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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 진료에 구호품까지…아프간 주민 희망 원동력

서현우

입력 2021. 06. 10   16:34
업데이트 2021. 06. 1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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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아프가니스탄 동의·다산부대 ③
-김승기 예비역 중령 (동의부대 11진 부대장)
 
한국군 병원, 양국 우호 증진에 큰 역할
진료 환자 수 24만 명 넘자 동맹국 감탄
 
통역요원 윤장호 하사 테러 희생 비극
폭발물 실습장 건물 윤 하사 이름 헌정
 
탈레반 피랍 땐 의료팀 과로·위험 직면
애국심·군인정신·팀워크로 헤쳐나가

 
동의부대의 이름은 조선 중기 명의 허준이 쓴 『동의보감』에서 따왔다. 백성들의 평안한 삶을 위해 일생을 헌신한 허준의 마음과 정신을 계승해 오랜 전쟁으로 상처받은 아프가니스탄 국민에게 희망과 미래를 심는다는 의미를 담았다.

동의부대 간호장교들이 어린 환자의 기초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국방일보 DB
동의부대 간호장교들이 어린 환자의 기초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국방일보 DB

동의부대의 대민 진료 활동은 아프가니스탄 현지 주민들에게 큰 힘이 됐다. 이렇다 할 의료 시설이 없는 상태에서 동의부대가 운영하는 한국군 병원은 이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재건을 이루는 원동력이 됐다. 또 이들의 마음속에 평화를 위해 노력하는 한국군의 헌신을 보여줌으로써 양국의 우호증진에도 소중한 보탬이 됐다. 당시 11진 부대장이었던 김승기 예비역 중령은 진료를 받고자 찾아오는 주민들에게 무엇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자 했다.

“진료를 마친 주민들에게 구호품을 전달하는 행사를 자주 열었습니다. 꼭 필요한 물품을 제공했어요. 미군 민사작전팀과 협력해 조금이라도 많은 물품을 확보하고자 했습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병원에 오는 모든 주민에게 구호품을 공평하게 나눠줬는데, 구호품을 하나라도 더 받으려고 갓난아이까지 데려오는 주민도 있었습니다.”

구호품과 함께 생수 제공도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동의부대 병원을 찾은 주민 다수는 진료를 받은 뒤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했다. 이때 물이 매우 중요했는데, 주민들이 노상에서 접하는 물은 상태가 좋지 않았다. 건강한 주민도 각종 질병에 노출되기 쉬웠으며, 환자들에게는 더욱 위험했다. 작은 생수 한 병이었지만 주민들은 동의부대의 배려에 감사했다. 이 같은 활동들에 동의부대를 ‘신이 준 선물’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구호품을 전달하면서 무엇인가 줄 수 있다는 것에 행복을 느꼈습니다. 과거 도움을 받던 대한민국이 이제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됐다는 점에 자부심도 느꼈습니다. 앞선 세대와 선배 전우들의 희생이 발전된 나라를 만드는 초석이 됐음에 그분들에게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동의부대의 진료는 쉼 없이 계속됐다. 2007년 6월에는 동의부대가 진료한 환자 수가 24만 명을 넘어섰다.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의 감탄이 쏟아졌다. 미국 국방부 출입기자단에서는 김 예비역 중령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계속된 요청에 본국의 승인을 받고 화상 방식으로 인터뷰했다.

동의부대의 24만 명 환자 진료 기록이 달성된 2007년 6월, 당시 김승기(오른쪽) 동의부대장이 미국 국방부 출입기자단과 화상으로 인터뷰하고 있다.  국방일보 DB
동의부대의 24만 명 환자 진료 기록이 달성된 2007년 6월, 당시 김승기(오른쪽) 동의부대장이 미국 국방부 출입기자단과 화상으로 인터뷰하고 있다. 국방일보 DB

“부대를 대표하는 자리였습니다. 부대원들의 헌신을 이야기했고, 우리 군의 노력을 설명했습니다. 또 아프가니스탄의 평화 구축에 더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기자들은 동의부대의 인도적 지원 활동에 큰 관심을 보였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동의부대의 활약에는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다. 동의부대 10진 통역요원으로 파병된 윤장호 하사(추서 계급)가 전사하는 일이 발생한 것. 2007년 2월 당시 바그람 기지 정문 인근에서 통역 임무를 수행하던 고(故) 윤 하사는 적대세력의 자살 폭탄 공격을 받았다.

현장에는 다국적군 장병과 주민 등 수십 명이 있었고, 폭탄 테러로 50여 명이 사상했다.

김 예비역 중령은 당시 11진으로 파견된 마지막 동의부대장으로서 고 윤 하사의 헌정 행사를 이끌었다. 미군 사령관에게 헌정 건물을 요청해 흔쾌히 수락을 받았고, 건축을 완료한 기지 내 폭발물 처리실습장 건물에 고 윤 하사의 이름을 명명했다. 또 헌정비를 세웠다.

“건축 당시 고 윤 하사가 참여해 통역 임무를 수행한 건물이었습니다. 이름을 ‘서전트(Sgt.) 윤 빌딩(공식 명칭은 하사 윤장호 IED 대응훈련시설)’으로 하고, 바그람 기지와 함께 영구히 보존되도록 했습니다. 건물의 용도가 폭발물 제거를 위한 실습공간이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 크다고 봅니다. 아울러 동맹국으로서 미군과 함께 작전 중 전사한 군인을 위해 헌정 행사에 적극 동참한 미군의 예우는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입니다.”

김 예비역 중령이 현지에 파견된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때에는 탈레반 반군으로부터 우리 국민 23명이 피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동의부대는 즉시 상황실을 열고, 피랍지역에 군의관·간호장교 등을 급파했다. 또 현지 연합합동군군사령부에 연락장교를 파견하고, 관계자들과 접촉해 협조·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사건이 장기화하면서 부대 운영에 큰 차질이 생겼다.

동의부대는 한정된 인원으로 기존 한국군 병원 운영을 유지하면서 피랍지역에 현장 의료팀을 파견해야 했다. 추가적 임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대원들의 피로와 스트레스가 쌓여갔다. 현장 의료팀에는 테러 위협이 계속됐고, 병원에서는 의료인력 부족이 문제였다. 하지만 부대원들은 더욱 힘을 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임무를 다 하겠다는 다짐을 한 터였다.

“납치사건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서라도 병원 운영을 멈추거나 줄일 수는 없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과 현지 주민을 위한 그동안의 노력이 사라질 수도 있으니까요. 부대원들은 애국심과 군인정신, 팀워크로 이를 극복했습니다.”

최대한 안전하고 신속하게 사건을 마무리하고자 했던 헌신이었다. 더 큰 피해 없이 사건을 마무리 짓는 데에는 동의부대원들의 보이지 않는 희생과 헌신이 가장 컸다.

서현우 기자


서현우 기자 < lgiant61@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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