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국방일보-ROTC중앙회 공동기획 ‘60년 전통 이어 미래로’

박승섭 ROTC중앙회 헌혈분과위원장 “‘헌혈하는 바보’ 선배로 기억되기를…”

최한영

입력 2021. 10. 08   16:49
업데이트 2021. 10. 1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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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박승섭 ROTC중앙회 헌혈분과위원장
 
전역 후 취직 위해 ROTC 선택
육군53보병사단서 군 생활 첫발
KB국민은행 30년 근무
2002년 ‘최다 헌혈자’ 선정
 
치매 노인 요양보호사 일하며
퇴직 후에도 봉사활동 이어가

 

ROTC중앙회 박승섭 헌혈분과위원장이 지난 2018년 받은 ‘자랑스러운 ROTCian’ 상패를 들고 중앙회 차원의 헌혈 운동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ROTC중앙회 박승섭 헌혈분과위원장이 지난 2018년 받은 ‘자랑스러운 ROTCian’ 상패를 들고 중앙회 차원의 헌혈 운동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학생군사교육단(ROTC)중앙회 박승섭(학군 21기·60) 헌혈분과위원장의 삶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봉사’, 그중에서도 ‘헌혈’이다. 박 위원장의 헌혈 횟수는 580회에 이른다. 1986년 7월부터 35년간, 많게는 1년에 20회 이상 헌혈을 해온 결과다. 그의 이름은 대한적십자사 명예의 전당 ‘헌혈 횟수 최다 12위’에 올라 있다. 박 위원장의 바람은 현역 장병들에게 ‘헌혈하는 바보(헌치·獻痴)’ 선배로 기억되는 것. 그는 “우리가 건강할 때 헌혈에 참여해 다른 이들의 생명을 구하면서 자신의 건강도 챙길 수 있음을 기억했으면 한다”며 “헌혈이야말로 가장 순수하며, 고귀한 방식의 봉사다. 후배들이 적극 동참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최한영 기자



헌혈 유공 국민포장 등 ‘선한 영향력’

경북대학교 통계학과 79학번인 박 위원장은 과 동기 두 명과 함께 ROTC 길을 택했다. 큰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형수님이 ‘ROTC를 거쳐 장교로 생활하면 전역 후 취직이 잘 된다더라’면서 권한 게 시발점이었다.

박 위원장은 1983년 임관 후 육군보병학교 초등군사반을 수료하고, 육군53보병사단 해안경계부대 소대장으로 군 생활의 첫발을 뗐다. 이듬해 1월 있었던 ‘오발 사건’은 지금 생각해도 그의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소대 야간사격 훈련 중 갓 전입한 신병이 오발 사격을 했는데, 천만다행으로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그 사건 이후 박 위원장의 삶엔 감사함이 깃들었다.

당시 경험은 박 위원장이 어려운 이웃을 돕는 계기가 됐다. 그곳에서 1년을 근무한 후 이듬해 6월부터 1987년 6월까지는 육군사관학교(육사) 교수부에서 수학 교관을 했다. 육사 근무 중이던 1986년 7월은 박 위원장이 ‘헌혈 인생’을 시작한 때다. 서울 청량리역 앞을 지나는 데 우연히 발견한 헌혈 버스에 자신도 모르게 올랐다. 그날의 헌혈은 12년 전 자신과 했던 약속을 지키는 것이기도 했다.

“중학교 2학년이던 1974년 8월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엑스플로(Explo) 74’ 선교대회에 참여했을 때 수많은 기독교인이 헌혈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첫 헌혈을 하며 12년 전 기억이 눈앞을 스쳤습니다.”

정기적인 헌혈은 1991년부터다. 백혈병을 앓고 있는 친구 조카를 돕기 위해서였다. 이후 관련 기관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헌혈증을 기부하고, 헌혈 수필 공모전에 참여하는 등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30년을 근무한 KB국민은행에서 2002년 ‘최다 헌혈자’로 선정됐다. 2005년에는 헌혈 유공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 2017년에는 국민 포장을 받았다.


헌혈분과위원장 맡아 사랑 나눔 앞장

박 위원장은 2018년 ROTC중앙회 ‘자랑스러운 ROTCian’ 상을 받았고, 이듬해부터 헌혈분과위원장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전임 진철훈 회장님 재임 당시 중앙회 회원 중 헌혈을 가장 많이 해서 상을 받았습니다. 진 회장님이 ‘보다 체계적인 봉사를 해보자’고 제안하셔서 위원장을 맡았습니다.”

ROTC중앙회는 헌혈분과위원회, 중앙회 봉사단과 헌혈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생명 나눔을 실천하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새 생명의 희망을 전하고자 매년 ‘ROTC 헌혈 봉사의 날’도 개최한다.

올해 4월 22일에는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ROTC중앙회관과 전국 헌혈의 집, 헌혈 카페에서 헌혈 봉사의 날 행사를 열었다. 매년 모은 헌혈증은 6월 1일 ‘ROTC의 날’ 행사에서 대한적십자사·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기증하고 있다.

“ROTC 출신 동문 중 100회 이상 헌혈자, 대학·기수·지역별 회장단이 참여하는 모바일 메신저 대화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동문이나 가족 중 위급한 사람이 있으면 자발적으로 헌혈하고, 도움을 드리는 일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사랑의 집짓기 등 봉사의 삶 이어가

박 위원장은 헌혈 외에도 다양한 봉사 활동을 해왔다. 전역 4일 후 주택은행(현 KB국민은행)에 입행한 박 위원장은 30년 동안 ‘한 우물’을 팠다.

은행 업무 외에 해외 봉사단 활동을 하며 나중에는 단장까지 맡았다. 단원들과 함께 조립한 자전거 1500대를 캄보디아 어린이들에게 기증하기도 했다.

“단장 자격으로 캄보디아를 찾았을 때 초등학교에 전기도 들어오지 않을 만큼 환경이 열악한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자전거를 받은 어린이들이 천하를 얻은 것처럼 기뻐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박 위원장은 봉사의 삶을 이어가기 위해 직장 봉사단뿐만 아니라 여러 단체를 통한 사랑의 집짓기, 호스피스 병원 봉사도 펼치고 있다. 은행을 퇴직한 지난해부터는 경기도 남양주의 한 보호센터에서 치매 노인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다.

“아버지는 작고하셨지만, 올해 100세이신 어머니는 매일 7남매의 건강을 기도하십니다. 봉사라는 게 쉽지만은 않지만, 치매를 앓고 있는 어르신들을 부모님처럼 생각하고 보살피며 인생 후반전을 살고 있습니다.”


“후배 장병들 헌혈의 기쁨 함께 누리길…”

‘봉사의 달인’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박 위원장에게 ‘군인에게 봉사는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ROTC 헌혈 봉사의 날 행사에서 만났던 현역 군인들의 말을 전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부대원들과 함께 모은 헌혈증을 보내온 지휘관이 ‘헌혈을 하며 장병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집단생활의 어려움을 나눌 수 있게 됐다’며 도리어 감사 인사를 전해와 감동을 받았습니다. 군인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봉사가 헌혈이라고 생각합니다. 국가적인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는 경험은 전역 후에도 큰 자산으로 남을 것입니다. 보다 많은 후배 장병들이 그 기쁨을 함께 누렸으면 합니다.”

박 위원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부여된 임무 완수에 매진하는 후배 장병들에게 격려의 말을 전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예전보다는 군 생활이 쉬워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어려울 때가 많을 것입니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을 볼 때 군 생활은 짧은 순간에 지나지 않기에 어려운 순간 한 걸음 물러서서 여유를 찾으면 보다 성공적인 군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민의 군대, 강한 군대’ 일원으로서 건강하고 행복한 군 생활을 하기를 기원합니다.”


최한영 기자 < visionchy@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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