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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해·공군 ROTC 삼부자 “ROTC 경험은 삶을 대하는 태도의 근본”

김철환

입력 2021. 08. 23   16:32
업데이트 2021. 08. 2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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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육·해·공군 ROTC 삼부자
 
‘각각 다른 군출신’ 삼부자 타이틀
둘째 아들 임관 땐 대통령 다과회 초청
 
특별하게 권유한 일 없지만
자연스럽게 동경해 주도적 선택
사회에서도 장교 경험은 큰 도움

 

육·해·공군 ROTC 삼부자 조광호·조원재·조원기(아랫줄부터 시계방향) 씨. 아버지 조광호 씨는 상선사관 복장, 장남 원재 씨는 공군 정복, 차남 원기 씨는 육군 정복을 착용했다. 원기 씨의 임관과 ROTC 삼부자 탄생을 기념해 찍은 사진. 사진=가족 제공
육·해·공군 ROTC 삼부자 조광호·조원재·조원기(아랫줄부터 시계방향) 씨. 아버지 조광호 씨는 상선사관 복장, 장남 원재 씨는 공군 정복, 차남 원기 씨는 육군 정복을 착용했다. 원기 씨의 임관과 ROTC 삼부자 탄생을 기념해 찍은 사진. 사진=가족 제공

“국군 창군 이래 첫 육·해·공군 ROTC 부자라는 타이틀이 항상 자랑거리였습니다.”

해군 ROTC 27기인 아버지 조광호(예비역 소위) 씨와 공군 ROTC 35기 조원재(예비역 대위) 씨, 육군 ROTC 49기 조원기(예비역 중위) 씨는 삼부자가 모두 ROTC인 것을 넘어 각각 다른 군 출신이라는 놀라운 이력의 가족이다. 둘째 아들 원기 씨가 임관할 때는 이러한 이력을 인정받아 가족이 대통령 다과회에 초청받기도 했다. 현재 삼부자는 모두 해운과 항공 등 주요 기간산업에 종사하며 우리 사회를 든든히 뒷받침하는 역군으로 활약하고 있다. “ROTC 경험이 삶을 대하는 태도의 근본이 됐다”고 입을 모으는 육·해·공군 ROTC 삼부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두 아들이 각각 공군과 육군 ROTC를 선택했는데, 모두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여정 속에 주도적으로 진로를 결정하는 성인으로 성장했다는 점이 부모로서 뿌듯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아버지 조광호 씨는 해군 ROTC 출신이지만, 두 아들에게 특별히 ROTC를 권유하거나 설명해준 일은 없다고 한다. ROTC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 경제 부흥의 기반이 되는 해운에 성실히 종사하는 아버지의 든든한 뒷모습을 보고 자란 아들들이 자연스럽게 ROTC를 동경하게 된 것.

차남 원기 씨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가 사회생활에서 보여준 부드럽고 강인한 리더십의 원동력은 ROTC라고 생각해왔다.

“유년 시절 아버지를 따라 한국해양대학교 동문회 행사에 가면, 아버지는 물론 ROTC 동기분들의 당당하면서도 절도있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습니다. 그때부터 군 생활은 ROTC 장교로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조직 생활에 필요한 ‘리더십’ 함양

아버지 조씨는 바다 사나이다. 지금도 길이 299m, 폭 50m 재화중량 톤수가 20만 톤이 넘는 대형선박 기관장으로서 브라질~희망봉을 지나 인도양을 항해 중이다.

그가 해양대에 입학했을 때 ROTC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재학생 전원이 입학과 동시에 ROTC 후보생이 되고, 졸업과 동시에 소위로 임관하는 총원 ROTC 제도를 운영했기 때문이다.

“임관 후에는 개인 선택을 통해 해군으로 갈 수도 있지만, 해운 전문인력 양성이 국가 경제 발전에 중요한 시기였기에 대다수 졸업생은 상선 사관으로 복무했습니다.”

ROTC로서 조씨의 대학 생활은 캠퍼스의 낭만보다는 동기들과 함께 땀을 흘린 추억이 대부분이다. 조도라는 작은 섬에서 전원이 기숙사에 머물며, 매일 M1 소총을 들고 태종대와 영도 산길을 달리는 것으로 아침을 시작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고된 훈련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얻은 체력과 마음가짐, 끈끈한 동기애는 조직 생활에 필요한 리더십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줬을 뿐만 아니라 승선 생활은 물론 평생을 살아가는 밑거름이 됐습니다.”


ROTC로 다시 찾은 조종사 꿈


국내 항공사에서 부기장으로 일하고 있는 첫째 아들 원재 씨에게 ROTC는 놓칠 뻔했던 꿈을 다시 손에 쥐게 해준 계기가 됐다.

“공군 ROTC를 선택하지 않았으면, 지금 조종사의 길을 걷지 못했을 겁니다.”

창공을 가르는 항공기 조종사가 되고 싶었던 그의 꿈을 가로막은 건 시력이었다. 일단 조종이 아니라도 항공업계에 종사하고 싶었던 그는 대학에서 항공기계학을 전공하고 당연한 듯 ROTC 모집에 응했다.

“아버지를 보면서 사회생활에는 리더십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ROTC 장교로 군 복무를 하면 리더십은 물론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죠.”

공군에서 지상안전담당 임무를 수행한 그는 탁월한 사고예방 성과를 도출해 다양한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전역 후에는 항공안전 역량을 더 기르기 위해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군 생활을 하면서 인연을 맺은 조종 선배들이 제가 조종사를 꿈꿨다는 걸 알고 용기를 불어넣어 줬습니다. 그리고 민간에서 항공기 조종을 배우는 방법에 대해서도 많은 조언을 해줬지요.”

원재 씨는 조종사가 된 후에도 ROTC와 장교 경험이 큰 힘이 되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수많은 승객의 안전한 비행을 책임지는 조종사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규정’과 ‘절차’를 완벽하게 지키는 것입니다. 군대 역시 ‘규정’과 ‘절차’를 중시하기에, 장교 생활을 하면서 이를 체득한 것이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역시 장교 출신은 다르다’

‘육·해·공 ROTC 삼부자’라는 타이틀을 완성한 차남 원기 씨는 이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해군과 공군 ROTC는 특성화된 학과가 있는 일부 대학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한 집안에 해·공군 ROTC가 다 있는 것은 굉장히 특별한 일입니다. 여기에 제가 육군 ROTC가 되면 더더욱 특별한 가문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적극적으로 ROTC 길을 가게 됐습니다.”

원기 씨는 경영학과 신문방송학을 복수 전공한 뒤 공보정훈장교로 군 복무를 했다. 그는 임관하면서 ‘단기 복무를 할지라도 절대 부끄러운 군 생활을 하지 말자’는 각오를 세웠다.

“아버지와 형이 보여준 ROTC 출신의 리더십이 저의 기준이 됐습니다. 단기 자원이라고 무책임하고 수동적인 군 생활을 하면 스스로뿐만 아니라 아버지와 형의 얼굴에도 먹칠을 하게 된다고 생각했죠.”

그는 각오만큼 열성적인 군 생활을 했다. 전입 장교 집체교육에서 특급전사를 획득하고, 전체 성적 1등을 했으며, 다양한 제도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 표창을 받았다. 전역 후 해운기업에 취업한 뒤 육상 업무에서 배를 타는 선상 업무로 전환한 그는 직장 생활 중 가장 듣기 좋은 말로 ‘역시 장교 출신은 다르다’를 꼽았다.

아버지도 ROTC 출신의 우수성을 느낀 경험담을 들려줬다.

“둘째 임관 때 대통령 다과행사에 초청됐는데, 거기서 우연히 해양대 한 해 위 선배를 만났습니다. 딸이 육군사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 초청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ROTC 가족들은 뭔가 다르구나 하는 자부심이 느껴졌지요.”

장남 원재 씨는 우리 사회에서 인정받는 인재가 되고 싶다면 ROTC를 해보는 게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요즘 병사들에 비해 ROTC 복무 기간이 더 길어서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그래도 학업을 단절 없이 마칠 수 있고, 장교로서 배울 수 있는 점도 많으며, 사회에서 우대받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 좋은 제도를 통해서 국가에 이바지하는 우수 인재가 많이 탄생하기를 바랍니다.”

김철환 기자





김철환 기자 < lgiant6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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