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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 가치 맞춰… 세계질서 적응 내부정책 담았다

기사입력 2021. 09. 24   15:13 최종수정 2021. 09. 24   15:44

러시아의 새로운 국가안보전략 -최신 국가안보전략서 발표

러 연방법 의거 6년 만에 갱신
외교 다원화·국제적 협력 강조
정보영역→ 전투공간으로 인식도


과학기술 중시 ‘기술독립’ 명시
실제적 파트너로 중국·인도 인정
선언문에 가깝지만 일관된 정책 담아


러시아는 지난 7월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서를 통해 대내외 안보위협 분석을 기반으로 한 국내외 정책 분야 국가이익과 전략적 우선 순위를 공개했다. 사진은 지난 23일 러시아 오렌부르크 지역 동구즈 훈련장에서 진행된 상하이협력기구(SCO)의 2021 피스미션 훈련 중 한 장병이 러시아의 중거리 방공미사일 시스템 앞을 지나는 모습.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7월 2일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전략기획문서인 새로운 국가 안보전략서에 서명함으로써 대내외 안보위협 분석을 기반으로 한 국내외 정책 분야 국가이익과 전략적 우선 순위를 발표했다. 이는 국가정보 목표우선순위(PNIO·Priority of National Intelligence Objective)를 토대로 위협에 대비하는 안보 스펙트럼이 대단히 광범위함을 알 수 있다.

이번에 발표된 국가안보전략은 다섯 번째 발간 문서다. 1997년 옐친 대통령이 승인한 최초 문서는 국가안보 개념으로 불렸다. 그 후 2008년 9월에 메데베데프 대통령에 의해 남오세티아 분쟁에 대비한 문서가 2009년 5월에 승인됐으며, 2010년 10월 업데이트 발간됐다. 2015년 12월 말 크림병합과 우크라이나 동부의 무력공격 이후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을 발표했는데, 이번 안보전략은 전략기획에 관한 2014년판 러시아 연방법에 의거 6년 만에 갱신된 전략문서다.

국가안보라는 용어 자체가 외부 독재로부터 자유를 뜻하기도 하며, 객관적으로는 기존 가치에 대한 위협이 없음을 의미한다. 주관적으로는 이러한 가치가 공격을 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없음을 뜻한다. 러시아어로 베즈아파스노스찌라는 용어 자체가 국가 안전에 공포, 불안, 걱정의 위협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새로 공표된 문서는 여러 중요한 문제에 대한 러시아 입장을 반영하는 정치적 메시지로 가득 차 있다.

2021 안보전략 주요 변경 내용
우선 새로운 2021년 전략서에서 2015년과 뚜렷한 변화를 보이는 것을 표로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항목은 116개 항에서 106개 항으로 줄었으나 항목별 내용은 다루는 범위가 넓어졌고 구체화됐다.<표 참조>

러시아는 오늘날 세계 질서에 대한 평가를 새롭게 하고 있다. 2015년 전략서는 부상하는 다원적 질서를 언급했지만 이제는 다수의 세계 경제·정치 발전 중심지가 등장했고, 새로운 글로벌 및 지역 국가지도자의 강화된 위상이 새로운 규칙과 원칙을 형성했다고 보며 서구 국가들이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세계의 불안정이 증가하고 있다고 본다.

2015년 국가안보전략서는 공동 관심사에 대해 미국과 파트너십을 발전하는 데 관심을 표명했고, 유럽국가 및 유럽연합과의 상호 유리한 협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열망을 표명했다. 대서양 지역의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관계를 발전시키려는 의지가 있었다. 그러나 2021년 전략서는 파트너십과 협력은 사라지고 국제관계에 대한 보다 거래적인 관점으로 대체됐다. 나토는 부인하나 미국이 글로벌 미사일 방어체계를 구축하려는 의향이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으며, 그동안 푸틴 대통령을 괴롭혀온 우크라이나 문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안보전략서의 두 버전 모두 러시아 국가안보를 보장하는데 필수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전략적 국가 우선순위 목록을 위 도표처럼 각각 9개씩 제시했다. 그러나 우선순위가 일부 조정됐고, 개념이 변경됐다. 첫째는 러시아 국민의 보존 및 인간 잠재력의 개발이다. 2015년에는 이 말이 러시아 시민의 삶의 질 향상과 건강으로 표현됐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막대한 손실과 이주 노동자들의 귀향이 어느 때보다 국가의 중요과제가 됐음을 보여준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 7월 서명한 러시아의 새 안보전략서.   필자 제공
안보 우선순위 변화
국방이 2015년 1위에서 2위로 내려앉았고, 국가 및 공공안보와 정보보안, 그리고 경제안보가 그 뒤를 이었다. 2015년 과학기술 및 교육은 2021년에 과학 및 기술발전이 됐다. 2015년의 문화가 2021년에는 전통 러시아의 정신 및 도덕적 가치, 문화, 역사 기억의 보존으로 구체화 및 우선순위에 올랐다. 생태학은 생태학적 안보가 됐으며, 2015년의 전략적 안정성 및 동등한 전략적 파트너십은 전략적 안정성에 덧붙여 상호 이익이 되는 국제협력으로 변경됐다.

2015년 판의 특징은 1인당 GDP, 기대수명, 과학 교육 및 문화에 대한 GDP 비중, 무장력에서 현대 무기의 비중을 포함해 국가안보의 진화하는 상태를 평가하기 위한 10가지 기본지표 목록이 있었으나 무기 현대화를 제외한 다른 지표가 거의 개선되지 않았고, 1인당 GDP는 2021년 들어서 실제 감소했다. 2021년 판의 경제 및 과학기술 부분에서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대외무역에서 달러사용을 줄이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미국 경제권의 영향에서 탈피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현저한 특징은 세계 경제가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전환하고 있는 바 과학기술 발전이 경쟁력을 높이고 국가안보를 보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이를 위한 기술독립을 주장하면서 기술발전을 위한 투자와 지출, 그리고 국가 관리시스템 구축을 강조했다. 이것은 최근 연구개발(R&D) 연구원 감소와 지출, 그리고 정체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문화 섹션에서 러시아 사회의 기초로서 전통적인 러시아의 영적·도덕적 가치의 유지 및 증진을 강조하면서 거의 4페이지를 할애해 강조하고 미국 및 동맹국이 초국적기업, NGO, 종교, 극단주의 조직과 함께 러시아 가치에 대한 공격의 출처를 명시해 러시아에서의 서구화가 러시아의 문화 주권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안보전략서 작성에 주는 시사점
2021년 안보전략서의 전략적 안정성에 대한 섹션에서 유엔에 대한 일반적인 언급과 CIS(독립국가연합) 유라시아 경제연합, 집단안보조약기구, 상하이 협력기구를 간략히 언급하면서 실제적 파트너로서 중국과 인도를 인정한다.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 중요성 증가와 러시아가 이 지역에 비중을 두고 있다는 표현이다. 역설적으로 최근 중국과 연합훈련을 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가 그렇게 가깝지 않다는 우려를 내포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친구와 동맹이 거의 없다는 우려를 시사하고 있다. 한반도 외에 아프가니스탄을 문제 지역 목록에 등장시켰다.

항간에는 이러한 러시아의 안보전략이 전략이라기보다는 러시아 안보를 위협하는 도전 요인에 대한 크레믈린 거주자들의 도전적인 선언문처럼 보인다고 하는 평가도 있다. 이러한 도전적인 전략서 발간은 푸틴 대통령의 임기가 지속되는 한 계속될 것임을 시사한다. 해마다 이행 정도를 평가해 그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연례보고서 제출 외에 이를 강력하게 시행할 메커니즘이 없다는 면에서 선언문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2021년 안보전략은 미·중 경쟁구도에서 한발 물러선 태세로 러시아의 야망, 우려, 미래에 대한 비전을 설명하면서 경제성장 개선, 천연자원 수출에 대한 의존도 감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전통적인 가치에 대한 초점을 맞추고 국내 안정에 대한 서구의 행동을 적시하며, 외교정책의 전략적 방향의 연속성을 표명하면서 발전하는 세계질서에 적응하고자 하는 내부 정책에 중점을 둔 부분은 평가할만하다.

지정학적 불안정이 계속되는 한 외교의 다원화가 필요하며 정보영역을 주요 전투공간으로 인식한 점, 기후변화의 부정적 영향과 환경보존, 국제적 협력의 필요성 인식, 국방부문의 기술적 독립성 강조, 러시아 북쪽 지역인 북극 외에 남극에 대한 경제적 영토 확장, 원자재 수출에서 벗어나 가공 및 첨단산업 다각화로의 전환 등으로 주도권을 강조하는 만큼 우리는 러시아의 안보전략서가 대단히 포괄적이면서도 러시아 국가이익을 수호하고 러시아 연방의 경쟁력과 국제적 명성을 높이기 위한 일관된 정책을 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한국의 안보전략문서 작성 시 다루는 범위와 내용의 깊이를 고려할 때 참고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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