은 지난 2016년 한빛부대 주둔지 인근 한빛농장에서 우리 장병과 현지인 농업 교육생이 함께한 모습.  이경원 기자
우리 군 해외파병은 대한민국 위상 제고와 국력 향상에 크게 기여해 왔다. 사진은 지난 2016년 한빛부대 주둔지 인근 한빛농장에서 우리 장병과 현지인 농업 교육생이 함께한 모습. 이경원 기자

지난 2019년 10월 남수단 한빛부대를 방문한 홍규덕(오른쪽 셋째) 숙명여대 교수가 부대 현황을 청취하고 있다.  홍규덕 교수 제공
지난 2019년 10월 남수단 한빛부대를 방문한 홍규덕(오른쪽 셋째) 숙명여대 교수가 부대 현황을 청취하고 있다. 홍규덕 교수 제공

유엔 평화유지 장관회의가 올해 12월 7~8일 서울에서 개최된다. 무려 155개 유엔 회원국이 참여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전 세계가 극심한 고통과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현 상황에서 열리는 서울 회의는 그 의미가 크다.

돌이켜보면 지난 2년여의 국제사회는 다자주의가 쇠퇴하고, 강대국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등 극도로 불안정해졌다. 학자들은 다자체제의 분절, 지정학의 귀환, 보호무역의 확대 속에서 국제협력이 사라지고 자국 우선주의가 비등하며 고립·분노·좌절·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한 갈등이 증폭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실제로 세계 도처에서 폭력은 확대되고, 고통받는 지구촌 이웃들을 지킬 수 있는 국제사회의 손길은 멀기만 하다. 지켜줘야 할 평화가 점차 사라지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지난 9월 21일(현지시간) 제76차 유엔총회에 참가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국제사회의 단합된 노력을 강조하며 평화를 위한 유엔의 노력에 대한민국이 앞장설 것임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의 출발점을 한반도에서 찾았다. 한국의 영향력은 이미 지역과 세계를 향하고 있다.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유엔을 방문한 BTS(방탄소년단)가 유엔본부에서 촬영한 ‘퍼미션 투 댄스’ 뮤직비디오는 3분47초짜리 짧은 분량이지만 2주 만에 2708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세계는 한국의 메시지에 주목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한국과 유엔이 만든 30년의 역사는 평화·자유·번영을 향한 유엔의 가치를 전 세계에 보여준 기적과 같은 성공 사례다.

이번 12월 개최하는 평화유지 장관회의는 우리 외교와 국방의 지평을 한반도에서 전 세계로 확대하는 기회의 창이다. 불안정한 지역의 평화가 굳건히 자리를 잡도록 대한민국의 의지와 아이디어, 역량을 소개하는 역사적 전환점이 돼야 한다.

우리 군의 파병 역사는 어느새 30년이 되어 간다. 1993년 이후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대한민국이 성장한 위상과 국력에 비해 우리 군의 역할은 고정된 감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산 공여는 세계 10위권에 진입했고, 병력 공여는 30위권에 이른다.

통계가 보여주듯 이제 대한민국은 병력보다 재정과 기술적 공여로 전환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안타깝게도 분쟁이 발생하는 현장 사정은 그다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인적 교류가 줄어들고, 각국이 보건 역량을 총동원해 자국 확진자 관리에 치중하다 보니 임무단에 대한 의료지원과 주둔국 의료 사정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이번 행사에서 의무역량 강화를 조명하는 이유이다.

한국의 정보통신 기술(ICT)과 애니메이션 능력은 물론 전문 의료진과 간호 인력은 세계가 인정하는 최상의 수준이다. 우리 의료인력은 이미 2014년 시에라리온의 에볼라 퇴치에도 참여해 세계 보건 협력에 앞장섰던 경험이 있다. 우리 군이 아프리카 현장에 의무인력을 파견해 응급처치와 야전 수술을 주도하고, 각종 첨단 장비로 현지인을 교육·지원할 수 있다면 유엔 주도 평화유지활동(PKO)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유엔은 현재 디지털 혁신에 모든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최근 4년 사이 3번의 보고서를 낼 정도로 기술 역량 강화에 관심이 크다. 디지털 강국 대한민국의 도움과 기여가 가장 절실한 분야다. 이 분야는 민·군 협력이 가장 기대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우리는 5G에서 이미 6G로 전환하고 있지만, 아프리카 현지는 4G도 가용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통신은 물론 전기가 충분하지 않고, 도로 사정 등 인프라가 열악하며, 식수·환경오염, 쓰레기 문제도 심각하다.

우리 기업의 앞선 기술과 한국인의 효율성·열정이 함께한다면 후발 개발도상국들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도록 도울 수 있으며,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현재 유엔 스마트 캠프를 구현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며,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동맹 국가와 함께 파트너십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엔도 큰 기대를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여성의 참여는 유엔평화유지군의 오랜 숙제이자 도전 과제다. 유엔은 지난 2017년 제2차 유엔 평화유지 장관회의에서 합의된 PKO 여성 참여 확대 의제 ‘엘시 이니셔티브(Elsie Initiative)’를 통해 여성의 현장 참여 비율을 대폭 확대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해외 파병부대의 여군 참여 비율이 과거보다는 높아졌지만, 지휘관 파병 등 아직 선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다만 여성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선행돼야 하기에 우리의 IT로 시설개선에 힘쓴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군 자체 역량만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민·군 협력이 필요한 이유다.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하며 난민수용소 내 열악한 인권 사정이나 보건 상태를 감안한다면 과거와 다른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복합적 위기를 극복하고, 평화를 만들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협력과 국민 성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행사는 대한민국 평화유지 역사의 새로운 전환점이 돼야 하며, 새로운 선진화 전략의 출발선이 될 것이다.


서현우 기자 < lgiant6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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