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견장일기

[장환중위 견장일기] 군 생활의 이정표

입력 2021. 07. 22   15:28
업데이트 2021. 07. 2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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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환 중위 
육군15사단 훈육소대장
장 환 중위 육군15사단 훈육소대장


지난 3월 29일 새로 입영한 21-6기 신병교육을 준비하며 공부하던 나는 교범 사이에 꽂혀 있는 편지 한 통을 발견했다. 지난 기수 소대장 훈련병이 남기고 간 편지였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38일 동안 신교대대에서 제가 겪은 군 생활의 ‘이정표’가 돼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필승!”

나는 부사관으로 군 복무를 시작했고 육군훈련소, 육군부사관학교, 육군종합행정학교, 육군3사관학교, 육군학생군사학교, 보병학교 등 많은 교육기관을 거치며 수많은 교관을 만났다.

늠름하고 멋진 그들을 보며 ‘언젠가 나도 교관 임무를 수행하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장교 임관 후 운 좋게 첫 보직으로 신병교육대대 훈육소대장 직책을 부여받았다. 내가 꿈꾸던 임무를 맡게 돼 기뻤지만 쉬운 임무는 아니었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화생방 가스 실습실에 들어가 아비규환에 빠진 훈련병을 통제하다 보면 목이 쉬었다. 지축을 뒤흔드는 수류탄의 충격, 소총이 내뿜는 굉음을 수없이 마주하며 귀가 먹먹해져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은 적도 있었다.

게다가 현재는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입영부터 2주 동안 퇴근하지 않고 훈련병들과 같이 생활하고 있다. 환자가 생기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 상태를 확인하고, 진료를 위해 군 병원으로 향한다. 우리는 24시간 내내 오로지 훈련병들을 위해 생활한다.

훈육소대장에게 주어진 막중한 임무와 책임감에 몸과 마음이 지쳐 때로는 포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훈련병들이 점차 군인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게 된다. 알을 깨고 세상에 나온 아기새가 어미새를 따라 ‘삶의 지혜’를 배우듯, 훈련병들은 훈육관의 가르침을 통해 ‘군인의 책무’를 습득한다. 훈련을 수료할 즈음 한층 성숙해진 그들의 모습을 보면 가슴 벅차고 뿌듯하다. 내 손으로 대한민국 안보의 초석을 육성한다는 자부심이 느껴지고, ‘정병 육성’이라는 목표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는 사실이 기쁘고 행복하다.

6주 동안 함께한 훈련병들이 수료식을 마치고 떠난 후 비어있는 생활관을 보면 아쉬움이 밀려온다. ‘과연 내가 이들의 올바른 이정표가 됐을까?’라는 생각을 하면 쑥스럽고 부끄럽다. 그럴 때마다 다음에는 더 멋진 훈육소대장, 더 훌륭한 ‘이정표’가 되리라 다짐한다.

어둡고 조용한 새벽. 육군15보병사단 신병교육대대에서는 교관의 외침과 함께 훈련병들이 기상한다. 완벽한 신병교육을 위해 훈육관들은 누구보다 이른 아침을 맞이하고 늦게 잠든다. 누구도 다치지 않고 무사히 교육훈련이 끝나도록 매일 간절히 기도한다. 나는 오늘도 군 생활을 처음 시작한 이들의 ‘이정표’가 되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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