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완결 방위사업청과 함께 하는 웨폰 스토리

유·무인 복합운영 발전…미래전에도 ‘대체불가’

맹수열

입력 2021. 05. 10   16:52
업데이트 2021. 05. 1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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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전차의 발전

1차 대전 참호전선 돌파 위해 탄생
영국 농업용 트랙터의 무한궤도 적용
2차 대전서 지상 무기 주력 자리 잡아
전자기포·하이브리드 엔진 연구 활발
AI 승무원·자율주행·자동표적선정 기반
네트워크화 부대 기대 한몸 중추 역할

전차는 미래전에서 유·무인 복합운영의 핵심 전력으로 꼽히고 있다. 사진은 현존하는 최신식 전차 가운데 우수한 성능을 자랑하고 있는 우리 군의 K2 전차가 지난해 5월 AH-1S 코브라 공격헬기와 함께 협동 전술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조종원 기자
전차는 미래전에서 유·무인 복합운영의 핵심 전력으로 꼽히고 있다. 사진은 현존하는 최신식 전차 가운데 우수한 성능을 자랑하고 있는 우리 군의 K2 전차가 지난해 5월 AH-1S 코브라 공격헬기와 함께 협동 전술훈련을 하고 있는 모습. 조종원 기자

탄생과 과거

지금의 개념과는 다소 다르지만 전차는 이미 기원전 3500년 전부터 존재했다. 고대 전차는 말이 이끄는 전투용 마차에 말을 조종하는 마부와 창이나 활을 쏘는 전투원으로 구성됐다. 고대 전차는 빠르게 적진의 중앙을 돌파하거나 측·후면으로 기습 기동해 타격을 입히는 지금의 전차와 같은 역할을 담당했다.

전차에는 당시의 기술발전이 투영돼 있다. 고대 전차는 바퀴가 개발되면서 말의 기동성을 전장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개발됐다.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전차는 제1차 세계대전에서 고착화된 참호전선을 타개하기 위해 탄생했다. 당시 전차의 개발 역시 기술의 발전이 토대가 됐다. 19세기 철강 산업이 발달하면서 가축을 보호하고 토지를 구분하기 위해 개발된 철조망을 군사용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또 기관총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1차 대전의 대명사가 된 ‘참호전술’이 탄생했다. 하루 전사자 2만 명을 기록할 정도로 심각한 참호전선을 돌파하기 위해 등장한 새로운 무기가 바로 ‘탱크’, 즉 전차다. 영국 육군은 농업용 트랙터의 무한궤도 기술을 이용한 장갑차량을 개발해서 참호를 돌파하자는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겨 ‘리틀 윌리’라는 육상 전함을 개발했고, 이어 현대 전차의 조상인 Mk 시리즈가 개발됐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독일군이 전격전을 통해 전차의 효과적인 운용이 지상전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입증했다. 이 전쟁으로 전차는 지상 무기의 주력으로 자리 잡았다.

전차의 최대 장점은 강철로 둘러싸인 장갑으로 적의 포화를 받아내며 적진을 돌파하고 강력한 화력으로 적을 타격해 적의 의지를 붕괴하는 데 있다. 따라서 전차는 기동·화력·방호라는 3개의 축으로 발전해 나갔고, 반대로 전차와 맞서야 하는 무기들은 전차의 기동을 멈추고, 두꺼운 장갑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전차의 현재

자동차 산업의 발전은 엔진과 현수장치의 발전을 불러왔고, 이는 전차의 중량 제한을 완화했다. 이렇게 생긴 여유 중량은 더 큰 주포와 더 무거운 장갑을 장착하는 데 활용됐다. 무거운 중량을 지탱하며 기동하기 위해 전차의 파워팩은 더욱 강해졌다.

2차 대전까지는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많은 종류의 전차가 탄생했다. 하지만 지금은 ‘주력 전차(Main Battle Tank)’로 모두 통합됐고, 우리가 알고 있는 전차는 이런 MBT를 의미한다.

냉전 시대 개발돼 현재 세계 대부분의 주력전차로 운용되는 전차는 3세대 전차로 불린다. 3세대 전차는 영상장비 등 다양한 센서들을 통합하고 디지털 탄도계산기를 도입해 매우 정밀한 사격통제장치(FCS)를 갖춘 것은 물론 복합장갑을 통해 높은 방호력을 보유한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3세대 전차로는 독일의 레오파르트2, 미국의 M1 에이브럼스, 영국의 챌린저, 이스라엘의 메르카바, 러시아의 T-72 등이 있다. 우리 군도 미군의 M48 전차 성능개량사업을 통해 얻은 기술경험을 토대로 3세대 전차 수준인 K1 전차를 개발했다.

현재 방위사업청은 K1 전차의 기술 진부화를 방지하고 미래전에 대비해 성능과 기능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K1 전차는 광학 및 전자장비 등이 강화된 K1E1 전차로 성능개량 됐고 곧 K1E2 전차로 추가 성능개량 될 예정이다. K1 전차에서 주포가 강화된 K1A1 전차도 광학 및 전자장비 등이 개량된 K1A2 전차로 성능 개량되고 있고, 이 역시 곧 K1A3로 성능이 개량될 전망이다.

3세대 전차보다 더 발전된 기술이 적용된 K2전차는 강화된 장갑, 개선된 사격통제장치와 데이터링크를 이용한 통합적 전장관리 능력, 강력해진 파워팩과 현수장치, 능동방어체계 등이 적용돼 현존하는 최신식 전차 중 최강으로 분류되고 있다.

전차의 미래

항공기와 대전차 유도무기 등이 발달하면서 최근에는 전차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생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전쟁의 양상이 대규모 전선을 형성하는 일반적인 전쟁의 모습에서 대테러, 시가전, 국지적 분쟁 등으로 다양화되면서 재래식 선형 전쟁 과정에서 탄생한 전차에 대한 회의론도 나타났다.

하지만 전차는 기동성과 방어력, 화력을 앞세워 공격과 방어작전에 모두 사용될 수 있으며 물리적인 방어력으로 적 전선을 돌파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또 항공기나 정밀유도무기와 달리 어떤 기후·지역에서도 사용 가능하며 지속적으로 전선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전장에서도 대체 불가능한 무기체계가 될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전차를 대체하기 위한 다른 전쟁 수단들을 연구했지만, 이라크 전쟁 등을 통해 전차의 장점이 상당수 재입증되면서 다시 전차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전차는 적의 공격을 받으며 적진으로 돌격한다는 기본운용개념으로 인해 장갑이 두꺼워졌다. 여기에 적 전차의 두꺼운 장갑을 뚫기 위해 주포의 구경을 키우면서 전체적인 무게가 무거워지면서 기동이 어려워지는 역설이 생겨나게 됐다. 미래 전차가 첨단기술을 적용한 경량 장갑으로 효과적으로 적의 공격을 막아내고, 주포의 구경 확대 없이 치명적이고 정밀한 타격 능력을 보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이런 역설을 해결하기 위함이다.

현재 방산시장에서는 장갑의 무게 증가 없이 전차의 방호력을 높이기 위해 장갑 주변에 순간적으로 강한 전류를 방류해 포탄을 부러트리거나 방향을 바꾸는 전자기 반응 장갑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이 밖에도 강철보다 가볍고 방호력이 높은 초경량 복합 장갑기술, 대전차화기의 추적 레이더와 레이저를 보다 광범위하게 탐지해 이를 회피·정밀파괴하는 능동 방호체계, 스텔스 기술 등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구경 확대 없이 주포의 성능을 향상하기 위한 전열화학포, 전차용 전자기포(레일건), 전차포 포구에너지 증대기술 등 다양한 핵심기술도 각광받고 있다.

첨단기술이 적용되고 무인장비가 도입되는 미래 전장에서 승무원이 빠르고 직관적으로 전장상황을 인식하고 전차를 쉽게 운용할 수 있는 기술발전은 세계적인 추세다. 따라서 아이언 비전(이스라엘)과 같은 360도 전장상황인식체계를 보다 발전시킨 전차승무원용 통합시각 증강시스템 기술은 물론 승무원석과 승무원 헬멧에 장착된 최첨단 영상장비로 고해상도의 3D 외부영상을 보면서 운용·통제하는 시스템 등도 필수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기동력 강화를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자동으로 지형을 인식해 궤도·차륜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지능형 현수장치와 승차감 개선을 위한 능동 현수장치 기술 등이 연구되고 있다. 엔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하이브리드식 고효율 전기추진 시스템(HEEPS)과 저소음 설계 연구도 세계적인 경향이다.

전차는 미래전에서 유·무인 복합운영의 핵심전력으로 꼽힌다. 미래 전차는 인공지능(AI) 승무원, 자율주행, 자동표적선정, 추적기능 등을 기반으로 네트워크화된 부대의 자동임무·표적할당 등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이런 가능성에 주목한 주요 국가들은 현재 AI 기술 개발을 통한 미래 전차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AI 기술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집중, 2025년까지 군사적으로 통합된 AI를 개발하겠다고 천명했다. 미래 전장에 대비해 전차에 적용할 AI와 유·무인 복합운영 기술을 시급히 개발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우리 군 역시 미래 전차 개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방사청은 “우리 군과 방사청은 현용 전차의 성능개량을 지속해 미래 전장에 대비하는 동시에 선제적인 연구를 통한 미래 전차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맹수열 기자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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