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군과 국방 분야 관계자들이 참석한 웨비나(Web+seminar의 합성어)에서 미국 국방부의 군사기술개발 현장 목소리를 접할 수 있었다. 한국인으로서 실리콘밸리에서 벤처를 창업해 실력을 인정받은 AI 중소기술기업 E사 대표가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각 군의 인공지능(AI)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소중한 자리였다.
E사는 DARPA와 공군이 AI 파일럿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아크넷(ARCNet) 포털을 통해 진행한 알파도그파이트 챌린지에서 최종 본선에 초대받은 8개 팀 중 하나다.
웨비나에서 필자가 나름대로 이해한 몇 가지 시사점을 공유하고자 한다. 주로 우리와는 맥락과 규모, 배경이 상이하지만 전 세계 군사기술 획득제도의 교과서인 미국 국방연구개발시스템과 환경에 대한 확인이었다.
먼저 DARPA가 기획하고 지원하는 프로젝트의 기준이다. 전에 이 지면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DARPA는 미국 전체가 1957년 소련의 스푸트니크 인공위성 발사에 경악한 후 국방부 산하 기관으로 문을 열었다. 스푸트니크호가 준 충격 정도로 적국을 압도적으로 누를 수 있는 경이적인(surprise) 기술로서 현용 무기의 10배 정도 성능을 기대할 수 있어야 지원받을 수 있다. 따라서 당연히 개발 성공 확률이 낮을 수밖에 없으며 실패를 용인하는 제도가 보장된다. 국방연구개발의 우선 원칙이 다분히 방산비리 방지로서 개발 실패가 투명성의 실패로 받아들여지기 쉬운 우리 현실과 대조적이다.
또한 미국의 군사기술 개발 현장의 모습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보유한 우수 민간벤처나 중소기업들도 아크넷 포털을 통해 소요군과 함께 국방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AI 개발이 사용자 입장에서 일관성 있게 진행된다.
통상 군사연구개발 절차는 기초이론연구부터 전장에 배치되는 전력화 단계까지 기술성숙도(TRL 1∼9까지로 나눔) 기준으로 설명된다. 이 기준으로는 DARPA의 영역이 기초부터 실험실 수준 기술인 TRL 1∼5 정도이며 그 후에는 군이 주체가 돼 무기의 체계개발과 전력화를 진행하는데, 이미 군은 DARPA의 초기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산학연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사용자인 군이 소요만 제출한 후 대부분 개발과정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현실과 매우 다른 모습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미군의 AI 개발 모습이었다. E사는 전투기동전술에 능통하면서 AI 프로그램을 코딩할 수 있는 예비역 조종사를 참여시켜 시뮬레이션으로 다양한 적기(red team)의 환경 데이터와 가상 교전 시나리오를 만들어 자체 AI 에이전트를 학습시킬 수 있었다. AI 기술자만의 팀이 아니라 군사와 국방 전문지식을 갖춘 인력들이 AI 언어와 기술을 이해하여 개발에 참여하지 않으면 이제 AI 무기체계를 성공적으로 개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다.
이처럼 AI 활성화의 성공 요건은 사용 주체의 전문지식과 AI 지식의 융합이 가능한 여건과 제도적 기반이다. 우리 과학기술계에 아무리 실력 있는 AI 개발 산학연이 있다 하더라도 국방연구개발에 쉽게 진입해 소요군과 소통할 수 있는 제도와 공간이 마련되지 않으면 우리 군은 미래전에 대비할 수 없다.
최근 국방부와 정부 부처들이 상호협력해 국방 AI 인재 양성을 서두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필자가 소속된 학회도 소규모이지만 과기정통부 지원으로 국방산업계와 군을 대상으로 하는 AI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예산과 여건이 마련된다 하더라도 국방 AI의 주역이 돼야 할 인력들이 현업에 매여 교육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지휘부의 각별한 관심과 이해를 기대해 본다.
최근 군과 국방 분야 관계자들이 참석한 웨비나(Web+seminar의 합성어)에서 미국 국방부의 군사기술개발 현장 목소리를 접할 수 있었다. 한국인으로서 실리콘밸리에서 벤처를 창업해 실력을 인정받은 AI 중소기술기업 E사 대표가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각 군의 인공지능(AI)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소중한 자리였다.
E사는 DARPA와 공군이 AI 파일럿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아크넷(ARCNet) 포털을 통해 진행한 알파도그파이트 챌린지에서 최종 본선에 초대받은 8개 팀 중 하나다.
웨비나에서 필자가 나름대로 이해한 몇 가지 시사점을 공유하고자 한다. 주로 우리와는 맥락과 규모, 배경이 상이하지만 전 세계 군사기술 획득제도의 교과서인 미국 국방연구개발시스템과 환경에 대한 확인이었다.
먼저 DARPA가 기획하고 지원하는 프로젝트의 기준이다. 전에 이 지면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DARPA는 미국 전체가 1957년 소련의 스푸트니크 인공위성 발사에 경악한 후 국방부 산하 기관으로 문을 열었다. 스푸트니크호가 준 충격 정도로 적국을 압도적으로 누를 수 있는 경이적인(surprise) 기술로서 현용 무기의 10배 정도 성능을 기대할 수 있어야 지원받을 수 있다. 따라서 당연히 개발 성공 확률이 낮을 수밖에 없으며 실패를 용인하는 제도가 보장된다. 국방연구개발의 우선 원칙이 다분히 방산비리 방지로서 개발 실패가 투명성의 실패로 받아들여지기 쉬운 우리 현실과 대조적이다.
또한 미국의 군사기술 개발 현장의 모습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보유한 우수 민간벤처나 중소기업들도 아크넷 포털을 통해 소요군과 함께 국방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AI 개발이 사용자 입장에서 일관성 있게 진행된다.
통상 군사연구개발 절차는 기초이론연구부터 전장에 배치되는 전력화 단계까지 기술성숙도(TRL 1∼9까지로 나눔) 기준으로 설명된다. 이 기준으로는 DARPA의 영역이 기초부터 실험실 수준 기술인 TRL 1∼5 정도이며 그 후에는 군이 주체가 돼 무기의 체계개발과 전력화를 진행하는데, 이미 군은 DARPA의 초기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산학연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사용자인 군이 소요만 제출한 후 대부분 개발과정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현실과 매우 다른 모습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내용은 미군의 AI 개발 모습이었다. E사는 전투기동전술에 능통하면서 AI 프로그램을 코딩할 수 있는 예비역 조종사를 참여시켜 시뮬레이션으로 다양한 적기(red team)의 환경 데이터와 가상 교전 시나리오를 만들어 자체 AI 에이전트를 학습시킬 수 있었다. AI 기술자만의 팀이 아니라 군사와 국방 전문지식을 갖춘 인력들이 AI 언어와 기술을 이해하여 개발에 참여하지 않으면 이제 AI 무기체계를 성공적으로 개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다.
이처럼 AI 활성화의 성공 요건은 사용 주체의 전문지식과 AI 지식의 융합이 가능한 여건과 제도적 기반이다. 우리 과학기술계에 아무리 실력 있는 AI 개발 산학연이 있다 하더라도 국방연구개발에 쉽게 진입해 소요군과 소통할 수 있는 제도와 공간이 마련되지 않으면 우리 군은 미래전에 대비할 수 없다.
최근 국방부와 정부 부처들이 상호협력해 국방 AI 인재 양성을 서두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필자가 소속된 학회도 소규모이지만 과기정통부 지원으로 국방산업계와 군을 대상으로 하는 AI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예산과 여건이 마련된다 하더라도 국방 AI의 주역이 돼야 할 인력들이 현업에 매여 교육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지휘부의 각별한 관심과 이해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