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만화로 문화읽기

재미난 이야기 친근한 캐릭터, 내 고장 알리는 새로운 트렌드

입력 2021. 06. 15   15:28
업데이트 2021. 06. 15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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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만화·캐릭터, 지역과 더 잘 만나는 방법
 
호두과자·병천순대 활용 ‘천안 웹툰’
경기 고양시엔 ‘고양 고양이’ 캐릭터
의정부 ‘의돌이와 하기’ 애틋한 스토리
만화로 만든 순천만 습지보호 캠페인
강릉단오제 소재 애니메이션도 눈길

 
바야흐로 캐릭터 시대다. 많은 사람들에게 제품을 보다 친근하게 홍보하기 위해 만화나 캐릭터를 접목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도 마찬가지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시민들에게 만화와 캐릭터를 활용해 시정을 홍보하고 있다.

충남 천안시가 지난 크리스마스에 SNS에 공개한 6컷짜리 만화.
충남 천안시가 지난 크리스마스에 SNS에 공개한 6컷짜리 만화.


만화와 캐릭터를 지역홍보에 활용한 사례

최근 지자체나 지역 기반 업체·단체들이 시정과 관련한 소식을 SNS나 블로그 카드뉴스로 제작하면서 캐릭터를 활용해 짧은 만화를 싣는 것은 흔한 사례다.

충청남도 천안시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SNS와 블로그를 통해 ‘천안 웹툰’이라는 이름으로 꾸준히 만화를 실어왔다. 천안시는 시를 대표하는 먹거리인 병천순대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꾸준히 카드뉴스를 제작하고 있다. 특히 크리스마스에는 불량한 루돌프들과 소녀 산타 캐릭터를 활용한 6컷짜리 만화를 제작해 큰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 만화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호두과자와 병천순대는 물론 때마침 TV 프로그램에서 도시를 조명했다는 점을 적절히 홍보에 활용했다.

경기도 고양시의 캐릭터 ‘고양고양이’
경기도 고양시의 캐릭터 ‘고양고양이’

경기도 고양시의 캐릭터 ‘고양고양이’를 활용한 홍보전단.
경기도 고양시의 캐릭터 ‘고양고양이’를 활용한 홍보전단.


지역 캐릭터를 잘 활용한 사례를 꼽아보자면, 경기도 고양시를 빼놓을 수 없다. 고양시의 캐릭터인 ‘고양고양이’는 지명을 활용한 귀여운 캐릭터를 내세운 모범 사례로 꼽힌다. 고양시는 SNS에서 고양고양이 캐릭터를 활용해 시정 활동을 홍보하며 시민들과 공감의 폭을 넓히고 있다.

경기도 부천시의 캐릭터 ‘부천핸썹’
경기도 부천시의 캐릭터 ‘부천핸썹’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만화박물관의 소재지로 만화 도시임을 내세우는 경기도 부천시도 돋보이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부천시는 ‘푸츄어핸스업(Put your hands up)’의 영어 발음을 활용한 ‘부천핸썹’ 캐릭터를 내놓은 바 있다. 새끼손가락과 엄지손가락만 편 모양새에 얼굴을 그려놓은 부천핸썹은 이름이 ‘썹이’로, 고양시의 고양고양이가 입버릇으로 “~고양!”을 달고 사는 데 지지 않겠다는 듯 “~썹!”을 입버릇으로 달고 산다.

손가락 모양새에서도 보이듯 힙합 음악이 어울릴 듯한 젊은 감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첫 등장 당시 캐릭터 소개 시트에서부터 나온 표현이 “왓썹? 안녕하썹?”이다. 썹이가 처음에 등장했을 당시에는 다소 당황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지난해에는 카카오M 예능 ‘내 꿈은 라이언’에도 출연하는 등 대외활동도 하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시의 캐릭터 ‘의돌이와 하기’
경기도 의정부시의 캐릭터 ‘의돌이와 하기’


최근에는 경기도 의정부시의 의돌이와 하기가 주목받고 있다. 의돌이와 하기는 앞서 있던 의돌이 캐릭터를 리뉴얼한 것으로, 원래의 의돌이를 조금 더 귀엽게 다듬고 만화 캐릭터로도 활용할 만한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덧붙인 것이 특징이다.

조선 세종 2년쯤인 1420년에 부모님을 여의었던 의돌이가 그리움에 사무쳐 부모님의 옛 옷을 쓰다듬었더니 옷에서 학이 한 마리 튀어나왔는데 그 이름이 하기라 한다. 의돌이는 부모님이 생전에 미래에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있어 데려가 달라고 하고, 하기가 그 소원을 들어주기로 하면서 함께 미래의 의정부로 여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야기 구조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훨씬 귀엽게 바뀐 의돌이 캐릭터 덕에 홍보용 도화를 제작하기가 실로 용이해졌다.

이밖에도 지역과 만화를 얽으려는 시도는 계속해서 있어 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역 우수문화콘텐츠 발굴 및 마케팅 지원 사업에 선정된 ‘므?미르(김태형/백재형)’는 경남 고성의 공룡 발자국 화석이라는 소재에 조선시대 예송논쟁을 얹어 다층적 스토리를 얽는 시도를 보여준 바 있다. ‘황금 짱순이(장현필/탁영호)’는 순천만 습지 보호에 관한 메시지를 강하게 담은 작품으로 네이버 웹툰을 통해 연재되기도 했다.

문화재청도 웹툰을 만든 바 있다. 강릉단오제를 소재로 제작한 ‘단오에 오神!(유성연/최은영·김재겸)’은 지역 문화유산이라 할 강릉단오제의 주요 인물인 범일국사와 대관령여성황신 정씨, 그리고 대관령 산신인 김유신이 현대의 단오제에서 일어난 모종의 사건을 해결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은 5화 분량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대중을 만나기도 했다.


지역 캐릭터가 대중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혹자는 ‘지역에 무슨 만화와 캐릭터가 필요한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캐릭터는 비단 ‘마스코트’로서의 역할만을 하지 않는다. 잘 만들어진 캐릭터에 스토리텔링이 결부되면, 홍보용으로의 역할만이 아니라 지역이 지닌 온갖 역사와 다양한 이야기들을 친근하게 전달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지역에는 사람들이 있고 사람들이 만들어낸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이를 풀어내기 위한 역할로서도 캐릭터와 만화는 매우 좋은 도구인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제일 유명한 캐릭터라면 카카오의 라이언, 라인의 브라운, EBS의 펭수를 꼽을 수 있다. 당연히 독특하고 귀여운 캐릭터이기에 인기가 있는 것이지만, 이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장시간에 걸쳐 구축된 이야기도 캐릭터의 힘에 한 몫 하고 있다. 그러므로 지역 캐릭터들도 오직 지역민 홍보용으로만이 아니라 지역의 이야기를 소화함으로써 더 넓은 대중들에게 회자될 수 있게끔 해 주길 바란다.


필자 서찬휘는 새로운 시각으로 만화를 해석하며 꿈을 전하는 만화칼럼니스트로 『키워드 오덕학』, 『덕립선언서』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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