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심승배 기고] 올림픽 금메달과 디지털 국방

입력 2021. 08. 02   15:54
업데이트 2021. 08. 0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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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승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심승배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올림픽이 열리는 계절이 되면 선수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기사화된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게임별 승패에 대한 정보뿐만 아니라 승패의 과정이 디지털화돼 국민에게 전달되고 있다.

과거에는 어떤 개그 프로의 유행어처럼 1등인 금메달만 기억하는 세상이었지만 요즘은 메달을 따기 위한 노력에 박수를 보내곤 한다. 하지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여전히 많다. 올림픽에 출전하기 전에 선수들이 노력했던 과정과 그들을 물적·심적으로 지원한 이들에 대한 기억이다.

선수들의 노력은 가끔 예능 프로에서 조명되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지워진다. 선수들에 대한 후원이나 지원 시스템에 대한 투자도 마찬가지다. 양궁 9연패의 배경에는 선수들의 뛰어난 능력이 있지만, VR 시뮬레이션이나 심박수 데이터 분석도 큰 힘을 발휘했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기술의 지원이 경기력 향상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저예산 구단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로 야구 기록을 통계적·수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OPS(공격공헌도)와 같은 지표를 관리해 좋은 성적을 낸 것은 야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알고 있는 사례다.

우리 군의 지향점은 스마트 국방인가, 디지털 국방인가? 4차 산업혁명 기술이나 지능정보기술이라는 용어가 있지만, 핵심 수단은 디지털 기술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디지털 기술로 지원하는 군의 임무다. 전장 상황의 상황도를 디지털화하는 기술은 XR 기술이며 상황도에 도시되는 정보를 수집·저장하고 가공해 분석하는 기술은 클라우드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이다. 무기체계나 전력지원체계의 장비들을 정비하기 위해 XR 기반 교육훈련을 시도하고 디지털 트윈 기술을 도입해 예측 정비를 하는 것도 디지털 기술의 힘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다. 사람이 기술을 마음껏 실험해 볼 수 있도록 디지털 놀이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군에 디지털 샌드박스가 활성화돼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사고와 관행을 과감하게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과 작동하는 제품을 기반으로 반복적으로 개발하는 애자일 방법론을 전군에 도입해 기획, 계획, 예산, 집행으로 이어지는 국방 획득 프로세스를 혁신해야 한다. 군·기관 간 칸막이도 허물고 협업을 강화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은 끊임없이 도입하고 활용하는 자들의 것이며 일종의 작은 국가인 군은 디지털 기술을 지속적으로 실험하고 궁극적으로 이를 완성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까운 미래에 메타버스 공간에서 정부부처가 참여하는 디지털 체전이 열린다면, 국방부가 금메달을 따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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