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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 개입서 외교 관여로 전환…비밀작전 지속 가능

기사입력 2021. 07. 30   14:53 최종수정 2021. 07. 30   14:54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평가와 전망
 
바이든, 전쟁 초기 설정 목표 달성 판단
“더는 미군을 위험에 빠뜨릴 이유 없다”
20년간 천문학적 전쟁비용 부담도 이유
 
아프간 정세 악화 불보듯…비판 여론도
철군 후에도 다양한 무력 수단은 남겨

 

지난 달 초 미군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연합군이 모두 철수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북부의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한 정부군 병사가 험비 차량에 올라가 경계 근무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군대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달 말 철군 완료를 예정하고 있지만, 반군세력은 여전히 건재하고 있어 아프간 정세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미군의 아프간 철수는 아프간 현지 군사상황의 변화와 전쟁 비용의 압박 때문이다. 그리고 미군 철군은 군사적 개입에서 외교적 관여로 방향 전환을 의미하며, 다양한 비밀작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외신들은 미군이 지난달 하순 이틀에 걸쳐서 반군세력의 활동이 두드러진 남부 도시 칸다하르와 헬만드주 일대에 공습을 퍼부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군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본격화된 철군으로 제한된 상황이지만 반군 탈레반에 대한 공습은 적어도 이달 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군의 공습은 일회성이 아니며,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미군의 이번 공습은 반군세력의 확장을 저지하는 데 1차 목적이 있다, 미군 철수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탈레반 세력도 급속히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아프간에는 미 대사관과 카불 공항을 지키기 위한 병력 650명만이 주둔하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반군세력은 현재 아프간 420여 개 지역 가운데 절반 넘는 210개 이상 지역을 점령했으며, 34개 핵심 거점을 압박해 수도 카불 등 주요 도시를 고립시키려 한다고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이 설명한 바 있다. 아프간 지역의 정세가 미국에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해도 군사·경제적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6월 25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오른쪽) 대통령과 아프가니스탄 아슈라프 가니(가운데) 대통령, 압둘라 압둘라 국가화해최고위원회 의장이 회담하는 모습.  연합뉴스

미 정부는 이런 불리한 정세에도 미군 철수를 단행한 배경으로 전쟁 목표 달성에 따른 상황 변화를 우선 꼽는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있었던 아프간 철군 연설에서 9·11 테러를 저지른 조직인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하고, 아프가니스탄이 미국에 대한 또 다른 공격의 온상이 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으로 전쟁 초기에 설정했던 목표가 달성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은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미군 철수를 강하게 내세운다. 미군을 더는 위험에 빠뜨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른 결과를 얻을 것이라는 타당한 기대 없이 또 다른 세대의 미국인을 아프간 전쟁에 보내지는 않을 것”이라며 재파병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개를 흔들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예상되는 위협은 탈레반 세력에 의한 현 정부의 붕괴, 아프간 권력 내부의 부패 만연, 극단주의자들의 준동 등이다. 탈레반 세력이 현 정부의 정국 안정 노력이나 민주적 절차에 참여한다는 확약은 없는 상태이다. 바이든 정부는 외교적 노력으로 이들 위협 요인들을 해결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프간 군경의 치안 능력도 갈수록 불안감을 더해주고 있어서 미군 철수에 대한 미국 내의 비판도 적지 않다.

미군의 아프간 전략의 변화에는 장기간에 걸친 전쟁비용의 부담을 빼놓을 수 없다. 미군의 아프간 전쟁 참전 기간은 거의 20년을 기록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2001년 10월 7일 아프간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으니, 이달 말까지 철군을 완료하면 참전 기간은 19년 10개월이 된다.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으로 기록되고 있다. 미군이 오랜 기간 참전한 주요 전쟁은 베트남전(10년2개월), 제2차 세계대전(3년8개월), 6·25전쟁(3년1개월), 제1차 세계대전(1년7개월) 등이다.

전쟁비용으로 천문학적인 액수가 들어갔다. 직접 들어간 전쟁비용은 7700억 달러(약 890조 원)로 발표되었다. 그렇지만 전쟁 이후 장래 들어갈 비용으로 상이군인의 치료비, 장애인 연금, 국채 이자 등을 감안하면 그 비용은 3배가 늘어나 2조 달러(약 2300조 원)를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은 1980년대 냉전 기간에 재정적자에 시달리다가 1990년대 들어 소련이 붕괴되고 경제 호황으로 재정적자의 압박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2000년대에 다시 이러한 전쟁비용을 조달하느라 재정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국가부채는 연간 국내 총생산액을 넘어서고 있어서 국가 경제 전반에 주름살을 주고 있다.

아프간 전쟁에 파견된 미군 인원은 2011년 한때 최대 10만 명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그동안 미군 사망자는 2420명, 부상자는 2만2000명에 달했다. 미국과 함께 참전한 동맹국의 사망자도 1150명 이상이다.

미국이 아프간에서 철군하지만, 그렇다고 앞으로 완전히 손을 떼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한 대로 그동안 군사적 개입이 우선이었지만, 향후 외교적 개입이 우선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철군 이후에도 외교를 통한 관여와 경제개발, 인도적 차원의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또 미군 철군은 아프간 정부와 지도자들에게 책임의식을 강요하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철군 이후 폭격은 아프간 정부를 공격하는 탈레반이 아니라 알카에다와 테러리스트 집단을 대상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탈레반 반군에 향한 대응은 아프간 군·경이 맡아야 한다는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아프간의 운명은 이제 미군이 아니라 자신들이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군과 동맹군은 그동안 아프간 정부군과 경찰을 육성하는 데 힘을 기울여 아프간 공군이 창설되는 등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 그렇지만 급료 횡령, 탈주, 부정부패 등 내부 비리가 여전히 횡행해 미군 측은 골머리를 앓아왔다. 이제 아프간 군·경은 이러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미군이 완전히 철군한다고 해도 무력 수단은 남아 있다. 미 육군 정보분석관을 지낸 윌리엄 아킨이 기고한 글에 따르면, 비밀작전에 종사하는 특수부대, 미 중앙정보국(CIA)의 준군사요원 등은 이들의 존재 자체가 비밀이므로 어떤 공식 집계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인신매매 비리 등을 수사하는 국무부와 연방수사국(FBI) 등의 요원도 남는다. 민간 군사회사의 직원도 있다. 이들 직종은 각종 정보분석부터 에어컨 수리까지 다양하다.

또 군사기술의 발달에 따라 드론, 정밀 유도무기, 인공위성 등 감시체계, 사이버전 시스템도 언제든지 아프간 현지에서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을 지휘하는 지휘부와 발진 기지 등은 미 본토와 주변 국가 등 안전한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결국, 미군 전투 병력의 철군 이후에도 새 아프간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은 항상 대기 상태여서, 다양한 비밀작전이 언제든지 실행될 수 있다.


필자 김성걸은 외교·안보 분야로 성균관대에서 수학(정치학 박사)했다. 한겨레신문 기자로 오랜 기간 국방부를 출입했으며, 한국국방연구원에서 국방정책을 연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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