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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DA논단] 미래의 창과 방패, 양자기술

김한나

입력 2021. 07. 02   14:05
업데이트 2021. 07. 02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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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창과 방패, 양자기술
『국방논단』 1858호(한국국방연구원 발행)

양지원 jwyang@kida.re.kr
엄희송 hseom@kida.re.kr
한세진 tpwls902@kida.re.kr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자원연구센터


IBM의 양자컴퓨터 시스템 ‘Q 시스템 원’. 사진 = IBM 블로그
IBM의 양자컴퓨터 시스템 ‘Q 시스템 원’. 사진 = IBM 블로그

중국을 포함한 세계 강대국들의 양자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양자기술은 다양한 활용 분야가 있으며 미래의 창과 방패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암호체계를 위협하는 양자 컴퓨터, 무제한에 가까운 보안성을 제공하는 양자통신, 스텔스기를 무력화할 수 있는 양자레이더들이 그 예이다. 실용화하기엔 각각의 기술적 한계성이 현재 존재하나 개발에 성공할 경우 군사적으로 파급력이 큰 기술 분야들이다.


선진국들은 파괴적 혁신기술로 평가받고 있는 양자기술에 이미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연구개발 중이다.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듯 기술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유럽과 북한도 양자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양자기술은 국가 간 패권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방을 비롯한 산업 전반에 걸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또한 양자기술의 국가 안보적 중요성을 되새기고 국방 분야의 파급력과 활용전략을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이다.

지난해 10월,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양자 과학기술 연구·응용전망’에 대한 공산당 중앙정치국 집체(集體) 학습을 주재했다. 시 주석은 그동안 ‘현대판 경연(經筵, 왕과 신하가 학문과 기술을 연마하던 제도)’으로 불리는 집체 학습을 통해 화두를 제시하며 정부와 기업들에게 관련 내용과 기술을 독려해 왔다. 패권갈등이 한참인 상황 속에서 특정 과학기술을 다룬 것은 함의가 작지 않다.


근 몇 년간 양자기술 분야에서 의미 있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양자기술이 실용화되는 데에는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왜 중국은 미·중갈등에 당장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도 없는 이 기술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일까? 


이는 바로 양자기술이 ‘게임 체인저’ 혹은 ‘전복성(顚覆性) 기술’이라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과 반도체 부족 사태 등에 밀려 비록 크게 주목받고 있지 못하지만, 양자기술의 잠재력과 파급력을 인식한다면 이 기술이 지금의 패권경쟁을 넘어 미래의 국력과 세계 판도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양자기술은 바로 다가올 미래의 창이자 방패이기 때문이다.

본고에서는 양자기술과 양자기술의 군사적 활용 분야를 소개하고, 구체적으로 어떠한 잠재력과 의미를 가지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세계 각국의 양자기술 관련 움직임들을 함께 살펴봄으로써 양자기술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고자 한다.

양자기술

20세기의 첫해인 1900년,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가 ‘빛에너지는 연속적이지 않고 덩어리로 돼 있다’며 ‘양자화된 세상’을 언급했다. 이렇게 양자역학은 시작되었다.

양자역학은 상대성이론과 함께 현대 물리학을 떠받치는 두 개의 큰 기둥 중 하나이다. 상대성이론이 우주를 상대한다면, 양자역학은 원자라는 미시세계를 파고들며 자연의 진실을 찾는 학문이다. 양자는 더 이상 작게 나눌 수 없는 에너지의 최소단위를 가지는 입자로써 에너지·전하·각 운동량을 비롯한 물리적 성질을 나타내는 불연속적인 최소단위의 물리량을 의미한다. 양자는 ‘양자중첩(Quantum superposition)’, ‘양자얽힘(Quantum entanglement)’, ‘불확정성(Uncertainty)’, ‘비가역성(Irreversibility)’이라는 4가지 특성을 지닌다.

양자기술은 이러한 양자 고유의 특성을 활용하여 기존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초고속 연산, 초신뢰 보안, 초정밀 계측을 가능케 하는 파괴적 혁신기술이다.

사실 양자기술은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의 삶 구석구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왔다. 스마트폰과 노트북부터 나노기술이 적용된 기능성 의류, 건강검진을 위한 MRI와 유전자검사, 레이저와 원격통신 등 21세기 거의 모든 과학기술의 바탕에 양자역학이 존재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는 지금의 양자기술은 기존 ICT 기술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중요한 기술 인프라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반 지능정보기술을 더욱 촉진시킬 수 있는 미래 핵심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양자기술의 구체적인 이론을 이해하려면 양자 물리학이라는 높은 진입 장벽을 넘어야 한다. 양자 물리학은 물리학자들에게도 이해가 쉽지 않은, 어렵고 난해한 학문이다. 그 이유는 우리가 일상 경험에서 쌓아온 직관에 반하는 개념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본고는 양자기술의 잠재력과 활용성에 대해 소개하고,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것이 주목적임으로 더 구체적인 원리와 이론, 한계성은 본고 각주의 참고문헌이나 시중의 양자 관련 교양서적 혹은 논문 등을 참고하길 바란다.

양자기술의 군사적 활용
미래의 창(矛), 양자컴퓨터


구글의 양자컴퓨터 칩 ‘시커모어(Sycamore)’ 프로세서. 사진 = 구글 블로그
구글의 양자컴퓨터 칩 ‘시커모어(Sycamore)’ 프로세서. 사진 = 구글 블로그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의 비트(0 또는 1) 대신 큐비트(0이면서도 1)로 연산하는 신개념 컴퓨터이다. 기존 컴퓨터는 비트 수가 늘어나면 계산공간 역시 선형적으로 비례하여 증가하지만, 양자컴퓨터는 비직관적인 성질(양자중첩)을 지니고 있어 큐비트가 늘어남에 따라 양자컴퓨터의 계산공간이 지수함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러한 이유로 기존 컴퓨터로 1000년이 걸리는 암호 해독이 양자 컴퓨터를 사용할 경우 수분 내 종료될 수 있다. 1600대의 컴퓨터로 8개월이 걸리는 129 자릿수 소인수분해도 양자컴퓨터로는 수 시간 만에 계산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 개발에 성공하면 전 세계 금융 거래와 전자상거래 내역, 신용카드 정보, 원자력 발전소 등 군사·민간 암호가 손바닥 안에 들어온다. 컴퓨터 하나에 국가 보안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으며, 양자컴퓨터를 미래의 ‘창(矛)’이라 부르는 이유이다. 구글이 양자컴퓨터 칩 ‘시커모어(Sycamore)’를 발표한 후 가상화폐 시세가 급락했다는 소식은 양자컴퓨터의 엄청난 연산능력에 대한 두려움과 잠재력을 일상에서 보여주는 사례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양자컴퓨터가 지금의 기대만큼의 역할을 해주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양자컴퓨터는 극히 작은 외부의 자극에도 손상되는 큐비트의 특성상 초저온, 초고진공 상태가 필수이다. 현존하는 양자컴퓨터는 -273℃ 극저온 냉장고와 대형 케이스, 특별한 저장 공간 등을 필요로 한다. 부피도 초창기 컴퓨터처럼 아주 크다. 즉, 통제가 어렵고 제조 비용도 상당하다. 뿐만 아니라, 일반 컴퓨터처럼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고도의 소프트웨어가 필요하지만, 이에 관한 연구는 하드웨어 개발의 장벽에 막혀 활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양자컴퓨터의 파급력과 현재 기술 발전 속도를 살펴보면 우리가 사용하는 일이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미 10년 전, 양자컴퓨터 디웨이브(D-Wave)Ⅰ이 출시되었다. 첫 고객은 미국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이었다. 또한, 최근 10년 동안 두 차례나 양자컴퓨터 개발에 기여한 연구자들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바 있다. 노벨 과학상은 보통 해당 연구내용 발표 이후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수상이 이루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양자컴퓨터를 체감하는 날이 아득히 멀리 있지만은 않아 보인다.

반도체 강국인 우리나라가 양자컴퓨터 기술개발에 더욱 예의주시해야 할 이유가 있다. 반도체 소형화 제작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양자컴퓨터가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양자컴퓨터는 반도체가 아닌 원자를 기억소자로 활용하므로 지금까지의 컴퓨터가 가지는 태생적인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기존 반도체로 작동이 되던 일반 컴퓨터 시대에서의 우위가 양자컴퓨터 시대의 우위를 보장해 주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실제로 중국 연구팀은 양자컴퓨터 제작에 광자 탐지기, 레이저 시스템, 그리고 수많은 렌즈를 사용하였고, 빛의 입자를 조작해 양자컴퓨터를 만들었다. 미·중갈등에서 반도체 의존성으로 극심한 타격을 입고 있는 중국이 이를 탈피하기 위해 양자컴퓨터를 포함한 양자기술 개발에 사활을 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미래의 방패(盾) 1, 양자통신

양자통신기술은 양자 고유의 성질을 이용하여 정보 보호의 한계, 계산능력의 한계 등을 극복하는 차세대 정보통신 기술이다. 현재 정보통신 분야에서 사용하고 있는 비트 기반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 표기, 처리속도, 보안성, 메모리 등 다양한 부분에서 차이점을 가지며, 핵심 차이점은 단연보안성을 들 수 있다. 비트 기반 통신기술은 앞서 소개한 양자컴퓨터의 ‘양자 우월성(Quantum supremacy)’으로 인해 통신망의 보안성이 무력화될 위험이 있다. 양자통신기술은 이러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무제한에 가까운 보안성을 제공하는 ‘방패’ 역할을 맡는다고 이해할 수 있다. 

일반적인 네트워크 통신에서는 주로 대칭 키 방식을 사용하는데, 데이터를 암호화 및 복호화하는 비밀 키에 대해 제3자에 의한 도청 또는 탈취가 가능하여 보안 취약성이 존재한다. 대칭 키 방식에 양자통신기술을 활용하면 송신자가 전송한 데이터가 중간에 탈취되더라도 양자의 비가역성에 의해 수신 후 해킹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또한, BB84 프로토콜과 같이 특정한 양자통신기술을 적용하면 비밀 키의 사용은 일회용이 되고 통신을 수행할 때마다 새로운 키를 공유하게 되어 개별 데이터에 대하여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다.

보안성에서 특히 강점을 갖는 양자통신기술은 국방 분야에서 그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에서 한 가지 예로 위치식별기술에의 활용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미군은 위치식별 정보를 전송하는 범지구위성항법시스템(GNSS, 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을 지역 정찰, 무인기 운용, 미사일 타격 위치 유도 등 주요 군사 임무에 활용하고 있다. 군용 GNSS 신호는 보안성과 위치 정확도가 매우 높아 정밀한 군사 임무 수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무력화하거나 탈취하기 위한 공격 또한 계속되고 있다. GNSS 통신 주파수에 강력한 노이즈 신호를 보내 위치 신호를 수신하기 어렵게 만드는 전파 방해 공격으로 미사일을 무력화한 사례나 GNSS 신호를 조작하여 거짓 위치 정보를 보내는 위조 공격으로 최신 드론을 탈취한 사례를 보면, 양자컴퓨터가 개발된 이후에 GNSS 통신망이 공격받는 경우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양자통신기술은 양자컴퓨터로 인한 양자 우월성에 대응하여 국방분야에서 사용하는 통신망의 보안성을 보장하는 기술이 될 것이다.

현재까지 개발된 양자통신기술은 전송 거리, 암호화 속도 등에서 제한사항이 존재하여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술 단계 또한 일대일 암호통신의 수준에 머물러 있어, 양자 네트워크 수준으로 가기까지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래 기술 표준 선점이나 군사적 목적, 국가안보적 관점에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분야임은 확실하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 중국 등 세계 강대국에서도 양자통신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에서 군사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양자통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미래의 방패(盾) 2, 양자레이더


미 공군의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 사진 = 미 공군 홈페이지
미 공군의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 사진 = 미 공군 홈페이지

양자레이더란 빛의 양자 상태인 광자의 신호 송수신을 바탕으로 표적을 식별하는 레이더로서 RF(Radio Frequency) 전자기파의 신호 송수신을 바탕으로 표적을 식별하는 기존 레이더의 성능을 보다 향상시킨 신기술 체계이다. 양자레이더는 기존 방식으로는 탐지가 어려웠던 스텔스기에 대한 원거리 탐지가 가능하여 일명 ‘스텔스 천적’이라고 불린다. 양자통신기술이 사이버상의 공격을 차단하는 ‘방패’ 역할이라면, 양자레이더는 현실의 물리적 공격을 차단하는 ‘방패’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스텔스 기술은 전자파 흡수재료, 난반사 설계 방법 등을 활용하여 RF 전자기파를 기반으로 하는 기존 레이더망의 탐지영역에서 스텔스기를 자유롭게 만들어준다. 이는 적의 조기 경보망 무력화, 목표물에 대한 효과적인 타격, 아군 장비의 손실 감소 등 전장에서 보유국에게 혁신적인 이점을 가져다주어 현대전의 핵심전력으로 취급되고 있다. 


그러나 양자레이더가 개발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양자레이더는 반사도가 낮아 기존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는 물체도 탐지할 수 있어 막강한 스텔스 기술을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양자레이더는 스텔스 기술을 보유하지 못한 국가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또한, 양자레이더는 데이터의 송수신이 주변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 전자기파 레이더에 비해 주변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아 상대적으로 우수한 표적 탐색능력을 지니며, 타 기종 레이더 시스템과의 간섭문제 또한 현저히 감소된다는 장점이 있다.

양자레이더의 응용 범위는 우주까지 확대될 수 있다. 우주 진공상태에서 초고속으로 이동하는 각종 우주 파편 및 쓰레기들은 양자레이더 활용 시 매우 효과적으로 추적·탐색이 가능하며 이는 우주 정거장, 인공위성 등과 같은 각종 우주 구조물들의 생존성을 높일 수 있다. 현대전에서 인공위성의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양자레이더가 주요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양자레이더의 우주 활용성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지상에서의 기술 실용화에 가장 큰 걸림돌인 ‘결 어긋남(Decoherence) 현상’이 우주에서는 거의 발생 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양자레이더는 학계와 전문가들의 큰 관심과 기대를 받고 있으며 관련 연구들이 진행 중이다.

양자레이더가 실용화되는 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결 어긋남 현상’이 가장 대표적인 걸림돌이다. 이러한 제한적인 탐지 범위 등, 이 외 다수의 난제들이 존재하지만, 양자레이더의 중요성을 인지한 국가 및 기관들은 수년 전부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로체스터대학 광학연구소가 2012년 자국 국방부의 지원을 받아 전파 교란을 차단할 수 있는 양자레이더를 연구·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중국은 중국전자과기집단공사(CETC) 제14연구소가 2016년 실제 대기환경에서 탐지 범위 약 100km급의 목표물 탐지 실험 성공을 발표한 바 있다. 중국의 연구결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당시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2020년에는 기존 기술을 한 단계 발전시켜 수백 km 떨어져 있는 목표물을 탐지할 수 있다고 발표하였다. 


오스트리아과학기술원의 다국적 연구진은 2020년 노이즈가 심한 환경에서도 얽힌 마이크로파 광자를 활용해 레이더의 성능을 크게 향상시키는 새로운 유형의 탐지 기술을 개발하고 시제품까지 제작했다. 


한편, 우리 군도 향후 관련 기술이 가져올 미래 국가적 파급력을 인식하고, 지난 2019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 국방첨단기술연구원의 주관으로 본격적인 양자레이더 기술개발에 돌입하였다.

세계 주요국들의 동향

미국은 양자컴퓨터 개발을 최초로 진행한 국가로 양자컴퓨터 중심의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2018년 양자컴퓨터 글로벌 주도권을 쥐기 위해 ‘국가 양자 이니셔티브 법안(National Quantum Initiative Act)’를 제정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최대 12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으며, 양자 컴퓨터 분야를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민간에서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IBM은 2018, 2019년 CES47)에서 ‘Q Network’, ‘Q System One’ 등 범용 양자컴퓨터로 나아가기 위한 시험 모델들을 잇따라 공개하였다. 구글 연구팀은 양자 논리 게이트로 구성된 ‘시커모어(Sycamore)’ 프로세서를 개발하고 2019년 9월 세계 최초로 양자 우월성을 선언하였다. 양자통신 기술의 경우, 2015년 미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가 100km 유선 양자통신에 성공하였으나, 이외에 추가로 외부에 발표한 성과는 없다. 양자통신 위성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관련 투자계획을 세워온 만큼 미국이 비공개로 중국과의 양자통신 경쟁에 대비해나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은 2016년 8월 양자 과학 실험 위성 발사에 최초로 성공하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또한, 2017년부터 안후이(安徽, Anhui)성 허페이(合肥, Hefei)시에 100억 달러 규모의 세계 최대 양자연구소를 건설하고 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판젠웨이(潘建偉, Pan Jianwei)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구글의 양자 칩보다 연산능력이 100억 배 빠른 양자컴퓨터 ‘주장(九章, Jiuzhang)’을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이로써 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양자 우월성을 보여주는 국가가 되었다. 이어 올해 1월, 판젠웨이 연구팀이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총 4600km에 걸쳐 구현하는 데 성공하였음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했으며, 2월에는 양자컴퓨팅 스타트업 오리진 퀀텀이 중국의 첫 양자컴퓨터 운영체제 ‘오리진 파일럿 OS’를 공개하였다. 

중국은 양자통신기술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는 마치 미국이 선점한 미래의 ‘창(양자컴퓨터)’에 대항하기 위해 미래의 ‘방패(양자통신)’를 선제적으로 발전시키는 모양새다.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은 ‘제2의 양자 혁명 선도’라는 기치 아래 2017년 10월 ‘퀀텀 플래그십(Quantum Flagship)’을 출범시켰다. 이는 EU가 2028년까지 10년간 10억 유로의 예산을 투입하여 스위스 제네바, 독일 베를린, 스페인 마드리드 등 유럽 주요 지역에 양자 암호 통신망을 구축·운영하고, 양자컴퓨터, 양자 센서 같은 미래 기술을 개발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이다. 

유럽은 20세기부터 알버트 아인슈타인, 막스 보른, 닐스 보어 등 양자 이론의 기초를 정립한 수많은 석학을 배출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이들 덕분에 유럽이 1차 양자 혁명을 일으켜 트랜지스터, 마이크로프로세서 등 다양한 산업들을 태동시켰다고 믿고 있으며, 21세기에도 유럽이 2차 양자 혁명을 선도해 미래산업 전반을 이끌겠다는 계획과 포부를 지니고 있다.

북한에서도 양자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의 김남철 물리학 교수 연구팀은 2017년 2월 빛의 입자인 광자를 이용한 양자정보처리 기술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고 국제학술지 플라스모닉스(Plasmonics)에 실었으며, 2016년에도 같은 연구진이 네이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에 유사한 논문을 게재한 바 있다. 2019년 2월 북한은 2018년 북한을 대표하는 최고 과학자 중 한 명으로 북한의 양자통신, 양자컴퓨터 등 양자 정보 분야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김남철 교수를 선정했다.

우리나라는 2019년 1월 5년간 445억 원을 양자컴퓨팅 기술개발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세계 주요 선진국들이 조 단위의 투자를 하는 것에 비하면 초라한 편이다. 사실 그 이전인 2016년에 5000억 원 규모의 양자 산업 육성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를 통과하지 못해 사실상 백지화된 바 있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민간 기업들만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다행히 지난 4월 말, 정부는 ‘양자기술 연구개발 투자전략’을 발표하며 미래 전략기술 확보와 선진국 추격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맺음말

우리가 예타의 문턱 앞에 서성이는 동안 잠재력과 파급력을 알고 있는 선진국들은 양자기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연구비 투자 규모를 보면 그야말로 별들의 전쟁이다. 범국가적 차원의 막대한 투자와 대규모 연구개발 움직임은 양자기술의 중요성을 직간접적으로 잘 나타내어 준다. 마치 ‘냉병기’ 시대에 나타난 ‘열병기’를 갖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양자기술의 발전은 단순히 과학기술 분야의 진일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국방을 비롯한 산업 전반에 걸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양자기술은 패러다임을 바꿀 과학 혁명의 주체이자 국가 패권을 재구성할 수 있는 강력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양자기술의 상용화 및 잠재력 수준에 대한 논란과 한계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논란과 한계성에 주목하기보다는 잠재력과 파급력을 인식하여 기술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국가의 미래에 더욱 이로울 것이다. 양자기술 개발에 선두주자는 있지만, 아직 절대우위를 가진 나라는 없다.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의 발전과 융합의 가속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지금의 격차도 언제 바뀔지 모른다. 반도체 후발주자였던 우리나라가 반도체 강국이 되었던 지난 역사를 보면 더욱 그러하다. 

반도체 개발을 시작할 때의 연구환경과 국력을 생각하면 반도체 신화의 역량을 지금의 양자기술에서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실기(失期)하지 않을 때의 이야기다. 제2의 반도체 신화를 기대만 할 것이 아니라 양자기술의 국가 안보적 중요성을 되새기고 국방 분야의 파급력과 활용전략을 더욱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이다.

※ 본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한국국방연구원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김한나 기자 < 1004103khn.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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