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국방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양자역학 기반…해킹 완벽 차단 미래 국방 핵심기술

입력 2021. 05. 28   16:27
업데이트 2021. 05. 2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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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암호체계’ 양자암호통신

광자 하나하나에 정보 담아 암호화
복제 못하고 간섭 일절 허용치 않아
이통사 등 연구 개발 치열한 각축전


미래전 데이터 보안이 전쟁 승패 좌우
국방과학연 기술 개발 총력 기울여야

구글 인공지능(AI) 퀀텀 팀은 2019년 53개의 큐비트(Qubit)를 십자모형으로 연결해 구현한 최신 양자컴퓨터 칩을 개발했다. 구글이 공개한 양자컴퓨터.  필자 제공
구글 인공지능(AI) 퀀텀 팀은 2019년 53개의 큐비트(Qubit)를 십자모형으로 연결해 구현한 최신 양자컴퓨터 칩을 개발했다. 구글이 공개한 양자컴퓨터. 필자 제공
2019년 구글 인공지능(AI) 퀀텀 팀은 53개의 큐비트(Qubit·양자컴퓨터 계산단위)를 십자모형으로 연결해 구현한 최신 양자컴퓨터칩을 개발했다. 이 칩을 사용한 현존 최강 슈퍼컴퓨터로 해독에 1만 년이 걸리는 문제를 3분20초(200초) 만에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면 지금까지 우리가 믿고 사용해왔던 디지털 세계의 모든 암호체계가 쉽게 해독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또 우리가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모든 정보에 대한 보호막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는 최초의 메시지였다.

사회는 이런 보안 문제점을 대비하고 있다. KT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양자암호통신을 구현하는 양자하이브리드 기술을 개발하였고, SK텔레콤은 양자보안 칩세를 내장한 스마트폰 갤럭시 퀀텀2를 출시했다. LG유플러스는 LG CNS와 함께 IoT단말용 양자보안칩을 개발하였다. 이미 국내 통신 3사는 사용자 정보보안에 대한 신뢰구축을 위해 양자암호통신기술 각축전을 치열하게 벌이는 중이다.

만일 양자컴퓨터가 발달하여 기존 모든 암호체계가 쉽게 깨진다면 국가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국방부는 보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철저한 대비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양자암호통신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고전역학과 다른 양자역학 이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만큼 그 내용을 알아보고자 한다.

IBM의 양자컴퓨터 모습. IBM 역시 양자컴퓨터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올해 클리블랜드에 상업용 양자컴퓨터를 설치했다.  필자 제공
IBM의 양자컴퓨터 모습. IBM 역시 양자컴퓨터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올해 클리블랜드에 상업용 양자컴퓨터를 설치했다. 필자 제공


양자역학

고전역학이 주로 연속적인 물리량을 다루는 거시세계에서 탐구가 이루어졌다면, 양자역학은 기본적으로 불연속적인 물리량을 다루는 미시세계를 탐구하는 학문으로, 관찰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다. 간단한 예로 모래사장을 멀리서 바라본다면 모래사장 표면이 연속적으로 보이는 것이 거시세계 시각이고, 모래사장을 가까이 다가가 관찰한다면 모래사장의 표면이 모래 알갱이가 모여 있는 불연속적 대상으로 관찰되는 것이 미시세계 시각이다. 이처럼 양자역학은 고전역학에서 설명되지 않는 현상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는 학문이다.

양자역학이란 말을 이해하려면 양자와 역학을 각각 살펴보는 것이 좋다. 양자(量子)로 번역된 영어의 퀀텀(Quantum)은 양을 의미하는 Quantity에서 온 말로, 무엇인가 띄엄띄엄 떨어진 양으로 있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역학(力學)은 말 그대로는 힘의 학문이지만, 실제로는 이러저러한 힘을 받는 물체가 어떤 운동을 하게 되는지 밝히는 물리학의 한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 힘과 운동의 이론이다. 이렇듯 양자역학이란 띄엄띄엄 떨어진 양으로 있는 것이 이러저러한 힘을 받으면 어떤 운동을 하게 되는지 밝히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

양자컴퓨터를 이해하려면 기초가 되는 양자역학 원리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양자(Quantum)의 세계는 미시 세계로 현대인이 일상에서 접하는 물리적 현상들과 전혀 다른 운동 원칙이 적용되는 세계다. 일반컴퓨터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0 아니면 1이라는 비트(Bit)의 두 숫자를 이용하여 모든 정보를 처리하고 있다. 그러나 양자컴퓨터는 동전의 앞면, 뒷면과 같이 정지되어 결정된 단일한 면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동전이 빙빙 돌아갈 때 앞면, 뒷면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을 기본적으로 인정하는 개념으로 정보를 처리한다. 따라서 양자컴퓨터는 특정 시점에서의 상태가 0일 수도 1일 수도 있으며 0과 1 모두일 수도 있다.

이런 개념으로 사용되는 단위를 양자역학에서는 퀀텀 비트(Quantum Bit)라고 정의하며, 줄여서 큐비트(Qubit)라고 한다. 큐비트는 양자역학이 적용되기 때문에 0이기도 하고 1이기도 하며 0과 1이 모두인 상태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 개념은 중요하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예를 들어 설명하면 손으로 동전을 튕겨서 돌리면 동전이 멈추기 전까지 앞면이 나올지 뒷면이 나올지 알 수 없다. 이렇게 앞면이면서도 뒷면인 것을 ‘중첩된 상태’라고 정의하며 이 중첩된 상태를 이용하는 것이 양자컴퓨터의 동작 원리다.

즉 양자컴퓨터는 큐비트를 사용하며 큐비트는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 있다. 따라서 2개의 큐비트라면 2의 자승인 4가지 상태를 중첩시키며, n개의 큐비트라면 2의 n제곱만큼 중첩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식으로 연산하면 이진법과 비교가 안 될 만큼 초고속으로 일을 처리해 나갈 수 있다. 만일 큐비트가 512개라면 2의 512제곱의 빠른 속도로 연산이 가능하다. 이론적으로 현존 최고의 디지털 슈퍼컴퓨터가 수백 년이 걸려도 풀기 힘든 문제를 단 몇 초 이내에 풀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다만 큐비트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극저온인 영하 273도를 유지해야만 하는 어려운 점이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정보연구단 실험실.  
 필자 제공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양자정보연구단 실험실. 필자 제공


양자통신과 양자암호통신

양자통신을 얘기할 때 많이 오해하는 것은 평소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통신을 완전히 대체하는 새로운 통신기술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양자통신은 그렇지 않다. 주고받는 데이터의 안정성과 보안성을 확보하는 측면에서만 양자적 속성을 이용하겠다는 것이고 기본적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것은 기존의 통신 방식과 완전히 동일하다.

따라서 양자통신은 디지털 통신과 다른 것이 아니라 기존 디지털 통신을 활용하되 보안 측면을 더욱 강화하는 보완적인 요소로 기존 통신 바탕 위에 양자통신이 올라타 통신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광통신은 송신기에서 전기 신호를 빛의 신호로 변환한 후 광섬유를 통해 전송하고, 수신 단말기는 빛의 신호를 다시 전기 신호로 변환하여 정보를 주고받는 통신이다. 빛이 있으면 1, 없을 때는 0으로 하는 2진법을 사용한다. 양자통신 역시 빛을 사용하지만, 광통신과 다른 것이 있다면 빛의 알갱이 광자 하나하나에 정보를 담고 빛 입자를 암호화해서 통신한다는 것이다.

양자암호통신은 중첩이론으로 복제도 불가능하고 간섭도 일절 허용되지 않는 보안체계이다. 예를 들면 빛 알갱이가 시간 차이를 두고 이동하는데 약속된 시간 내에 빛 알갱이가 도착하지 않는다면 정보가 해킹당했다고 판단해 통신을 중단한다. 다시 말해 제시간 내에 도착했다면 정보가 안전하게 보존되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보안체계다. 암호통신 채널을 물리적으로 구현하는 방법은 광섬유를 사용하는 유선 방식과 대기 중에서 암호 키를 분배하는 무선 방식으로 나누며 양자통신 방식에는 1대1 방식과 1대 N 방식 등이 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물리학자들의 지적 호기심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디지털 컴퓨터보다 수만 배 빠른 양자컴퓨터 시대를 만들게 했고 양자암호통신 방식으로 정보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양자암호통신은 미래 국방 핵심기술로 보안이 최우선으로 요구되는 시대에 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따라서 국방과학연구소(ADD)는 국가안보기술의 리더로서 양자암호통신에 대한 기술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미래전은 데이터 보안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요소로 군의 C4ISR(지휘, 통제, 통신, 컴퓨터 및 정보, 정찰, 감시) 체계가 한 몸처럼 행동하고 반응해야 한다. 이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국방 분야 첨단기술을 책임지고 있는 국방과학연구소의 역할과 활약을 기대해 본다.

필자 김관호(육사35기)는 육군 대령으로 전역했다. 육군 전술 C4I평가팀장,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 C4I팀장을 역임했다. 현재 육군협회 사이버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필자 김관호(육사35기)는 육군 대령으로 전역했다. 육군 전술 C4I평가팀장,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 C4I팀장을 역임했다. 현재 육군협회 사이버센터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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