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교수실에서

[황선영 교수실에서] 분노 정서를 조절하는 지혜

입력 2021. 07. 26   16:01
업데이트 2021. 07. 2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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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선 영 소령 
국군간호사관학교 간호학교수
황 선 영 소령 국군간호사관학교 간호학교수
살면서 늘 평온한 정서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코로나19 감염병이 장기화 된 까닭일까. 요사이 우울감을 경험하거나 안 좋은 기억을 반추하고 사소한 일에 분노가 느껴진다는 호소가 더 많아진 것 같다. 감정이 마음에서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불쾌한 또는 유쾌한 경험이라면, 정서는 감정이 세분화 된 상태로 생리적 변화와 행동 반응을 포함한다.

인간이 경험하는 기본적인 정서 가운데 흔히 경험하는 것이 분노(火)다. 분노가 발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부조리 사건, 과도한 업무와 같이 특정 상황 때문일 수 있는데 개인의 인정 욕구 좌절, 열등감, 심리적 외상, 죄책감 등 직시하기 불편한 무의식적 갈등이 분노의 근원일 수 있다. 또한, 개인의 비합리적 신념이나 ‘반드시…한다’는 당위적 사고에 의해 유발되기도 한다. 매사 엄격한 기준으로 남을 탓하거나 부정적 평가를 하는 사람은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 앞에서 분노를 느낀다. 역설적으로 자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관대하지 못한 태도 역시 자기 비난으로 이어진다.

분노가 느껴질 때 무조건 참기만 하면 무력감과 우울감이 커지고, 여과 없이 표출하면 공격적 에너지가 자신과 주변 사람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버럭 화를 내고 나면 인간관계가 서먹해지고 불편해지기도 한다. 따라서 일상에서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회문화적 맥락에 적합한 정서조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상황의 본래 의미를 수용하고 부정적인 사건에서도 최선의 방법을 조망해보는 전략이 중요하다. 순간적인 정서에 압도되지 않도록 조절력을 가질 때 개인의 대처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부정적 정서를 현명하게 조절할 수 있을까? 먼저, 내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현재의 정서 상태를 알아차리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그리고 분노를 촉발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확인해 본다. 어떤 상황이나 생각 때문에 화가 났는지 기록하고 정서 수준을 분석해 보는 습관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보통 비합리적이고 왜곡된 사고는 자동적으로 일어난다. 가령 ‘실수하면 안돼’, ‘인정받아야 해’라는 신념이 있는 사람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좌절과 절망, 분노를 느끼기 쉽다. 이러한 사고 패턴을 ‘실수할 수 있다’, ‘최선을 다했고, 잘해냈다’ 같은 대안적 사고로 바꾸도록 노력해야 한다.

평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자기표현을 연습한다면 타인을 불쾌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나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 강의에 늦게 들어온 생도를 보고 화가 났을 때 면박을 주거나 못 본 척 참기보다는 ‘늦어서 걱정했다’는 염려와 함께 ‘앞으로 시간을 준수하자’고 말하는 것이 현명하다.

분노했을 때 심장박동과 호흡이 가빠지고 근육이 긴장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 몸의 교감신경계가 항진돼 나타나는 반응인데, 이때 마음은 더욱 조급해져 문제의 대안을 찾기 어려워진다. 평상시 긍정적 이미지를 떠올리며 근육을 이완시키고, 마음 챙김 호흡명상 훈련을 한다면 흥분된 순간에 생리반응을 안정시키고 사고도 유연하게 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일어나는 경험을 비판단적으로 알아차리고 자신의 생각과 정서를 수용하면서 신체감각에 집중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내 안의 화를 들여다보고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주는 지혜가 필요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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