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만화로 문화읽기

코로나 시대, 웹툰시장 명암 ‘집콕’ 늘면서 불법도 늘었다

입력 2021. 06. 08   16:46
업데이트 2021. 06. 0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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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웹툰 불법복제 피해

매출·수출 등 가시적 성장 불구
코로나 여파로 불법유통 피해 심각
일본, 불법사이트 조회수 14배 증가
불법운영자 검거에도 유사업체 성행
문체부·경찰·인터폴 합동 단속 실시

 

부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밤토끼 운영자를 검거하자 ‘프리드로우’ 작가 전선욱이 그린 축전.
부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밤토끼 운영자를 검거하자 ‘프리드로우’ 작가 전선욱이 그린 축전.
‘나빌레라’ 작가 HUN·지민이 그린 축전.
‘나빌레라’ 작가 HUN·지민이 그린 축전.
밤토끼 로고.
밤토끼 로고.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외출을 자제하고 집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집콕’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와 같은 비대면 소비문화 정착은 배달 음식 주문 앱의 사용량 급증뿐만 아니라 IPTV의 다시보기나 OTT 서비스의 결제율에도 덩달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웹툰 사업체 역시 코로나19에도 뚜렷한 매출 상승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처럼 웹툰 시장은 다른 산업과 달리 코로나19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고 성장세를 보이는 듯하다. 하지만 피해도 있었다. 지난 2018년 국내 최대 웹툰 불법 복제 사이트를 통해 웹툰 9만여 편을 무단 전재하고 광고 수익을 얻어온 ‘밤토끼’ 운영자가 부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검거됐다. 같은 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7 만화산업백서’에 따르면 이 밤토끼 사이트로 인한 피해액만 한 해 무려 2400억 원에 달했다.

그리고 이 같은 웹툰 불법 복제는 유사업체들에 의해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이다. 결국 이들로 인한 피해는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이들 불법 사이트가 도둑질하지 않았다면 이 시기의 매출 폭은 훨씬 더 컸을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특별사법경찰이 지난 2021년 6월 1일부터 10월까지 경찰청 사이버수사국, 인터폴과 저작권 침해 불법 사이트 집중 단속에 나서기로 한 것도 결국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일본, 코로나 시대에 피해 사상 최대


이웃나라 일본의 상황을 살펴보자. 여전히 책 출판이 중심인 일본의 만화계에서 불법 만화는 시장 자체에 궤멸적인 피해를 안겨주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만화 불법복제 사이트로 꼽혔던 ‘망가무라(만화마을)’는 2016년 1월 개설돼 2년 만인 2018년 4월에 운영을 마감했다. 방문 뷰 수는 6억2000만에 달하고 추산 피해액은 약 3200억 엔. 망가무라의 운영자 호시노 로미는 2021년 6월 2일 후쿠오카 지방법원에서 저작권법 위반(공중송신권 침해 등)과 조직범죄처벌법 위반(범죄수익 등 은닉) 혐의로 징역 3년, 벌금 1000만 엔, 추징금 약 6257만 엔을 선고받았다. 이밖에도 각 출판사들이 준비 중인 민사 재판이 남아 있다.

그런데 이쯤 되면 뭔가 해소될 것을 기대할 만도 하건만 2021년 현재 불법 스캔 만화로 말미암은 피해는 사상 최대를 기록해 그 조회수가 망가무라의 전성기를 웃돌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지난 6월 1일 아사히 신문의 기사 ‘코로나 ‘집콕’으로 만화 해적판 사이트 횡행, 피해는 최악’에는 대형 출판사 슈에이샤의 해적판 대책 담당자 이토 아츠시 씨가 인기 만화 『슬랭덩크』 속 감독 선생의 대사를 인용해 “특효약은 없지만 할 수 있는 대응을 계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포기하면 거기서 시합 종료니까요”라고 한 언급을 소개하고 있다.

일본 출판사와 통신 사업자 등이 참여한 해적판 대책 사단법인 ABJ의 집계에 따르면 망가무라의 조회수는 월 1억 건대였다. 또 망가무라의 폐쇄 이래 피해가 일시적으로 줄었다가 다시 증가돼 현재는 불법 사이트 상위 10개의 조회수가 월 2억4000건 대로 망가무라를 넘어섰다고 한다. 특히 상위 3개 사이트 조회수가 2020년 1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약 14배 증가했다고 하는데 이토 씨는 이를 코로나19로 말미암은 ‘집콕’ 문화의 여파로 보고 있다.


어쩌면 이제 시작일지도

이렇게만 보면 한국이 일본보다는 사정이 나아 보인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만도 못하다. 한국의 밤토끼나 어른아이닷컴도 일본의 망가무라와 마찬가지로 해외에 서버를 두고 활동했으며, 단속이 돼도 비슷한 사이트가 끊임없이 생겨 피해를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웹툰이 해외 진출을 가속화 할수록 책의 스캔 형태가 아닌 스마트폰에서 읽기 편한 웹툰의 해외 불법 복제가 훨씬 더 늘어날 것임은 분명하다.

웹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미 북미권과 동남아권, 그리고 일본 시장에서 각기 메신저, 해외 현지 서비스 설립, 업체 대거 인수 등을 통한 공식 서비스에 문자 그대로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바꿔 말해 정식 수출 웹툰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규모로 세계 시장을 향해 나아갈 것이며, 역설적으로 이들의 성과가 클수록 불법 시장은 한국인들이나 한국 문화에 관심 있는 일부가 아닌 전 세계인들을 대상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성과가 커 보여서 피해가 좀 가려져 보일 뿐, 사실은 우리도 ‘이미 심각한 상황’이다.

<서찬휘 만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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