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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1. 06. 22   17:08 최종수정 2021. 06. 22   17:22

23 왕년 인기 만화들의 웹툰 적응기 


과거 출판만화 연재로 웹툰 독자 확보
‘웹툰=스크롤’ 초창기 고정관념 균열
기성작가들 웹툰 적응하며 신작 출고
유료 활성화로 완결 출판만화 재조명
총천연색 재편집본 이어 흑백 작품도

류기운·문정후 작가의 ‘고수’.
한승원 작가의 ‘프린세스’.
류기운·문정후 작가의 ‘용비불패’.
한국 만화는 1980~1990년대 만화 잡지 시대에서 지금의 웹툰 중심 시기까지 꾸준히 발전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기존의 출판만화 시기를 풍미했던 『미생』의 윤태호, 『뱀파이어 신드롬』의 이충호, 『고수』의 류기운·문정후, 『좋아하면 울리는』의 천계영 등 만화가들도 웹툰 형식으로 자기만의 호흡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나마 이들은 성공적으로 웹툰에 적응해 새 독자층에서도 큰 반응을 끌어낸 경우다. 하지만, 모든 출판만화 작가가 웹툰에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출판만화 시대를 장식했던 인물들이 웹툰 무대에 등장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웹툰과 출판만화, 서로에게 적응 중?

웹툰 초창기인 2004년 즈음 출판만화에서 웹툰으로 진출한 작가로는 ‘위대한 캣츠비’의 강도하 작가와 ‘1001’의 양영순 작가를 꼽을 수 있다. 이어 윤태호 작가의 ‘이끼’, 황미나 작가의 ‘보톡스’, 원수연 작가의 ‘매리는 외박 중’이 웹툰 무대로 넘어왔다.

2010년대 들어서는 출판만화로 시작한 작품이 웹툰으로 넘어온 사례도 생겨났다. 신영우 작가는 단행본 22권 이후 연재를 멈췄던 ‘키드갱’을 시즌2로 완결했다. 이어 강경옥 작가의 ‘설희’는 2007년 만화 잡지 ‘팝툰’에서 첫 연재를 시작한 후 다음 만화 속 세상(현 다음 웹툰)에 연재됐다.

다음 만화 속 세상은 2009년 ‘만화 시사회’라는 이름으로 옛 출판만화를 공개했다. 이때 공개됐던 작품이 1990년대를 장식했던 서영웅 작가의 ‘굿모닝 티처’, 이미라 작가의 ‘인어공주를 위하여’, 조재호 작가의 ‘폭주기관차’ 등이었다. 그중 조재호 작가는 ‘폭주기관차’의 캐릭터를 활용한 ‘폭주기관차 ROAD TO 2010’이라는 스핀오프 격 만화를 새로 제작했으며 같은 시기 네이버에서는 황미나의 고전 개그 만화 ‘슈퍼트리오’와 김준범의 SF 만화 ‘기계전사109’ 등을 웹툰 연재란에 공개했다.

이렇듯 2010년대 전후는 다음과 네이버 모두 새로운 독자층을 필요로 하던 시기였다. 과거 출판만화 독자들을 웹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종전의 인기작을 끌어들이고, 기성 작가들로 하여금 신작 제작을 꾀하게끔 하는 상황이었다. 바꿔 말하면 이 시점은 ‘웹툰=스크롤 만화’라는 고정관념에 균열이 간 시기였고, 또한 더 많은 기성 작가들이 웹툰이라는 새 무대에 적응하며 신작을 내어놓은 시기이기도 하다.

카카오페이지나 네이버 시리즈와 같은 유료 연재 또는 묶음 서비스가 활성화한 시점에 이르러서는 웹툰도 완결작으로 구분돼 별도 서비스되기 시작했다. 유료 연재란의 활성화는 역설적으로 과거에 완결된 출판만화들을 묶음 단위로 소개하면서 재조명하는 계기가 됐다.

한승원 작가의 ‘프린세스’는 이처럼 장대한 작품들이 다시 빛을 보는 대표적 사례다. ‘프린세스’는 2014년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했다가 2016년 연재를 중단했고 2021년부터 카카오페이지에서 총천연색 재편집본으로 연재를 시작했다.

웹툰과 출판만화의 교집합은 진화 중

‘프린세스’와 조금 궤를 다르게 하는 작품으로는 ‘용비불패’를 들 수 있다.

이 작품은 전극진·양재현 콤비의 ‘열혈강호’와 함께 1990년대 청소년 무협 만화 독자층을 양분했던 대작이다. 작품을 쓴 류기운·문정후 작가는 최근 웹툰 ‘고수’의 연재를 마쳤다.

이 ‘고수’의 웹툰 버전이 공개됐는데, 재밌는 것은 스크롤 방식으로 편집하면서 구식 개그 등을 손봤지만 막상 채색을 별도로 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고수’라는 장편 연재 중이기도 했고 스토리 작가의 건강상 이유로 옛 작품에 손댈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웹툰란에 재연재를 할 때 무조건 채색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도로도 보인다. 이렇게 볼 때 웹툰 독자들이 채색 없는 만화에도 익숙해진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실제로도 최규석의 ‘송곳’이나 ‘지옥’처럼 이야기와 스타일에 따라 흑백만의 작품도 등장했다.

이제 관건은 색이 아니라 옛 작품이기에 기대할 수 있는 분량과 그에 걸맞은 서사가 아닐까. 웹툰과 옛 출판만화가 어우러져 다양한 변수를 만드는 과정이 흥미롭다.

<서찬휘 만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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