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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현 종교와 삶] 위국헌신으로 가는 길

입력 2021. 07. 13   15:52
업데이트 2021. 07. 1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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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 현 대위 
육군53사단·신부
이 성 현 대위 육군53사단·신부

2015년 개봉했던 영화 ‘연평해전’은 많은 분이 보셨을 것 같습니다. 2002년 6월 29일, 한국이 터키와 월드컵 3·4위전을 치르느라 열기가 뜨거웠을 때, 서해 NLL 근처에서 우리나라 영해를 침범한 북한군 함정을 막아내느라 뜨겁게 불타오른 우리나라 해군 장병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참수리 357호정의 새로운 정장으로 부임한 윤영하 대위는 실전을 방불케 하는 고된 훈련을 진행하며 부하들과 첫 만남부터 불만을 샀습니다. 엄격하고 빡빡한 훈련 진행에 부하들은 융통성 없는 정장을 못마땅하게 여겼습니다.

“너희가 허비하는 그 1초가 전우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길 바란다.”

윤영하 대위가 했던 이 말을 통해 부하들은 이 모든 훈련이 실전을 위한 것이고, 전우를 위한 것이며, 군인으로서 사명을 다하고자 하는 책임에서 비롯한 것이었음을 깨달았습니다. 틈틈이 부하들의 근무 여건과 복지를 위해서도 힘쓰는 정장 윤 대위의 모습에 마음을 열고, 참수리 357호정의 장병들은 가족과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냈습니다.

가족이 아님에도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우를 위하고, 국가를 위한다는 사명감을 가지는 것은 상호존중과 책임완수의 정신으로 무장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정신은 단순히 ‘계급’에서 오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얼마 전 종교행사에 나왔던 용사 한 명이 “혀…아니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왜 그래?”라고 물어보니, 이 용사가 처음에는 말을 안 하려다가 “형이라고 할 뻔했습니다”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에 저는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던 기억이 납니다.

‘계급’이라는 제도로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군대 안에서 ‘형’이라는 단어는 참 생소합니다. 하지만 듣기에 너무나 정겹고 좋은 말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이 용사가 군기 없이 행동하거나 병영 생활을 잘못하는 친구도 아니었습니다. 본인의 임무에 충실하고, 종교행사에도 열심히 나오며, 제가 도움을 청할 때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믿음직한 친구였습니다. 군복을 입고 있는 우리에게는 계급장이 부여돼 있지만, 적어도 그 순간 그 용사와 저는 계급이나 직책으로 나뉘어 있는 사이가 아니라 함께하는 사이가 돼 이야기를 나눈 것입니다.

군이라는 커다란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계급과 직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계급장이 기능적 측면을 넘어 존재론적으로 사람에게까지 나아가면 소통이 불가능해지고, ‘함께’할 수 없게 됩니다. 군이라는 조직 안에서 계급이 높은 사람은 부하를 배려하고 관심을 가져야 하며, 계급이 낮은 사람은 상관을 존경하고 그들이 짊어지고 있는 책임감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고 이해할 때 우리는 ‘상호존중’을 이루는 함께하는 공동체가 될 것이며 ‘국방의 의무’라는 고귀한 사명을 함께 짊어질 때 국가를 지키는 ‘전사 공동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후에야 ‘위국헌신’의 정신을 구현하는 ‘강한 군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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