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국방일보-ROTC중앙회 공동기획 ‘60년 전통 이어 미래로’

[하언태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ROTC 복무하며 조직·협동·소통 체득 사회생활 나침반 역할”

이원준

입력 2021. 09. 06   16:31
업데이트 2021. 09. 0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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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하언태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질서 잡힌 대학생활 위해 자원
포병 측지장교로 임무 수행


육군중위 전역 후 현대자동차 입사
장교로서 습득한 장점 살려 근무
군 경험 덕분에 적응 빨라

하언태 현대자동차 대표이사가 지난 2일 현대차 울산공장 홍보관에서 국방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하언태 현대자동차 대표이사가 지난 2일 현대차 울산공장 홍보관에서 국방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ROTC 생활을 통해 훈련하고 체득한 것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조직과 개인의 이해관계가 충돌했을 때 훈련받지 않은 사람들보다 확률적으로 조직의 이익을 우선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경향 덕분에 조직 생활에 더 필요한 사람으로 선택받고, 더 많은 사람이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홍보관에서 만난 하언태(학군 22기·60) 대표이사는 육군 ROTC 장교로 복무한 지난 기억을 회상하며 감회에 젖은 표정이었다.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처음에는 손사래를 쳤지만, 이내 그 시절 추억을 한 움큼 쏟아내기 시작했다. 하 대표이사에게 ROTC는 특별한 기억이자, 사회생활의 나침반 역할을 했다. 육군중위로 전역한 뒤 현대자동차에 입사한 그는 ROTC 장교로서 체득한 장점을 살려 치열하게 회사생활을 했다. 그가 꼽은 ROTC의 장점은 바로 ‘조직에서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다. 20대 시절 포병대대 참모에서, 지금은 3만 명이 넘는 직원을 이끄는 대기업 리더가 된 하 대표이사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힘든 훈련도 지금 생각하면 즐거워

하 대표이사는 아주대학교 2학년 재학 중 ROTC에 지원했다. 군 복무에 특별한 목표의식이 있어 지원한 것은 아니었다. 혈기왕성한 20대 초, 술을 많이 마시며 불규칙한 삶을 살다 보니 질서 잡힌 생활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ROTC 문을 두드렸다고 했다.

“술 먹고 놀기 바쁘다 보니 무질서한 생활을 했습니다. 통제되지 않는 삶에 회의도 들고, 체력도 당시 굉장히 떨어졌죠. 그래서 중심을 잡고 살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20대 초반에 하게 됐죠. 질서 잡힌 학교생활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이왕 군대 생활을 할 것 같으면, 리더가 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 대표이사는 ROTC 후보생 시절 문무대(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받았던 하계입영훈련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동기들과 여름 장맛비를 뚫고 훈련한 추억이 대표적이다. “행군 훈련을 하는데 경안천(경기도 광주시 소재)을 건너야 했죠. 하천을 거슬러 올라가는데 물이 허리춤까지 차올랐던 기억이 납니다. 훈련하는 1주일 내내 비가 왔는데, 좁은 A형 텐트에 물이 들어와 내의까지 다 젖었죠. 당시에는 그렇게 힘든 줄은 몰랐어요. 훈련 기간 학생들한테 위문편지도 받았고, 지금 생각하면 재미있죠. 썩 좋은 성적은 아니었지만, 임관할 때는 성적이 중간쯤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 대표이사는 육군2사단에서 포병 측지장교로 임무를 수행하며 조직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훈련 및 평가 기간에 조직의 일원으로 행동하면서다.

“한번은 군단포술대회가 열렸는데, 측지 분과에서는 우리 부대가 1등을 했지만, 나머지 분과에서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평가에 예민하신 대대장님이 간부들 모두 20㎏ 무게 완전군장을 하고 행군하라고 하셨죠. 저는 행군을 해야 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래도 10㎞를 같이 걸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대대장님이 얼마나 저를 이뻐하셨겠어요.”

협동의 덕목을 배운 것도 군대에서였다. “포를 한 발 쏘려면 400명 대대원이 함께 힘을 합쳐 협동해야 합니다. 군대 생활을 하면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조직이 어떻게 흘러가야 하는지에 대한 감을 20대 초반에 익힐 수 있습니다. 그런 경험을 군대에서 리더인 ROTC 장교로서 체득할 수 있었습니다. 아주 좋은 기회가 됐죠.”

ROTC 출신 목표·책임의식 남달라
하 대표이사는 1986년 지금의 직장인 현대자동차에 입사했다. 입사 동기 17명 가운데 7명이 ROTC 출신이었다. 일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ROTC 출신은 조직에 대한 목표와 책임의식이 남달랐다고 그는 설명했다. “회사에서 파벌 같은 것을 못하게 하니 서로 ROTC 출신이라는 것을 몰랐죠. 하지만 보니까 일하는 게 다르더라고요. 대기업 조직 일부로 일하는데 군 경험을 바탕으로 적응도 빨리 했고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그가 바라본 ROTC 출신의 또 다른 특징은 공감과 소통 능력이다. 개인이 혼자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닌, 조직으로서 함께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을 군대를 통해 배운다는 것.

“함께 일하려면 서로 공감하고 소통해야 합니다. 훌륭한 군 조직은 리더(지휘관)뿐만 아니라 스텝(참모)까지 좋아야 하죠. 큰 조직일수록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업무를 나 혼자서는 할 수 없고, 다른 임직원과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하 대표이사는 현대차에서 사원으로 시작해 임원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섰다. 현재 울산공장을 비롯한 국내공장 운영을 담당하며 현대차의 국내생산을 총괄하고 있다. 올해까지 3년 연속으로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을 순조롭게 마무리하며 신뢰의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자동차 임직원을 통솔하는 리더십의 비결을 묻자, 규범(룰)이 중요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조직은 결국 규범에 의해 굴러갑니다. 군대든 사회든 회사든, 규범이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따라 달라지죠. 즉, 구성원이 룰에 대한 의식이 없으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회사에서 노사는 공동목적을 가지고 움직입니다. 반목만 한다면 유지될 수 없죠. 그런 속에서도 이 룰이 작동해야 체계가 유지됩니다. 회사가 가지고 있는 인사규정이나, 취업규정 같은 룰을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했습니다.”

“사회리더의 요람으로 큰 역할 수행”
하 대표이사는 성공 비결을 묻자 “내 역량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상황이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겸손해했다. 그러면서도 사회에서 ‘목표’와 ‘책임의식’을 갖출 것을 ROTC 후배에게 당부했다.

“나의 목표와 임무가 무엇인지 아는 것이 첫째입니다. 그래야 책임의식이 생기죠. 다음으로는 역할에 대한 책임완수가 중요합니다. 군대에서도,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죠. 남들과 똑같이 하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그는 인터뷰 중간중간 ‘남들과 똑같이 하면 성공할 수 없다’ ‘열심히 집중하고, 준비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지론도 함께 강조했다. “한창 열심히 일할 때는 화장실과 침대에도 메모지가 있었습니다. 자는 도중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받아 적는 용도죠. 과할 정도로 회사 일에 집착했습니다. 해외출장을 다녀와 일찍 도착해도 집에 있지 않고 회사에 들어갔어요.”

그는 끝으로 올해 60돌을 맞은 ROTC를 ‘사회 리더의 요람’이라고 칭했다. “ROTC는 신임 장교를 매년 3000명 이상 배출하고 있습니다. 조직과 국가관에 대한 인식을 교육하고, 이를 통해 건전한 사고를 갖춘 사회 리더를 배출해왔죠. ROTC는 대한민국에서 큰 역할을 했습니다. 우리 제조업이 잘 돌아가는 것도 군 생활을 하며 단체생활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생산현장에서도 느낍니다.” 글=이원준 기자/사진 제공=현대자동차


이원준 기자 < wonjun44@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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