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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 영광 뒤엔 ‘예비역 불사조’ 있었다

노성수

입력 2021. 08. 16   16:02
업데이트 2021. 08. 1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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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령 금메달리스트’ 양궁 오진혁
어깨 부상 딛고 ‘수사불패 정신’ 무장
 
남자 펜싱 ‘38살 투혼’ 김정환
불혹 앞두고 단체전 금·개인전 동
 
“졌지만 잘 싸웠다” 남자 럭비팀
13명 중 12명이 상무 출신… 첫 득점도

 
배드민턴 허광희, 랭킹 1위 꺾어 파란
지도자 71명도 경기력 향상 도와


도쿄올림픽 남자 배드민턴 단식 조별리그에서 세계랭킹 1위 모모타 겐토를 꺾으며 파란을 일으킨 허광희.
도쿄올림픽 남자 배드민턴 단식 조별리그에서 세계랭킹 1위 모모타 겐토를 꺾으며 파란을 일으킨 허광희.
사상 첫 올림픽 본선무대에 진출해 투혼을 발휘한 남자럭비 대표팀의 일본과의 순위 결정전 모습.
사상 첫 올림픽 본선무대에 진출해 투혼을 발휘한 남자럭비 대표팀의 일본과의 순위 결정전 모습.

지난 8일 2020 도쿄올림픽은 막을 내렸지만, 올림픽 무대에서 활약한 태극전사들에 대한 관심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남자 높이뛰기 4위에 오르며 한국 육상의 새 역사를 쓴 국군체육부대(상무) 우상혁 일병은 경기력뿐 아니라 매 순간 즐기고 도전하며 결과에 승복하는 모습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처럼 현역 군인 선수들이 조명되는 가운데 상무를 거쳐 간 이후 기량이 상승해 올림픽 무대에서 활약한 ‘예비역’ 선수들의 사연도 화제다.

불혹을 앞둔 38살의 나이에도 남자 펜싱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 개인전 동메달을 따낸 김정환은 상무 펜싱팀을 거친 선수다. 김정환은 군 복무 중이던 지난 2011년 브라질에서 열린 제5회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출전해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하며 국제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 그는 전역 후 열린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자신의 첫 올림픽 금메달을 수확했다. 김정환은 “상무는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며 “전역 후 세 번의 올림픽에 출전해 4개의 메달을 따낼 수 있을 때까지 큰 꿈을 꾸고 지금의 나를 이룬 곳”이라고 말했다.

남자 양궁의 ‘맏형’ 오진혁도 지난 2000~2002년 상무 양궁팀에서 군 생활을 했던 선수다. 그는 이번 올림픽 남자 단체전 결승전에서 마지막 궁사로 나서 10점을 맞히며 금메달을 확정 지었다.

오진혁은 1999년 충남체고 3학년 때 대표팀에 선발된 유망주였다. 하지만 그해 처음 출전한 세계선수권에서는 64강에서 탈락했다. 어린 나이에 좌절을 맛본 오진혁은 곧바로 군에 입대해 정신을 재무장하고, 실력을 쌓아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남자양궁 사상 첫 개인전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그로부터 9년이 흐른 도쿄올림픽에서는 어깨부상을 딛고 불혹의 나이에 다시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스포츠 사상 올림픽 최고령 금메달리스트이자 ‘양궁 레전드’로 자리매김했다. 오진혁은 “군 복무를 통해 ‘수사불패’ 정신을 가슴에 새겨 포기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며 “승부처에서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을 갖고 지금까지 선수생활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곳이 상무”라고 감사인사를 전했다.

사상 첫 올림픽에 출전한 남자 럭비 대표팀의 경우 13명의 선수 중 무려 12명이 상무 출신이다. 럭비 대표팀은 비록 목표로 했던 1승을 거두진 못했지만, 서천오 상무 감독 지도로 세계 최강 뉴질랜드를 상대로 역사적인 첫 득점을 올리는 등 선전했다. 이들에게는 ‘졌지만 잘 싸웠다’는 국민들의 응원 메시지가 이어졌다. 지난 2004~2005년에 복무했던 주장 박완용은 “20살에 입대해 체력과 기술 등 럭비의 모든 노하우를 배운 곳이 상무”라며 “군에서 인연을 맺은 옛 전우들과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무대에 나설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남자 배드민턴 단식 조별리그에서 세계랭킹 1위 모모타 겐토(일본)을 꺾으며 파란을 일으켰던 허광희, 남자 에페 단체전 동메달 주역인 권영준, 송재호, 마세건, 남자탁구 단체 4위 이상수·정영식 등 총 37명의 선수들이 상무에서 군 생활을 거쳐 올림픽에서 꿈을 펼쳤다.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도운 지도자들 중에도 상무 출신이 71명에 달한다. 무려 4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양궁팀 박채순 감독을 비롯해 금·동메달을 따낸 남녀 기계체조팀 신형욱·이정식 감독, 사상 첫 메달의 감격을 누린 근대5종 최은종 감독과 김기만·김성진·김승구 코치, 남자 펜싱 조종현 감독과 김형열·구교동 코치, 남자 유도 금호연 감독과 송대남 코치, 여자 배드민턴 김충회 감독 등이 대표적이다.

곽합 국군체육부대장은 “부대원들에게 항상 국가와 군을 대표하는 선수이자 지도자로 자부심을 갖고 경기에 임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방 체육과 국가 엘리트 체육 발전에 기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글=노성수 기자/사진=연합뉴스


노성수 기자 < nss1234@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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