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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기고] 지란지교와 청출어람

기사입력 2021. 05. 13   16:31 최종수정 2021. 05. 13   16:34

김대영 육군보병학교·소령

‘스승’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를 가르쳐서 인도하는 사람’이다. ‘전술담임교관’의 정의는 ‘전술 중심의 통합 교과체계 하 담임 학급에 대해 자신의 혼을 담아 도제식으로 전술관(戰術觀)을 전수하고 훈육지도를 전담하는 교관’이다. 전술담임교관이라는 직책을 맡게 됐을 때, 교관 또는 선생보다 ‘스승’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른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런데 전술담임교관이 교육생들에게 본인의 실패담을 들려줘도 괜찮을까? 항상 모범이 되는 멋진 교관이 돼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교관 임무 수행을 준비하던 때까지는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연습과 실전은 언제나 괴리가 있듯 생각한 것처럼 되지 않았다. 대신 중요한 몇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자기개방을 자주하는 편이다. ‘자기개방’이란 집단상담에서 상대방에게 있는 그대로 자기 자신을 전달하고 나타내는 행위를 말한다. 단지 친해지기 위해서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겪어온 군 생활의 교훈을 후배 장교들에게 솔직하게 전달하기 위함이며, 교육생들은 나를 본받기도 하고 나의 실패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기도 한다. 나를 온전히 드러냄으로써 내가 가진 지식, 생각, 가치관 등을 더 잘 전달할 수 있다는 진리를 ‘실전’을 통해 배웠다.

교육생들과 함께하면서 무엇보다 가장 크게 깨달은 점은 내가 가르치는 것보다 배우는 것이 더 많다는 사실이다. 교육생들과 수업하는 과정에서 나 또한 배우고 성장한다. 교관은 교리를 강의하고 학습방향을 제시한다. 그리고 토의 과정에 적절히 개입해 핵심을 짚어주고, 주요 쟁점을 정리해 줘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이해한 교리가 프레임워크(Framework)를 통해 개념화·구조화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결국 교관 스스로 가장 크게 성장하는 것이다.

이런 상호작용 속에서 확신하게 된 ‘전술관’에 대한 소신은 그것이 담임교관과 같은 특정인에 의해 전수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 군의 발자취를 익히고 배우는 과정에서 교육생은 스스로 자신의 전술관을 확립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교관은 교육생이 스스로 학습하고 연구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동기를 부여하며 동고동락하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뜨거운 가르침과 배움의 현장에는 지란지교(芝蘭之交)와 청출어람(靑出於藍)이 공존한다.

분신과도 같은 교육생들과 함께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하는 지금,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1997)’의 주인공 잭 니컬슨의 대사를 빌려 마음을 전한다.

“You(all) make me want to be a better man(당신은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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