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방위사업청과 함께 하는 웨폰 스토리

신속한 도하작전의 핵심…한국형 M3K 획득 착수

김철환

입력 2021. 09. 13   16:33
업데이트 2021. 09. 1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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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자주도하장비

1996년 전력화한 리본부교 대표적
운용시간 많이 들고 넓은 공간 필요
한반도 지형 최적화 장비 도입 필수적


안전성 신속성 입증된 독일 M3
기술지원 받아 국내 업체 생산 추진
설치시간 70%↓… 수상 기동속도 3배↑

2018년 진행된 나토(NATO)의 트라이던트 정처(Trident Juncture) 훈련에서 네덜란드 군의 CV90장갑차가 M3 자주도하장비를 이용해 강을 건너고 있다. 독일 GDELS사가 생산하는 M3는 실제 훈련에서 350m 길이의 세계 최장부교를 설치한 바 있다.  사진=독일연방군 플리커
2018년 진행된 나토(NATO)의 트라이던트 정처(Trident Juncture) 훈련에서 네덜란드 군의 CV90장갑차가 M3 자주도하장비를 이용해 강을 건너고 있다. 독일 GDELS사가 생산하는 M3는 실제 훈련에서 350m 길이의 세계 최장부교를 설치한 바 있다. 사진=독일연방군 플리커
전차와 장갑차는 지상군이 전쟁 수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전력이다. 이러한 전력이 자연 장애물에 부딪혀 기동할 수 없게 된다면 어떨까? 전장에서 전투부대가 기동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동지원장비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기동지원장비는 각종 장애물을 제거하고, 파괴된 다리를 연결해 주거나 하천을 건널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전차·장갑차와 마찬가지로 기동지원장비도 기동성·방호력 등의 성능이 중요하다. 글=김철환 기자/사진=방사청 제공

하천 많은 한반도 지형 필수 장비

전차와 장갑차 등이 하천 장애물을 신속하게 통과해 적 지역으로 돌입하려면 ‘도하작전’이 필요하다. 신속한 도하작전 수행을 위해 독일·프랑스·터키 등 세계 주요 국가에서는 ‘자주도하장비’를 개발해 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동고서저’라는 지형적 특성 때문에 횡으로 발달한 하천이 많다. 이러한 자연장애물은 전차·장갑차 같은 기동장비가 신속하게 통과하는 데 큰 장벽으로 작용한다. 특히 폭이 넓고 수심이 깊은 하천은 작전상황에 따라 안전성이 확보된 가운데 뗏목 형태의 문교(門橋)나 다리 형태의 부교(浮橋)를 운용하는 도하작전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현재 우리 군의 대표적인 도하장비는 1996년 전력화된 리본부교(RBS)다. 하지만 리본부교를 활용한 도하작전은 성능과 운용 측면에서 다양한 제한사항이 따른다. 먼저 많은 장비와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하천 폭 200m를 기준으로 리본부교 1세트 단위 부교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교량구축 연결 단위인 각각의 교절, 부교가 떠내려가지 않도록 예인 역할을 하는 교량가설단정, 이를 운송할 차량 56대가 필요하다. 운용 인원도 각 장비별로 운전·조종병, 가설병 등 100여 명에 이른다.

운용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넓은 공간도 있어야 한다. 부교 구축이 완료되기까지 다수의 차량이 이동해야 하고, 장비가 대기하거나 회차할 수 있는 공간도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 특히 교절과 교량가설단정은 수송차량에서 하천 위로 놓이고, 서로 결합하기까지 장시간이 소요된다. 이로 인해 기동부대가 도하작전에 투입돼도 즉시 하천을 건너지 못하고 작전 시간을 낭비하는 단점이 있다.

다수의 운용 인원이 오랜 시간 외부에 드러난 상태로 임무를 수행하므로 적에게 쉽게 노출돼 생존성을 보장받을 수 없다. 이뿐만 아니라 빠른 유속에서는 운용이 제한되고, 최신 전투장비인 K2 전차 도하지원은 어려워 추가적인 도하 장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방개혁 2.0에 따라 미래 군 구조개편 이후에 작전지역이 확장될 경우 최소 인원으로 최단 시간 내 도하작전을 지원하고, 장병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수륙양용 자주도하장비 도입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이에 방위사업청(방사청)은 한반도 지형에 최적화된 한국형 자주도하장비를 획득하기 위해 2021년 8월 한화디펜스와 계약을 체결하고 사업에 착수했다.

자주도하장비 사업은 국내 업체가 외국 원제작 업체로부터 기술지원을 받아 국내에서 생산하는 ‘기술협력생산’ 방식으로 추진된다. 한화디펜스는 도하장비 분야 원천기술을 보유한 독일 GDELS사(社)의 자주도하장비(M3 기종) 기술을 이전받아 2027년까지 한국형 자주도하장비를 국내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2017년 루마니아에서 진행된 다국적 훈련에서 독일연방군 M3 자주도하장비가 작전에 임하고 있다. 
 사진=독일연방군 플리커
2017년 루마니아에서 진행된 다국적 훈련에서 독일연방군 M3 자주도하장비가 작전에 임하고 있다. 사진=독일연방군 플리커

M3, 나토 훈련서 세계 최장 부교 설치
독일 GDELS에서 생산하는 M3는 나토(NATO) 20여 회원국이 참여해 대규모로 실시하는 군사훈련에서 350m 길이의 세계 최장부교를 설치했다. 200m 길이 부교를 24분 만에 구축하는 등 안전성과 신속성이 입증된 바 있다. 또 차체 중량이 가볍고 넓은 타이어 폭으로 연약지반에서도 진·출입이 가능하며, 경량화된 선체와 2개의 차축으로 설계돼 수상 저항을 감소시켜 안전성을 극대화했다.

한국형 자주도하장비 M3K가 전력화되면 리본부교 대비 문교·부교 설치 시간을 최대 70% 이상 단축하고, 장마철 하천의 빠른 유속에서도 운용할 수 있다. 수상에서 기동속도는 리본부교보다 3배 이상 빠르고, 수상에서 모든 기동장비를 싣고 운행할 수 있어 기동지원 능력이 크게 향상된다. 승무원실에는 방탄 성능과 화생방 방호 능력이 갖춰져 장병 생존성 향상에도 획기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리본부교는 교절, 교량가설단정, 수송차량이 하나의 세트로 구성돼 각 구성 장비별로 운용 인원이 필요하지만, 자주도하장비는 수륙양용차량 1대에 탑승한 승무원 3명이 문교·부교 가설과 해체와 같은 운용절차를 수행한다. 따라서 자주도하장비는 리본부교 200m 가설을 기준으로 인원의 45%만 필요하다.

자주도하장비가 실전에 배치된다면 군 병력감축에 부합되고, 기계화부대 전투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동지원장비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평시에 자연재해가 발생할 경우 긴급구호 및 복구장비 수송에 관한 대민지원에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유럽연합군과 미군은 실제 도하작전 운용성 향상을 위해 M3와 개량형 리본부교를 연결해 통합 운용하고 있다. 신형 장비와 구형 장비를 통합해 구형 장비의 미흡 사항을 상호 보완하는 형태로 운용하는 것.

자주도하장비가 전력화되면 리본부교와 통합 운용함으로써 리본부교 단독으로 운용할 때보다 수상 안정성을 증대할 수 있다. 특히 작전계획을 수립하는 데 있어 다양한 대안을 마련하고, 유사시 선진국에서 운용 중인 도하장비와 연동해 통합 운용하면 연합작전 수행 능력 향상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도하장비 핵심기술 확보 및 고용창출 효과
자주도하장비 기술협력생산 사업은 외국 원제작 업체의 기술자료묶음(TDP)을 받아 국내에서 생산하는 방식이다. 별도 개발 기간 없이 즉시 전력화가 가능하다.

자주도하장비가 전력화되면 해외 원제작 업체가 보유한 도하장비 원천·핵심기술을 확보해 차기 무기체계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핵심 부품인 수상 추진장치와 부력 구조물장치, 정밀 유압시스템은 국산화를 통해 유사 무기체계 신규개발·성능개량에 활용하는 등 국내 기술향상에 일조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울러 전체 사업비의 약 60% 이상 해당하는 규모를 국내 중소·중견기업에 부여해 사업에 참여토록 했다. 실질적인 고용창출 효과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면서 중소·중견기업과의 동반 성장을 통해 방산생태계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방사청 관계자는 “자주도하장비는 육군 공병전력 증강으로 한국군 기동지원능력이 향상되고, 차기 수상과 육상 겸용 무기체계 개발 확대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세계 수륙양용차량 시장을 우리나라가 점유할 수 있는 훌륭한 모범 사례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철환 기자 < lgiant6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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