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국방일보-ROTC중앙회 공동기획 ‘60년 전통 이어 미래로’

유닉스 이충구 회장 "ROTC 만나 배운 ‘군인정신·됨됨이’ 기업 일군 원동력"

조아미

입력 2021. 06. 07   16:57
업데이트 2021. 06. 0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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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유닉스 이충구 회장
 
1963년 학군 1기 임관…3·4학년 여름방학 720시간 혹독한 훈련
엘리트 교관들 ‘장교가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다’ 군인 정신 일깨워
먹거리 귀하던 시절 호박·강냉이 등 씨앗 구해 가꿔서 부식 활용
스스로 능동적 행동 해보길…하나하나 모이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

 

43년 헤어드라이어 외길을 꾸준히 걸어온 유닉스의 이충구 회장이 자사의 한 헤어드라이어를 들어 보이며 사업 성공 이야기를 하고 있다.
43년 헤어드라이어 외길을 꾸준히 걸어온 유닉스의 이충구 회장이 자사의 한 헤어드라이어를 들어 보이며 사업 성공 이야기를 하고 있다.


“군을 떠난 지 60년이 지났는데 지금도 저는 군인 같아요. ROTC를 만났기에 군인 정신과 인생의 기본 됨됨이를 배울 수 있었고, 오늘날의 이 자리에 제가 서 있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첫마디부터 군에 대한 감사함으로 시작했다. 여든이 넘은 나이인데도 흔들리지 않는 굳은 심지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1963년 학군 1기로 임관한 유닉스(UNIX) 이충구 회장은 국내 이·미용기기 1위 업체를 43년간 이끌어 오고 있다. 이 회장은 오늘날 건실한 회사를 지탱하는 근본은 학군단 후보생 그리고 장교를 거쳤기에 가능했다고 전했다.

최근 서울 용산구 원효로 이 회장의 집무실에서 만나 사업 성공 스토리와 ‘학군 1세대’라는 사명감 등에 대해 들어봤다.

글=조아미/사진=양동욱 기자


군에서 배운 정신으로 기업 일궈내


성균관대학교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한 이 회장은 1965년 호남전기(현 로케트 전기)에 입사해 상무까지 올랐다. 하지만 ‘내 사업을 해보자’고 결심한 뒤 퇴사했다. 사업 아이템을 찾던 중 협력사였던 일본 나쇼날(현 파나소닉) 본부장을 만나 헤어드라이어를 소개받았다. 당시 미용실에서는 연탄불에 달군 집게를 쓰던 시절이었다. 헤어드라이어는 직장인 여성에게 필수 아이템이 될 거라 판단한 이 회장은 1978년 유닉스 전자를 설립했다. ‘유닉스’라는 회사명은 배우 차인표의 아버지이자 이 회장의 고교 동창인 기업인 차수웅 씨가 당시 직접 지어준 이름이다.

이 회장은 일본에 건너가 일본 기업에 기술제휴를 해달라고 요청해 드라이기 제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후 유통 판로를 넓히기 위해 미국의 이·미용 업계를 장악하고 있는 샴푸 제조회사 유태인 사장에게 ‘샴푸와 헤어드라이어를 같이 팔아 달라’고 제안한 것이 미국 진출의 교두보가 됐다.

“처음 보는 유태인이 과연 무엇을 보고 저의 손을 잡았을까요? 저는 그분이 우리 회사에 와서 청결하고 정리 정돈된 모습과 군에서 배운 초급장교로서의 정신, 대하는 자세 등을 보고 저와 회사를 신뢰했다고 봅니다. 헤어드라이어 1개 만드는 데 60개 부품이 들어가요. 그래서 공장에서는 너트 하나 떨어지면 직원들 사이에서 난리가 나요. 너트나 볼트는 전방에서 쓰는 총알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회장은 ‘품질에는 타협이 없다’라는 기업 이념 아래 주요 제품인 헤어드라이어를 중심으로 헤어 기기 전반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 개발에 집중해 국내 최초의 이온 헤어드라이어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회사 설립 후 자체 전문 기술 연구소를 만들어 자사 직원 40%를 연구 개발 인력으로 투입하는 등 기능성 제품 개발에 집중했다”면서 “그 결과 세계 최초로 음이온 및 나노, 플라즈마 드라이어 개발에 성공하며 국내외 이·미용기기 시장을 선도해왔다”고 설명했다.

유닉스는 2004년 1000만 불 수출탑, 2005년 세계 일류 상품 선정, 2006년 3000만 불 수출탑, 2007년 5000만 불 수출탑을 수상하며 대한민국 중소기업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현재 유닉스 헤어드라이어는 국내에서만 해마다 250만 대 이상 판매되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러시아·유럽·중국 등 세계 15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소대원들과 소통하며 능동적으로 군 생활


“남들은 대학 3·4학년 여름방학 때 바다로 산으로 캠핑가고 낭만을 느낄 시간에 저는 720시간의 학군단 훈련을 받았습니다. 교관은 육군사관학교 중위 출신의 똑똑한 엘리트들이었죠. 정말 혹독한 훈련을 받았어요. 밤잠을 재우지 않은 훈련도 있었습니다. 그때 교관은 ‘장교가 돼서 전방에 가게 되면 우리나라 안보를 책임져야 한다. 너희들이 무너지면 우리나라가 무너진다’라고 매 교육시간 귀가 따갑게 들었죠. 이런 게 저는 군인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회장은 1963년 6월 임관 후 육군8사단 75포병대대 포병장교로 배치됐고 이후 관측장교로 근무했고, 부식장교도 겸했다.

“먹는 게 귀한 시절이었어요. 서울에 있는 친구들에게 호박·강냉이·오이 씨앗과 씨감자를 보내달라고 해서 땅만 보이면 심었어요. 자급자족한 거죠. 그러면 금방 몇 배로 자라서 부식으로 배불리 먹었죠. 군에서 비 오는 날 먹었던 감자는 지금도 잊지 못할 맛이네요.”

그는 한글을 모르는 병사에게 글을 알려주고 편지를 대신 써준 일화도 들려줬다.

“예전엔 나이 많은 사람도 군대 보냈어요. 나이 많은 병사 중 한 명이 있었어요. 한번은 초등학생 아들이 엄마를 대신해 그 병사에게 편지를 써서 보냈는데 글을 몰라 못 읽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글을 못 읽는 병사들 2~3명을 저녁에 불러서 한글을 가르쳤고, 대신 편지 답장을 써서 보내기도 했죠. 병사들이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글을 읽게 되자 다른 소대원들하고도 소통이 되더라고요.”

소대원들은 이 회장이 전역하는 날 인사를 건네면서 “인간미 넘치는 소대장을 진심으로 따랐고, 소통도 잘 돼 군 생활이 힘들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충구 유닉스 회장이 ‘코로나19를 이겨낸 우리들’ 이란 주제로 열리고 있는 제1회 유닉스 사진전을 소개하며 직원들의 소속과 이름을 호명하고 있다.
이충구 유닉스 회장이 ‘코로나19를 이겨낸 우리들’ 이란 주제로 열리고 있는 제1회 유닉스 사진전을 소개하며 직원들의 소속과 이름을 호명하고 있다.


‘맏아들’ 사명감으로 후배 장병 항상 응원

후배들을 바라보는 애틋함도 가득했다.

“1기는 곧 맏아들이죠. 동기만 해도 2400명입니다. 선배로서 늘 잘 해야겠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이 있어요. ROTC 후보생들이 줄어드는 추세인데, 장교 70%가 학군 출신입니다. 선배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해결 방법이 있을 겁니다. 후배들이 잘하고 있으면 박수 쳐주고, 못하면 조언해 주는 게 진정한 ROTC가 가려고 하는 방향이죠.”

한편, 이 회장은 모교인 성균관대에 30억 원 기부를 비롯해 후배 사랑 장학금, 서울대병원 환아를 위한 기부금 등 사회공헌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앞으로 여생은 남을 위해 더욱 헌신하고 회사도 발전시키고 싶다는 그는 “유닉스는 사용자 편의성을 강조한 새로운 프리미엄 드라이어 ‘에어샷 U’를 최근 선보였다”면서 “이제 세계 최초의 사물 인터넷(IoT) 헤어 드라이어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연구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후배들에게 전하는 말도 남겼다.

“군대에 있을 때만이라도 남이 시키는 일보다 스스로 능동적인 행동을 해 보세요. 그게 하나하나 모이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있어요. 그리고 머리에 있는 것을 실천해보면 사회생활에서 성공할 수밖에 없습니다. 군에서 배운 것들은 꼭 도움이 될 거예요. 여러분은 젊으니 더 잘할 수 있을 겁니다. 선배가 늘 응원하고 있습니다.”


조아미 기자 < joajoa@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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