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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익수 조명탄] 담백한 가을 여행법

기사입력 2021. 08. 27   16:21 최종수정 2021. 08. 27   16:27


신 익 수 
매일경제 여행전문 기자

여행을 업으로 삼다 보면 도가 튼다. 오늘은 최고 경지에서만 펼칠 수 있다는 극강의 담백한 가을 여행법을 알려드린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한 글자’ 가을 여행.


한 글자 먹방 투어부터 투척해 드린다(그러고 보니 가을 먹방 주의 사항인 ‘살’도 한 글자다).

첫 번째는 밤. 깜깜한 밤이 아니다. 먹는 밤이다. 가을 웰빙 푸드의 ‘백미’ 밤의 메카는 공주다. 유기농 밤을 재료로 쓰는 맛집들이 공산성 앞에 포진해 있다.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밤요리 3대 천왕도 있다. 넘버원이 밤된장찌개. 된장만 해도 구수한데 여기에 쫄깃한 햇밤이 들어간다. 넘버 투는 밤묵밥. 멸치를 우려낸 뜨끈한 육수에 찰기 가득한 밤묵이 버무려진다. 넘버 스리, 이것도 끝내준다. 공주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밤만두. 쐐기를 박으려면 여기에 밤막걸리 한 사발 곁들이면 된다. 그러고 보니 먹고 난 뒤 효과음도 한 글자 ‘캬’.

다음은 묵. 밤과 쌍벽을 이루는 묵 먹방의 핫플레이스는 대전, 하고도 구즉여울묵마을이다. 도토리묵은 열량까지 낮다. 숨만 쉬어도 ‘살’찌는 가을, 다이어트 음식으로도 손색없다. 이곳 대표 메뉴는 채묵밥. 채 썬 묵을 국밥처럼 내놓는다. 멸치와 다시마, 무 등을 넣고 끓인 국물이 일품. 곁들여 먹는 ‘묵전’도 중독성이 있다. 깔끔하게 구워낸 감자전처럼 느끼함이 없다.

묵 다음은 곱 먹방 차례. 곱창의 그 곱이다. 바로 ‘대구’를 떠올리셨다면 먹방 고수다. 대구의 명물 안지랑 곱창거리. 요즘은 맵싸한 양념장에 치즈 소스를 함께 데워 찍어 먹는다. 역시나 한 글자 감탄사 ‘캬’가 자동으로 튀어나온다.

몸이 허한 분들을 위한 코스는 ‘복’. 경남 창원 오동동 복거리로 간다. 정말이지 복 하나로 전국을 평정한 골목. 복 전문식당만 무려 30여 곳이다. 20년 이상 장수한 집도 예닐곱은 된다. 회, 찜, 수육, 껍질무침, 불고기에 바삭바삭 튀김까지 없는 게 없을 정도.

이참에, 한 글자 깨달음을 주는 가을 트레킹 코스도 알아두자. 강원도 춘천시 봉화산의 구곡폭포(九曲瀑布)다. 아홉 굽이를 따라 뻗은 이 길에는 인생에 깨달음을 주는 ‘한 글자’ 아홉 개가 차례로 등장한다. ‘꿈, 끼, 꾀, 깡, 꾼, 끈, 꼴, 깔, 끝’이라는 구곡혼(九曲魂)이다.

첫 번째가 꿈(Dream). 이정표에는 ‘희망을 찾아서’라는 꿈 주제가 적혀 있다. ‘꿈은 클수록 좋으며, 희망은 자신의 생명줄이 될 수 있다’는 것.

끼(Ability)의 주제는 ‘재능의 발견’이다. 꿈을 정한 뒤, 꿈을 이루는 수단이 바로 끼다. ‘차별화된 끼’를 찾으라는 주문이다.

세 번째 이정표의 ‘꾀(Wisdom)’ 역시 장착할 것. 꾀의 정의가 ‘일을 잘 해결하는 지혜’로 제시돼 있다.

‘깡’은 영어 ‘용기(Courage)’로 표시돼 있다. 생각에만 머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실행력과 추진력의 ‘깡’은 모멘텀이 된다.

다섯 번째 만나는 이정표는 꾼이다. 깡으로 실행한 뒤에는 ‘꾼(Professional)’, 즉 최고봉에 오를 것을 강조한다. 사회적 관계 속에서의 인맥과 멘토를 뜻하는 ‘끈(Relationship)’도 갖춰야 한다. 끈을 만들기 위해 중요한 게 ‘꼴(Shape)’이다. 자신이 만든 꼴의 이미지가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법이다. 꼴을 다듬는 ‘깔(Delicate Hue)’도 필수다. 삶이 맵시 있고 곱게 다듬어져야 꼴도 빛나는 법이다. 폭포를 앞둔 마지막 아홉 번째 이정표가 ‘끝(Finish)’이다. 끝은 종결을 의미하지 않는다. 끝은 늘, 새로운 시작임을 새겨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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