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영의창

우리는 선수이기 전에 군인이다

입력 2021. 08. 19   16:52
업데이트 2021. 08. 1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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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필 국군체육부대 육상지도관
이광필 국군체육부대 육상지도관

코로나19 장기화 상황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이 국민에게 큰 감동과 위로를 선사하며 막을 내렸다. 평소 부대에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함께 땀 흘리는 내게도 올림픽은 벅찬 순간의 연속이었다.

특히 이번 올림픽에서는 결과만을 우선시했던 여느 올림픽과 사뭇 다른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경기에 지고도 승자의 손을 들어준 유도 은메달리스트 조구함 선수와 금메달리스트에게 엄지를 치켜세워준 태권도 은메달리스트 이다빈 선수 등 국가대표 선수들은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경기를 즐기며, 결과에 승복하는 등 진정한 스포츠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모습에 국민도 열광했다.

국군체육부대 지도관으로서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 병사’들의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마음껏 즐기고 마지막 도전을 마친 후 절도있게 경례한 남자 육상 높이뛰기 우상혁 일병, 생애 첫 태극마크를 가슴에 새기고 출전했던 사격의 김모세 일병, 경기 전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 늠름하게 거수경례를 한 축구의 박지수 이병 등….

그동안 부대에서 장병들에게 ‘선수이기 전에 군인이고, 군인은 군인다울 때 가장 아름답다’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 장병들이 그 모습을 보여준 것이 자랑스럽다.

앞서 언급한 우상혁·김모세 일병, 박지수 이병 등 대부분의 선수 병사들은 어린 시절부터 오직 운동에 인생을 바쳐왔다. 그렇기에 오직 실력 향상, 성과, 승리에만 몰입하는 경우가 많다. 전입 후 목표도 우승, 승리, 메달 획득 등 경기 결과에 대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아무리 성과를 중시하는 운동선수라도 부대에 전입하면 바로 훈련에 투입하지 않고 일주일간 ‘전입신병 집체교육’을 통해 부대 조기 적응과 군인정신 등을 함양한다.

또 여느 군인과 똑같이 매일 아침·저녁 점호와 뜀걸음을 실시하고 있다. 아침 점호 땐 나를 비롯한 부대 지도관들도 동참한다. 이외에도 장병들의 군 기강 확립과 군인 기본자세 유지를 위해 매주 정신전력교육을 하고, 매월 ‘전투훈련의 날’을 정해 제식 훈련, 병 기본 훈련, 전투행군, 개인화기 정비 등의 군인화 교육도 하고 있다.

사실 나는 국군체육부대 지도관이 된 이후 운동 이외에 언뜻 기량 향상과 무관해 보이는 군인화 교육을 하는 데 대해 의문을 가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준 선수들을 보며 왜 부대에서 ‘선수이기 전에 군인’임을 강조하고, ‘실력뿐만 아니라 인성을 갖춰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교육하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됐고 그 뜻에 공감했다. 그리고 이 같은 부대 목표에 더욱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선수들을 이끌겠다고 다짐한다. 그것이 바로 국가와 군을 대표하는 자랑스러운 선수를 이끄는 나의 본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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