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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과 실력으로… 4년 전 ‘무임승차 논란’ 지웠다

입력 2021. 08. 03   16:00
업데이트 2021. 08. 04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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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올림픽 영웅’으로 거듭난 오지환의 반전 스토리

2018 아시안게임 백업 내야수 발탁
“별다른 활약 없이 병역면제” 비난 받아

도쿄올림픽에선 첫날부터 ‘펄펄’

이스라엘전 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리턴매치서도 2회 투런포 기선 제압


2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녹아웃스테이지 2라운드 이스라엘전에서 오지환이 2회 말 투런홈런을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녹아웃스테이지 2라운드 이스라엘전에서 오지환이 2회 말 투런홈런을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3년 전 마음의 빚이 컸던 오지환은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성적과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내고 있다. 사진=KBO SNS
3년 전 마음의 빚이 컸던 오지환은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성적과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내고 있다. 사진=KBO SNS

2018년 10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당시 야구 대표팀을 이끈 선동열 감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경기인 출신이 국감에 선 건 선 감독이 처음이었다.

선 감독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선수단과 함께 귀국했지만 환영을 받지 못했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선발한 대표팀에 백업 내야수로 오지환을 발탁한 걸 두고 큰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다.

선 감독은 국감이 있기 전 기자회견을 통해 논란이 된 오지환의 선발에 대해 두 가지 관점으로 해명했다. “야구에서 센터라인이 중요하다. 투수-포수-유격수-2루수-중견수가 수비 라인의 핵심이라 (당시 유격수 2위인) 오지환을 백업으로 뽑았다”고 강조했고, 주전 내야수가 부상했을 경우 백업 선수 활용을 위해 오지환을 발탁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아무리 논란이 컸다고 해도 오지환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성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면 논란은 쉽게 가라앉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지환은 정작 대회에서 경기 전 배탈로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지 못했고, 2타수 1안타에 그치며 ‘무임승차’ 논란에 불을 지폈다.

만약 야구대표팀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면 당시 29세였던 오지환은 2018시즌 마치고 곧장 현역 입대해야 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금메달 획득으로 오지환이 병역면제 혜택을 받게 되자 팬들의 비난이 가열되면서 급기야 선동열 전 감독이 국정감사 증언대에까지 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2019년 1월 선 전 감독의 뒤를 이어 김경문 감독이 대표팀 전임 감독으로 선임됐다. 다시 대표팀을 맡은 김경문 감독은 선 전 감독이 어떤 이유로 감독직에서 사퇴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사석에서 앞으로 대표팀 선발할 때 오지환과 박해민은 뽑지 않겠다고 말한 내용이 알려질 정도였다.

그러나 김 감독은 2020 도쿄올림픽에 승선할 최종 24인 명단에 오지환과 박해민을 올렸다. 그는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오지환이 정규시즌 타율은 낮지만 내야 수비는 최고의 실력을 갖췄다며 오지환의 수비에 강한 신뢰를 보냈다.

3년 전 대표팀 발탁 관련 악몽에 시달렸던 오지환으로선 그 빚을 갚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었다. 오지환은 도쿄로 향하기 전 한국에서 치른 평가전에서 왼쪽 턱 부위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지만 다섯 바늘을 꿰맨 후 바로 다음 날 경기에 출전했고, 둘째 아이가 태어났음에도 아내의 출산을 지켜본 후 곧장 대표팀에 합류하는 등 올림픽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오지환은 올림픽 첫날부터 김경문 감독의 기대에 100% 부응했다. B조 조별리그 1차전인 이스라엘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4타수 3안타(1홈런) 1볼넷 3타점을 기록했다. 올림픽 첫 타석부터 안타로 타격감을 올린 그는 0-2로 끌려가던 4회 2사 1루에서 동점 투런 홈런을 뽑았다. 6회에는 볼넷 뒤 도루까지 성공했다. 이어 4-4로 맞선 7회 큼지막한 1타점 2루타를 쳤다.

2일 다시 맞붙은 이스라엘과의 경기에서 오지환은 상대 우완 조이 와그먼을 공략해 시원한 투런포로 포문을 열었다. 1-0으로 앞선 2회 말 무사 1루 기회에서 중월 투런포를 날리며 3-0으로 거리를 벌렸다. 덕분에 한국은 이스라엘을 11-1, 7회 콜드게임으로 물리치고 준결승전에 선착할 수 있었다.

김경문 감독이 이번 대회를 앞두고 가장 칭찬한 선수는 오지환이었다. 김 감독은 오지환이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를 악물었다고 설명하면서 훈련 때도 가장 돋보인 선수가 오지환이라고 평가했다.

오지환은 2일 이스라엘전을 마친 후 현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3년 전 논란을 떠올린 듯 다음과 같은 속내를 밝혔다.

“예전에 많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 힘든 것을 티 내고 싶지 않았다. 대표팀 선수다운 선수가 되고, 승리에 필요한 선수가 되고 싶었다.”

오지환은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대표팀 발탁 논란을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성적과 실력으로 증명해내는 중이다. 올림픽을 마치고 귀국할 때는 그가 안고 있던 마음의 빚이 더는 남아 있지 않기를 바란다. 활짝 웃는 오지환이 보고 싶다.
<이영미 인터뷰 전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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