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나
미·중 군사작전 경쟁의 양상 : 초한전 vs. 전영역작전
『KIMS Periscope』 239호(한국해양전략연구소 발행)
지난 3월 미국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개최된 미·중 고위급 회담을 통해 두 강대국이 서로 바라보는 방향이 완전하게 상반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 세계의 눈이 집중된 대목은 3분 이내로 끝날 줄 알았던 양측의 모두 인사말이 대략 1시간에 걸친 설전(舌戰)으로 귀결되었다는 부분이다. 설전에서 거론되었듯이 미국과 중국의 갈등 양상이 인권 문제에서부터 신장·홍콩·대만과 연계한 내정간섭 문제, 지역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압박과 사이버 공격 문제까지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미·중 양측의 갈등 양상이 설전을 넘어 외교 안보 분야에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안보적인 측면에서 보면 미국과 중국에서 지금까지 준비해온 군사전략이 최근에서야 실질적인 경쟁으로 펼쳐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간 경쟁적인 구도에 집중한다. 중국이 경제적인 영향력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군사력 강화를 꾀하고 있으며, 미국은 중국의 확장을 억제하는 차원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글은 여기에서 한 뼘 더 깊숙이 들어가 ‘초한전’과 ‘전영역작전’이라는 키워드로 설명되는 미·중 양국의 군사작전 개념을 살펴본다.
중국의 초한전
초한전(超限戰)은 경계를 뛰어넘는 전쟁이라는 뜻으로, 1999년 중국인민해방군 공군의 차오량과 왕샹쑤이가 제시한 전쟁이론이다. 무력과 비무력, 군사와 비군사, 정규와 비정규 그리고 살상과 비살상의 수단을 동원하여 적을 곤경에 빠뜨려 전쟁의 목적을 달성하는 개념으로, 무한한 수단을 쓰지만, 유한한 목표를 추구하기 때문에 많은 피가 튀지 않는 점이 기존의 총력전쟁과 다르다. 초한전은 이론에 불과하지만, 중국군의 삼전(三戰) 전개와 해상 민병 활동 등 실제 행동에서 그러한 사고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2003년 중국군은 삼전, 즉 여론전과 심리전 그리고 법률전을 「군대정치공작조례」에 반영하고, 조직 편성과 교육훈련을 통해 전시에 적군을 와해시키는 공작을 준비했다. 여론전과 법률전은 중앙군사위원회 정치공작부가, 심리전은 전략지원부대와 각 전구(戰區) 정치공작부가 주도하며, 유사시 각 전구는 삼전을 전개하여 상대국에 대한 군사력 사용을 정당화하거나 전쟁을 위한 명분을 쌓고, 군사행동에 대한 국내외 지지를 얻고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여 상대국 지도자와 국민의 의지를 약화할 것이다.
중국군은 2015년 말 항공·우주, 사이버작전, 정보수집, 전자·심리전을 주 임무로 하는 전략지원부대를 창설하였고, 2018년에는 국무원 산하의 무장경찰과 국가해양국 산하의 해경을 중앙군사위원회가 차례로 흡수하였으며, 올 2월에는 ‘해경법’을 제정하여 관할해역에서 불법조업과 관련하여 해경의 경고에 응하지 않는 외국 선박 등을 대상으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해경의 무기 사용을 법제화하였다. 최근인 4월 29일에는 외국 선박 통제를 강화한 ‘해상교통안전법’ 개정안을 승인하여 오는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된 법률에 따르면 외국 선박이 중국 영해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퇴거를 명령할 수 있다. 또한 지난 1월에는 국방법 을 개정하여 군사위와 주석의 권한을 확대하는 한편, 비전통적 안보를 포괄하는 총체적 국가안보관과 전민국방(全民國防)을 강조하고, 안보 영역을 우주와 전자기, 사이버까지 넓히기도 하였다. 이처럼 중국은 정부 차원의 해양활동을 법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제도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민병(民兵)도 ‘국방법’에 따라 무장역량으로 분류된다. 특히, 대규모 어선으로 구성된 해상민병의 남중국해 활동으로 필리핀 등 주변국이 몸살을 앓고 있는데, 이들은 정찰·위장·양동작전·군수지원 등 군사작전 수행이 가능한 활동역량과 규모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평상시에는 어업에 종사하다 필요시 분쟁 도서나 해역에서 집단시위 또는 불법어업 등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국가적 대응이 어려워 회색지대 전략수단으로 볼 수 있다. 2009년 미국 해양조사선 충돌, 2012년 스카버러 암초 점령, 2014년 중국 석유시추선 보호, 2016년 센카쿠 열도 주변 진입이 이들의 대표 전공(戰功)이다.
중국의 강점은 무력과 비무력, 군사와 비군사, 정규와 비정규 그리고 살상과 비살상 수단을 유기적으로 통합하여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 중앙군사위와 당 중앙군사위의 구성원이 같고, 위원장이자 국가주석의 책임제로 운영한다. 이 군사위가 육·해·공·로켓군은 물론, 삼전을 주도하는 전략지원부대와 연근(보급·병참) 보장부대, 해경을 포함한 무장경찰과 민병을 아울러 중국의 초한전을 총지휘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영역작전
미국은 지상뿐만 아니라 우주, 공중, 해상, 사이버·전자기 등 6개 영역에서 교차 영역 간 시너지를 만들어 내는 신개념의 다영역작전(Multi Domain Operations)을 육군을 중심으로 발전시켰다. 다영역작전의 핵심은 크게 3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발달한 통신 체계를 활용하여 육·해·공군 전력을 통합적으로 운용함으로써 중국에 군사적으로 한 발 더 빠르게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5G 통신망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중국의 5G 통신망 기술 성장 속도를 늦추는 방안을 함께 실천하고 있다.
둘째, 미중 간 발생 가능한 전쟁 시나리오상 중국 본토 인근에서 전쟁을 수행할 경우를 대비하여 해·공군의 작전개념에 더해 육군의 역할을 한층 강화했다. 미군은 공해전투(Air Sea Battle)만으로 부족한 작전 공백을 공지전투(Air Land battle)에 익숙한 육군력으로 보완하고자 한다.
셋째, 미군은 다영역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사안으로 첨단과학기술에 기반한 원격의 원거리 정밀타격 체제를 갖추는 것이다. 인공지능, 무인체계, 사이버 등 영역을 넘나들면서 원격으로 원거리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무기체계를 구축하여 적보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주먹(punch)을 휘두를 수 있는 태세를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최근 극초음속 무기, 원거리 무인체계, 우주 감시자산 등 현대화된 육·해·공 전력을 바탕으로 자국을 포함한 동맹국 간 전영역작전(All Domain Operations)까지 준비하고 있다.
작년 12월 미 해군, 해병대, 해경이 공동으로 『해양에서의 우세 : 전영역 통합 해군력을 통한 우위(Advantage at Sea: Prevailing with Integrated All Domain Naval Power)』라는 제목의 해양전략서를 발표했는데, 먼저 해군, 해병대, 해경은 해양뿐만 아니라 우주, 사이버, 각종 정보환경 등을 포함하는 전 영역에서 통합 전력을 구축하여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협력을 통한 해양통제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음으로는 이를 통해 러시아 및 중국 대비 미국이 장기적인 해양전략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해야 하며, 특히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세한 해양전력을 갖추는 것을 미 해양력 강화 목표에서 최우선 순위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미 해군의 전영역작전은 미국의 안보전략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 최근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에 따른 미·일·호·인 등 4자 간 협력체제인 쿼드(Quad)를 공고히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에 더해 역내 주요 국가들을 포함하는 쿼드 플러스(Quad+)나 민주주의 체제의 10개 국가로 구성된 D10(Democracy 10) 등을 통해 미국 주도로 동맹 및 안보 우호국들과 연합 진형을 구성하고자 한다.
미국이 그리는 전략적 그림은 동맹국들과의 연대를 통해 중국을 직·간접적으로 포위하는 전략이다. 미국은 쿼드 개념에 대한 법적인 정당성을 확보하고, 쿼드 계획을 구체화하기 위해 상원에서 2021년 전략적 경쟁법(Strategic Competition Act of 2021)을 발표했다. 핵심은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을 분명하게 정의하면서 이 지역에서 법과 제도에 기반한 자유롭고 평화로운 환경 조성을 위한 목적으로 4개국 협의체인 쿼드를 통해 군 고위급 회담 및 연합작전 등 군사협력을 강화할 것을 선언한 것이다.
미·중의 경쟁적인 움직임이 규칙에 기반을 둔 시계열적 특성을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군사적인 측면에서 미·중 간 긴장의 강도가 시나브로 조금씩 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알래스카 회담에서 미국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중국은 양제츠 외교 정치국원과 왕이 외교부장이 대표로 참가했다. 주목할 점은 중국 대표단의 태도인데, 공개적인 장소에서 미국에 아주 공세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직접적인 발언에 대한 반응이라는 측면에서 ‘Tit-for-tat’ 즉,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 차원이겠지만 지금까지 보지 못한 강한 수준이라는 점이 특이할 만하다.
미국의 블링컨 장관이 62년생이며, 설리번 보좌관이 76년생인데 반해 중국의 양제츠 정치국원은 50년생, 왕이 부장이 53년생이라는 사실로 유추해 보면 유교적인 마인드로 미국 대표단을 어리고 여리게 봤을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와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면 동아시아 해양을 배경으로 중국에 대한 압박라인을 조여오는 미국에 대해 중국이 이전보다는 좀 더 공세적이고 과감한 군사행동을 취할 수도 있다는 불안한 전망도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말뿐만 아닌 행동이 수반된 미·중의 군사안보 갈등이 가시적으로 다가온 듯하다.
■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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