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방위사업청과 함께 하는 웨폰 스토리

뉴 스페이스 시대 활용도 높은 ‘초소형’ 개발 착수

맹수열

입력 2021. 06. 14   15:22
업데이트 2021. 06. 14   15:24
0 댓글
30 ‘적을 바라보는 눈’ 군 정찰위성


독자적 정찰능력 확보 목표 추진
한반도 핵심시설·전략무기 감시
저궤도 선회·다수 위성 운용 필요
SAR·EO/IR 위성 다수 개발 중

우리 군은 현재 군사적 활용도가 높은 초소형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사업 착수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종합시험장에서 열린 ‘국방과학 합동 시연회’ 중 공개된 초소형 SAR 위성군 체계.  조종원 기자
우리 군은 현재 군사적 활용도가 높은 초소형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사업 착수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종합시험장에서 열린 ‘국방과학 합동 시연회’ 중 공개된 초소형 SAR 위성군 체계. 조종원 기자
적의 다양한 정보를 비밀리에 수집하는 활동을 뜻하는 ‘정찰(Reconnaissanace)’은 전쟁의 양상을 좌우하는 중요 요소다. 과거의 전쟁에서는 적이 보이는 높은 지대에 올라가 적의 동태를 파악한 뒤 지휘관에게 전술 구사를 위한 정보를 줬지만, 점차 기술이 발달하면서 항공기를 활용해 적의 동태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냉전시대에 접어들어서는 위성을 활용한 정찰 개념이 등장했다.

초기 정찰위성은 광학위성이었다. 광학위성은 우주에서 사진을 찍은 뒤 필름을 지구로 낙하시켜 사진을 분석하는 개념이라 필름 회수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더구나 구름이 많이 끼거나 밤이라 지상이 보이지 않을 때는 정보 분석이 쉽지 않았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전파를 활용한 위성이 개발됐고, 위성 기술이 고도화된 오늘날에는 관심지역의 정보를 낮·밤, 악천후 등의 영향에 관계 없이 빠른 시간에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군 정찰위성 개념

일반적으로 정찰위성은 위성의 탑재체가 가지는 성격에 따라 SAR(Synthetic Aperture Radar) 위성과 EO/IR(Electro-Optic/Infra-Red) 위성으로 구분된다. SAR 위성은 우주(공중)에서 지·해상에 레이더파를 순차적으로 쏜 뒤 레이더파가 굴곡면에 반사돼 돌아오는 미세한 시간차를 선차적으로 합성해 지상 지형도를 만들어내는 방식을 사용한다. EO/IR 위성은 카메라에 장착된 고해상 광학장비와 물체의 열·빛을 감지해 목표를 탐지하는 적외선 센서를 탑재한 전자광학·적외선 위성을 뜻한다.

SAR 위성은 합성개구면(合成開口面) 방식의 위성으로 전자파가 구름, 눈, 안개를 통과할 수 있기 때문에 기상 조건에 상관없이 일정 수준의 영상을 얻을 수 있다. 또 목표물이 위장막 등의 은폐물에 가려져 있더라도 전자파에 반응하는 영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적의 핵심지역을 관찰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된다. 이런 특성 때문에 SAR 영상은 적의 핵심시설을 관찰하기 위한 군사 목적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SAR 영상이 보편화되면서 민간에서도 SAR 영상을 활용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장점만 있을 것 같은 SAR 영상은 전문 판독가가 아닌 일반인이 보기에는 불편한 그림으로 느껴질 수 있다. SAR 영상은 레이더파에 반사된 신호를 이미지로 표현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정밀하게 영상을 확보하는 데에는 유용하지만 일반인이 쉽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방사청 관계자는 “SAR 영상은 마치 과거 브라운관 TV의 화이트 노이즈 화면과 같이 보인다”면서 “전문가가 아닌 이상 판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이를 보완하기 위해 EO/IR 위성이 같이 운용된다. EO/IR 위성은 스마트폰에 탑재된 카메라와 열을 감지할 수 있는 적외선 센서가 하나의 위성에 탑재돼 목표물을 감시하는 위성으로 보면 된다. EO/IR 위성으로 확보한 영상은 일반 사진처럼 보이기 때문에 야간·악천후의 제한사항에도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정찰위성은 통상 빠른 재방문 주기와 고해상도의 영상을 위해 저궤도에 위치하고 있다. 물리학적으로 저궤도에서는 정지궤도 위성과 같이 같은 자리(궤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도 10여 번의 주기로 지구를 공전한다. 따라서 위성의 위치에서 지구의 같은 곳을 바라보기 위해서 한 개의 위성이 아닌 다수의 위성이 운용된다.

우리 군은 2018년부터 독자적인 정찰능력 확보에 중점을 두고 정찰위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방사청은 “우리 군은 핵심시설, 전략무기 운용기지 등을 정찰하기 위해 SAR 위성과 EO/IR 위성 다수를 개발하고 있다”면서 “저고도로 지구 궤도를 선회하면서 한반도 주변의 영상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운영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찰위성의 발전방향

현재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위성의 수요와 대형화에 따른 시간·비용의 증가로 민간 기업의 초소형 위성 개발이 활성화되고 있다. 전자부품의 성능 향상과 소형화는 고성능 초소형 위성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초소형 위성은 비용 절감이라는 민간 기업의 목표와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민간의 개발 참여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가 추진하고 있는 ‘스타링크’는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한 예다. 초소형 위성 1만2000여 기를 우주에 띄워 지구 전역에 인터넷을 공급하겠다는 스타링크 사업은 그동안 정부가 주도해 온 위성 사업에 민간이 뛰어든 상징적인 사업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다수의 위성을 군집(群集)으로 운용할 경우 목표지점을 1시간 이내의 주기로 관측할 수 있는 초소형 정찰위성은 군사 목적으로도 활용도가 매우 높다.

우리 군도 초소형 위성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방사청은 초소형 위성에 영상 레이더를 탑재해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고 지구를 촬영할 수 있는 초소형 정찰위성 개발 사업 착수를 준비하고 있다. 활용도가 높은 초소형 위성 개발 사업의 추진은 국방 분야의 초소형 위성 활용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고 우리 우주 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현재 국내 개발 중인 정찰위성이 우주로 발사되면 우리 군은 지금보다 더 업그레이드된 우주 감시정찰 임무 수행이 가능할 것이다. 또 영상정보를 활용해 국가 재해재난 극복에 도움을 줄 수 있고, 해외 파병 부대에 위성 정보를 제공해 PKO 작전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군 정찰위성의 개발은 ‘뉴 스페이스 시대’로 전환되고 있는 지금, 국내 우주 분야의 기술도약과 우주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우주 부품 분야의 국산화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군 정찰위성 개발로 확보한 우주 분야 기술을 적극적으로 민간에 이전한다면 스페이스-X 같은 기업도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우주 공간은 세계 선진국이 우위를 점하기 위해 경쟁하는 공간이 된 지 오래”라면서 “우리도 뉴 스페이스 시대에 발맞춰 우주 개발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국가적인 투자를 통한 우주 기술개발 기반시설 확충과 민군 기술 협력 체계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맹수열 기자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