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총·기관총·권총·저격용소총 등
‘K시리즈’ 소구경 화기 100% 국산 개발
1973년 M16A1 최초 생산 시작
1981년 K1A·1984년 K2 소총 탄생
2019년·2020년 700억원 수출 ‘대기록’
총기 경량화 등 차세대 기술 연구 집중
STC16 등 최신 화기들…유력 수출 후보
SNT모티브가 수출한 K2C 소총으로 작전을 수행 중인 중동지역 군인들의 모습. SNT모티브는 현재까지 총 15개국에 3억 달러 이상의 K시리즈 소·중화기를 수출하며 K방산의 위상을 강화했다.
출처=ⓒ ImageKorea/Alamy Stock Photos
SNT모티브는 국군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소구경 화기를 만드는 기업이다. 소총, 기관총, 권총, 저격용 소총 등 ‘K시리즈’ 소구경 화기를 100% 국산 기술로 개발·생산하며 국군의 전투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K방산 위상 강화에도 앞장서왔다. K시리즈 소구경 화기는 현재까지 3억 달러에 달하는 수출 실적을 기록 중이다. 최근 SNT모티브는 신형 K시리즈와 혁신 기술이 적용된 다양한 총기를 내세워 중동·아프리카를 포함한 글로벌 방산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국군의 총기’에서 ‘세계의 총기’로 도약 중인 K시리즈 생산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부산 기장군에 있는 방산공장을 찾았다.
글=김상윤 기자/사진 제공=SNT모티브
SNT모티브 서정준 엔지니어가 K시리즈 소총의 총열 부품을 가공공정에 투입하고 있다. 올 한해 SNT모티브가 국군에 보급하는 ‘K시리즈’는 K15, K16, K5, K1A 등 총 1만 여정 이상이다.
서울 ADEX 2019 전시회에서 앙골라 육군 관계자가 SNT모티브의 신형 소총 STC16을 살펴보고 있다.
조립 공정을 마친 K2C 돌격소총이 수락검사실에서 기능 및 성능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검사에 합격하면 해외로 수출되는 물량이다.
SNT모티브의 전신, 국방부 조병창
부산역에서 40분 남짓 차를 달리자 철마산(해발 605m) 일대에 있는 SNT모티브 방산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국군의 제식 화기를 생산하는 중요한 공장답게 입지부터 남달랐다. 높은 산자락과 저수지에 둘러싸인 공장 풍경은 비밀리에 숨겨진 군사시설을 떠올리게 했다. 1970년대 이곳에 국방부 조병창을 설치하던 당시 적의 공격으로부터 공장을 보호하고자 이런 입지 선정이 이뤄졌다고 한다.
SNT모티브 전신인 국방부 조병창은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효시’로 불린다. 기업 DNA에 ‘기술보국’과 ‘자주국방’ 정신이 뿌리 깊게 새겨져 있는 것이다. 1973년 11월부터 가동된 조병창에서 ‘대한민국’ 네 글자가 각인된 M16A1이 최초로 탄생했다. 이후 M계열 총기를 면허 생산하던 조병창은 1981년 대우그룹에 인수돼 민영화된다. 이렇게 설립된 SNT모티브가 국군의 총기를 우리 기술로 개발·생산하는 막중한 사명을 맡고 있다.
1981년 K1A 기관단총에 이어 1984년 국방과학연구소와 SNT모티브 합작품인 K2 소총이 생산된다. 소총 한 자루 만들지 못해 눈물을 삼켰던 대한민국이 국내 기술로 개발한 화기를 우리 군에 보급하게 된 것이다. 이후 기관총, 권총, 저격용 소총 등으로 K시리즈 역사가 이어진다. 지금까지 SNT모티브가 생산한 K시리즈는 무려 130만 정에 달한다. 현장을 안내한 특수사업본부 김택성 이사는 “이곳은 대한민국 최초의 소·중화기 생산공장으로 국가 방위산업의 효시이자 기계공업의 요람”이라며 “기술력으로 국가 발전을 뒷받침한다는 기술보국의 창업 이념이 오늘날까지 그대로 계승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십 년 경력 장인의 꼼꼼한 검사 거쳐
오랜 역사를 간직한 방산공장 안에는 기계 설비가 내뿜는 소음과 열기, 기름 냄새가 가득했다. 공장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K시리즈의 총몸, 총열, 노리쇠집 등 각종 부품이 자동화 설비에서 가공 공정을 거쳐 순조롭게 생산되고 있었다. 공장 한쪽에는 수작업으로 분주한 기술인력들이 보였다. 고도로 숙련된 수십 년 경력의 장인들이 총기의 완성도를 한 단계 높이는 과정이다. “올 한해 SNT모티브가 국군에 보급하는 ‘K시리즈’는 K15, K16, K5, K1A 등 총 1만 정 이상입니다. 이외에도 K2C1 등 기공급된 K시리즈의 다양한 부품을 추가 생산 중입니다.” 공장에서 만난 특수생산지원팀 김종철 책임이 설명했다.
총기 조립 공정 끝단에는 ‘수락검사실(사격실)’이 있다. 제작 완료된 총기들이 출하 전 마지막 검사를 받는 공간이다. 수락검사실 문을 열자 수많은 K2C 돌격소총이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수출을 앞둔 물량이었다. 엔지니어들이 총기를 하나하나 들어 올리면서 작동상태를 세밀하게 점검했다. 이어 실내·야외 사격장에서 실사격을 통한 성능검사가 진행됐다. 사격을 마친 하상범 엔지니어는 “완성된 모든 총기는 기능·성능검사에 합격해야만 출하된다”며 “세계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최고의 품질을 보장하는 것이 수락검사 파트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단호한 목소리에서 강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국군 총기의 대명사 K시리즈는 해외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1984년 나이지리아에 K2 3000정을 첫 수출한 SNT모티브는 현재까지 총 15개국에 3억 달러 이상의 K시리즈 소·중화기를 수출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이 쓰는 K시리즈도 있다. 인도네시아에 수출된 K7 기관단총이다. 인도네시아는 국군이 도입한 물량의 6배에 달하는 K7을 자국군 제식 화기로 사용하고 있다.
국내 도입에 앞서 수출 쾌거를 올린 SNT모티브의 신제품도 눈길을 끈다. 민·군 협력사업으로 개발된 최신 경찰용 스마트 권총(STRV9)이다. 총기에 적용된 각종 첨단 시스템과 회전식 탄창 등이 좋은 반응을 얻어 최근 중동지역 수출이 성사됐다. 현재는 현지 공급 준비가 한창이다.
STRV9은 SNT모티브의 신형 총기 개발 및 수출 전략이 한 단계 진화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과거에는 우리 군이 요구하는 성능의 총기를 생산해 그저 공급해주는 개념이었다면, 이제는 한발 앞선 기술력의 총기를 선도적으로 개발해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선보이게 된 것이다. 국군 제식 화기 공급 사업이 막바지로 접어든 점, 새로운 국내 경쟁업체의 등장 등 다양한 요인이 SNT모티브의 혁신을 촉진하고 있다.
수출 업무를 담당하는 손주현 특수영업팀장은 K시리즈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브랜드를 꼽았다. 세계 여러 국가와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의 외교력, ‘메이드 인 코리아’에 대한 국제적 신뢰성이 수출에 큰 힘이 된다는 것. 손 팀장은 “우리 국군이 K시리즈로 굳건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해외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내는 핵심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특수영업팀 이충식 책임은 “K시리즈의 강점은 품질의 신뢰성, 합리적인 가격, 정확한 납기 능력”이라고 분석했다. “인기 있는 중국집의 비결과 유사하다. 음식의 맛과 양이 만족스럽고, 가격은 합리적이며, 배달이 신속 정확해야 한다”는 그의 비유가 흥미를 더했다.
실적과 향후 수출 전망
SNT모티브는 2019년과 2020년 방산 부문에서 700억 원대의 ‘역대급’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앞으로 수출 전망도 밝다. 긴급 수요가 빈번히 발생하는 중동 지역은 물론,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에서 SNT모티브 신형 총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SNT모티브는 전차, 장갑차, 헬기, 전투함, 원격사격통제장치(RCWS) 등에 기관총이 탑재되는 글로벌 시장 흐름에 주목하며 향후 자사의 주력 수출 품목이 ‘기관총’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소총은 보통 자국이 개발한 것을 쓰지만 기관총은 기술력 문제로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가 많기 때문이다. 특수작전용 기관단총으로 개발된 STC16을 비롯한 최신 화기들이 유력한 수출 후보에 올라있다.
세계 소화기 방산시장에서 대한민국의 경쟁자는 미국, 이스라엘, 벨기에, 독일 등이다. 모두 쟁쟁한 상대다. 치열한 수출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앞선 기술력과 연구개발 투자가 매우 중요하다. SNT모티브는 최근 ‘총기 경량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강도는 높고, 현재보다 약 25% 가벼운 총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 첫발로서 경량화된 기관총 ‘7.62㎜ Light Machine Gun’ 설계에 돌입한 상태다. 기존 5.56㎜와 7.62㎜ 사이에 있는 6.8㎜ 구경 총열 기술의 선행 연구도 착수했다. 미군이 새로운 탄약 규격을 공개한 즉시 차세대 소화기 개발에 돌입하기 위해서다.
이 밖에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레이저 등 고에너지 무기와 비살상 무기에 대한 연구도 지속할 방침이다. 총기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노경환 특수개발팀장은 “해외 명품 소총 못지않은 성능과 품질은 물론 더욱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자랑하는 신제품을 세계에 선보이겠다”며 “최종 목표는 단순하다. 세계 최고의 총기를 우리 기술로 만드는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인터뷰] 박문선 SNT모티브 특수사업본부장
“선택과 집중으로 대표 제품 특성화… 세계 3대 소구경 화기 업체 목표죠”
“2025년까지 세계 3대 소구경 화기 제조업체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어떻게 하냐고요? 작고, 가볍고, 잘 맞는 총을 만들어야죠.”
국내 최고 총기 전문가로 통하는 SNT모티브 박문선(전무) 특수사업본부장의 수출 전략은 단순 명쾌했다. ‘더 좋은 총을 만들면 된다’는 것이다. 더 구체적인 방법이 있냐고 묻자 박 본부장은 웃으며 답했다.
“SNT모티브는 목적별, 구경별로 소구경 화기의 ‘풀 라인업(Full line-up)’을 갖추고 있어요. 대단히 중요한 강점이죠. 이를 바탕으로 세계 각국 군에 적합한 운용성을 고려해 품질, 가격, 납기를 우선시하는 수출 전략을 구사해나갈 것입니다. 아울러 ‘선택과 집중’을 통해 SNT모티브의 대표제품이 될 총기를 특성화하는 전략도 병행할 것입니다.”
박 본부장은 1985년 대우그룹에 입사해 40년 가까이 총기 분야에 종사해왔다. 박 본부장이 입사하기 전 만들어진 K1, K2를 제외한 대부분의 K시리즈가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화기별 도면에 설계·승인자로 적혀 있는 ‘박문선’ 이름 석 자가 그 증거다. 직접 낳고 기른 자식인 만큼 모든 K시리즈를 아끼는 박 본부장이지만, 특별히 애착을 느끼는 총기가 있다. K12와 K15다.
“K12는 순수 우리 기술로 설계된 무기라는 상징성이 있어요. K시리즈의 새 장을 열고자 개발 단계부터 심혈을 기울인 작품입니다. 시험사격 때 쓰인 탄약만 25만 발에 달했죠. K15는 K시리즈가 2세대로 진화하는 계기가 됐어요. 그만큼 기술적으로 큰 변화와 성장이 이뤄졌죠.”
K방산의 달라진 위상에 대한 생생한 경험담도 들을 수 있었다. 수십 년 전, 국제 방산전시회에서 박 본부장은 해외 업체 관계자로부터 “헤이, 카피맨”이란 말을 들었다. 한국의 총이 자국의 총을 모방해 만들어졌다는 비아냥이었다.
“분해서 이를 갈았어요. 잊을 수 없는 아픈 기억이죠.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제가 다른 업체 관계자들에게 ‘카피맨’이라며 장난을 겁니다. 그만큼 우리 기술력과 신제품에 자신이 있으니까요.”
박 본부장은 소총 기술 국산화가 자주국방의 시작이었음을 강조했다. 자국군 소화기에 대한 완벽한 국산화 기술을 보유한 나라가 많지 않은데, 그중 하나가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것이 그의 자랑이다.
“우리나라가 소구경 화기 분야에서 높은 국산화 수준을 빠르게 달성하는데 SNT모티브가 일조했다는 것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SNT모티브는 ‘기술보국’의 정신으로 지난 40여 년간 자주국방 개념에 입각한 소총 기술의 국산화에 끝없이 도전하고 헌신했습니다. 이제는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 혁신에 나설 때입니다. 어떤 혁신인지 궁금하신가요? 오는 10월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1)에서 SNT모티브 부스를 찾아주세요. 그곳에서 우리의 혁신을 직접 경험하시게 될 겁니다.”
소총·기관총·권총·저격용소총 등
‘K시리즈’ 소구경 화기 100% 국산 개발
1973년 M16A1 최초 생산 시작
1981년 K1A·1984년 K2 소총 탄생
2019년·2020년 700억원 수출 ‘대기록’
총기 경량화 등 차세대 기술 연구 집중
STC16 등 최신 화기들…유력 수출 후보
SNT모티브가 수출한 K2C 소총으로 작전을 수행 중인 중동지역 군인들의 모습. SNT모티브는 현재까지 총 15개국에 3억 달러 이상의 K시리즈 소·중화기를 수출하며 K방산의 위상을 강화했다.
출처=ⓒ ImageKorea/Alamy Stock Photos
SNT모티브는 국군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소구경 화기를 만드는 기업이다. 소총, 기관총, 권총, 저격용 소총 등 ‘K시리즈’ 소구경 화기를 100% 국산 기술로 개발·생산하며 국군의 전투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K방산 위상 강화에도 앞장서왔다. K시리즈 소구경 화기는 현재까지 3억 달러에 달하는 수출 실적을 기록 중이다. 최근 SNT모티브는 신형 K시리즈와 혁신 기술이 적용된 다양한 총기를 내세워 중동·아프리카를 포함한 글로벌 방산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국군의 총기’에서 ‘세계의 총기’로 도약 중인 K시리즈 생산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부산 기장군에 있는 방산공장을 찾았다.
글=김상윤 기자/사진 제공=SNT모티브
SNT모티브 서정준 엔지니어가 K시리즈 소총의 총열 부품을 가공공정에 투입하고 있다. 올 한해 SNT모티브가 국군에 보급하는 ‘K시리즈’는 K15, K16, K5, K1A 등 총 1만 여정 이상이다.
서울 ADEX 2019 전시회에서 앙골라 육군 관계자가 SNT모티브의 신형 소총 STC16을 살펴보고 있다.
조립 공정을 마친 K2C 돌격소총이 수락검사실에서 기능 및 성능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검사에 합격하면 해외로 수출되는 물량이다.
SNT모티브의 전신, 국방부 조병창
부산역에서 40분 남짓 차를 달리자 철마산(해발 605m) 일대에 있는 SNT모티브 방산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국군의 제식 화기를 생산하는 중요한 공장답게 입지부터 남달랐다. 높은 산자락과 저수지에 둘러싸인 공장 풍경은 비밀리에 숨겨진 군사시설을 떠올리게 했다. 1970년대 이곳에 국방부 조병창을 설치하던 당시 적의 공격으로부터 공장을 보호하고자 이런 입지 선정이 이뤄졌다고 한다.
SNT모티브 전신인 국방부 조병창은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효시’로 불린다. 기업 DNA에 ‘기술보국’과 ‘자주국방’ 정신이 뿌리 깊게 새겨져 있는 것이다. 1973년 11월부터 가동된 조병창에서 ‘대한민국’ 네 글자가 각인된 M16A1이 최초로 탄생했다. 이후 M계열 총기를 면허 생산하던 조병창은 1981년 대우그룹에 인수돼 민영화된다. 이렇게 설립된 SNT모티브가 국군의 총기를 우리 기술로 개발·생산하는 막중한 사명을 맡고 있다.
1981년 K1A 기관단총에 이어 1984년 국방과학연구소와 SNT모티브 합작품인 K2 소총이 생산된다. 소총 한 자루 만들지 못해 눈물을 삼켰던 대한민국이 국내 기술로 개발한 화기를 우리 군에 보급하게 된 것이다. 이후 기관총, 권총, 저격용 소총 등으로 K시리즈 역사가 이어진다. 지금까지 SNT모티브가 생산한 K시리즈는 무려 130만 정에 달한다. 현장을 안내한 특수사업본부 김택성 이사는 “이곳은 대한민국 최초의 소·중화기 생산공장으로 국가 방위산업의 효시이자 기계공업의 요람”이라며 “기술력으로 국가 발전을 뒷받침한다는 기술보국의 창업 이념이 오늘날까지 그대로 계승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십 년 경력 장인의 꼼꼼한 검사 거쳐
오랜 역사를 간직한 방산공장 안에는 기계 설비가 내뿜는 소음과 열기, 기름 냄새가 가득했다. 공장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K시리즈의 총몸, 총열, 노리쇠집 등 각종 부품이 자동화 설비에서 가공 공정을 거쳐 순조롭게 생산되고 있었다. 공장 한쪽에는 수작업으로 분주한 기술인력들이 보였다. 고도로 숙련된 수십 년 경력의 장인들이 총기의 완성도를 한 단계 높이는 과정이다. “올 한해 SNT모티브가 국군에 보급하는 ‘K시리즈’는 K15, K16, K5, K1A 등 총 1만 정 이상입니다. 이외에도 K2C1 등 기공급된 K시리즈의 다양한 부품을 추가 생산 중입니다.” 공장에서 만난 특수생산지원팀 김종철 책임이 설명했다.
총기 조립 공정 끝단에는 ‘수락검사실(사격실)’이 있다. 제작 완료된 총기들이 출하 전 마지막 검사를 받는 공간이다. 수락검사실 문을 열자 수많은 K2C 돌격소총이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수출을 앞둔 물량이었다. 엔지니어들이 총기를 하나하나 들어 올리면서 작동상태를 세밀하게 점검했다. 이어 실내·야외 사격장에서 실사격을 통한 성능검사가 진행됐다. 사격을 마친 하상범 엔지니어는 “완성된 모든 총기는 기능·성능검사에 합격해야만 출하된다”며 “세계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최고의 품질을 보장하는 것이 수락검사 파트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단호한 목소리에서 강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국군 총기의 대명사 K시리즈는 해외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1984년 나이지리아에 K2 3000정을 첫 수출한 SNT모티브는 현재까지 총 15개국에 3억 달러 이상의 K시리즈 소·중화기를 수출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이 쓰는 K시리즈도 있다. 인도네시아에 수출된 K7 기관단총이다. 인도네시아는 국군이 도입한 물량의 6배에 달하는 K7을 자국군 제식 화기로 사용하고 있다.
국내 도입에 앞서 수출 쾌거를 올린 SNT모티브의 신제품도 눈길을 끈다. 민·군 협력사업으로 개발된 최신 경찰용 스마트 권총(STRV9)이다. 총기에 적용된 각종 첨단 시스템과 회전식 탄창 등이 좋은 반응을 얻어 최근 중동지역 수출이 성사됐다. 현재는 현지 공급 준비가 한창이다.
STRV9은 SNT모티브의 신형 총기 개발 및 수출 전략이 한 단계 진화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과거에는 우리 군이 요구하는 성능의 총기를 생산해 그저 공급해주는 개념이었다면, 이제는 한발 앞선 기술력의 총기를 선도적으로 개발해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선보이게 된 것이다. 국군 제식 화기 공급 사업이 막바지로 접어든 점, 새로운 국내 경쟁업체의 등장 등 다양한 요인이 SNT모티브의 혁신을 촉진하고 있다.
수출 업무를 담당하는 손주현 특수영업팀장은 K시리즈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브랜드를 꼽았다. 세계 여러 국가와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의 외교력, ‘메이드 인 코리아’에 대한 국제적 신뢰성이 수출에 큰 힘이 된다는 것. 손 팀장은 “우리 국군이 K시리즈로 굳건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해외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내는 핵심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특수영업팀 이충식 책임은 “K시리즈의 강점은 품질의 신뢰성, 합리적인 가격, 정확한 납기 능력”이라고 분석했다. “인기 있는 중국집의 비결과 유사하다. 음식의 맛과 양이 만족스럽고, 가격은 합리적이며, 배달이 신속 정확해야 한다”는 그의 비유가 흥미를 더했다.
실적과 향후 수출 전망
SNT모티브는 2019년과 2020년 방산 부문에서 700억 원대의 ‘역대급’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앞으로 수출 전망도 밝다. 긴급 수요가 빈번히 발생하는 중동 지역은 물론, 아프리카 등 세계 각지에서 SNT모티브 신형 총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SNT모티브는 전차, 장갑차, 헬기, 전투함, 원격사격통제장치(RCWS) 등에 기관총이 탑재되는 글로벌 시장 흐름에 주목하며 향후 자사의 주력 수출 품목이 ‘기관총’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소총은 보통 자국이 개발한 것을 쓰지만 기관총은 기술력 문제로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가 많기 때문이다. 특수작전용 기관단총으로 개발된 STC16을 비롯한 최신 화기들이 유력한 수출 후보에 올라있다.
세계 소화기 방산시장에서 대한민국의 경쟁자는 미국, 이스라엘, 벨기에, 독일 등이다. 모두 쟁쟁한 상대다. 치열한 수출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앞선 기술력과 연구개발 투자가 매우 중요하다. SNT모티브는 최근 ‘총기 경량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강도는 높고, 현재보다 약 25% 가벼운 총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 첫발로서 경량화된 기관총 ‘7.62㎜ Light Machine Gun’ 설계에 돌입한 상태다. 기존 5.56㎜와 7.62㎜ 사이에 있는 6.8㎜ 구경 총열 기술의 선행 연구도 착수했다. 미군이 새로운 탄약 규격을 공개한 즉시 차세대 소화기 개발에 돌입하기 위해서다.
이 밖에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레이저 등 고에너지 무기와 비살상 무기에 대한 연구도 지속할 방침이다. 총기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노경환 특수개발팀장은 “해외 명품 소총 못지않은 성능과 품질은 물론 더욱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자랑하는 신제품을 세계에 선보이겠다”며 “최종 목표는 단순하다. 세계 최고의 총기를 우리 기술로 만드는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인터뷰] 박문선 SNT모티브 특수사업본부장
“선택과 집중으로 대표 제품 특성화… 세계 3대 소구경 화기 업체 목표죠”
“2025년까지 세계 3대 소구경 화기 제조업체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어떻게 하냐고요? 작고, 가볍고, 잘 맞는 총을 만들어야죠.”
국내 최고 총기 전문가로 통하는 SNT모티브 박문선(전무) 특수사업본부장의 수출 전략은 단순 명쾌했다. ‘더 좋은 총을 만들면 된다’는 것이다. 더 구체적인 방법이 있냐고 묻자 박 본부장은 웃으며 답했다.
“SNT모티브는 목적별, 구경별로 소구경 화기의 ‘풀 라인업(Full line-up)’을 갖추고 있어요. 대단히 중요한 강점이죠. 이를 바탕으로 세계 각국 군에 적합한 운용성을 고려해 품질, 가격, 납기를 우선시하는 수출 전략을 구사해나갈 것입니다. 아울러 ‘선택과 집중’을 통해 SNT모티브의 대표제품이 될 총기를 특성화하는 전략도 병행할 것입니다.”
박 본부장은 1985년 대우그룹에 입사해 40년 가까이 총기 분야에 종사해왔다. 박 본부장이 입사하기 전 만들어진 K1, K2를 제외한 대부분의 K시리즈가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화기별 도면에 설계·승인자로 적혀 있는 ‘박문선’ 이름 석 자가 그 증거다. 직접 낳고 기른 자식인 만큼 모든 K시리즈를 아끼는 박 본부장이지만, 특별히 애착을 느끼는 총기가 있다. K12와 K15다.
“K12는 순수 우리 기술로 설계된 무기라는 상징성이 있어요. K시리즈의 새 장을 열고자 개발 단계부터 심혈을 기울인 작품입니다. 시험사격 때 쓰인 탄약만 25만 발에 달했죠. K15는 K시리즈가 2세대로 진화하는 계기가 됐어요. 그만큼 기술적으로 큰 변화와 성장이 이뤄졌죠.”
K방산의 달라진 위상에 대한 생생한 경험담도 들을 수 있었다. 수십 년 전, 국제 방산전시회에서 박 본부장은 해외 업체 관계자로부터 “헤이, 카피맨”이란 말을 들었다. 한국의 총이 자국의 총을 모방해 만들어졌다는 비아냥이었다.
“분해서 이를 갈았어요. 잊을 수 없는 아픈 기억이죠.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제가 다른 업체 관계자들에게 ‘카피맨’이라며 장난을 겁니다. 그만큼 우리 기술력과 신제품에 자신이 있으니까요.”
박 본부장은 소총 기술 국산화가 자주국방의 시작이었음을 강조했다. 자국군 소화기에 대한 완벽한 국산화 기술을 보유한 나라가 많지 않은데, 그중 하나가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것이 그의 자랑이다.
“우리나라가 소구경 화기 분야에서 높은 국산화 수준을 빠르게 달성하는데 SNT모티브가 일조했다는 것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낍니다. SNT모티브는 ‘기술보국’의 정신으로 지난 40여 년간 자주국방 개념에 입각한 소총 기술의 국산화에 끝없이 도전하고 헌신했습니다. 이제는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 혁신에 나설 때입니다. 어떤 혁신인지 궁금하신가요? 오는 10월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1)에서 SNT모티브 부스를 찾아주세요. 그곳에서 우리의 혁신을 직접 경험하시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