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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태평양 지역에 최대 관심…적극적 진출·관여

기사입력 2021. 05. 07   15:09 최종수정 2021. 05. 09   10:07

‘글로벌 영국’ 내세운 영국 안보전략
 
기술혁신·다극화·기후 변화 등 도전 대응 담은 안보전략 보고서 공개
경제·지정학적 중요성 급증 아-태지역 국가들과 속속 자유무역협정
중국과는 ‘체제적 경쟁자’ 인식 동시에 상호 이익 분야 협력 강화 추구

 

영국의 최신예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호가 지난 1일(현지시간) 스코틀랜드 인근 해역에서 훈련을 위해 포츠머스 해군 기지를 출항하고 있다. 퀸 엘리자베스호는 훈련 후 인도·태평양 지역 순방에 나선다.  연합뉴스

영국의 항공모함 퀸엘리자베스가 인도·태평양을 향해 장기간 항행에 나선 가운데 이와 결부된 영국의 안보전략이 관심을 받고 있다. 영국 안보전략은 세계로 향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글로벌 영국’을 강조하고 있다. 비록 영국이 과거처럼 ‘해가 지지 않는 제국’ 같은 세계 패권국가는 아니지만, 영국의 이러한 안보전략은 인도·태평양의 높아진 중요성을 반영하고 있다.

이 안보전략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의회에 제출하는 형식으로 지난 3월에 공개된 ‘경쟁 시대의 글로벌 영국(Global Britain in a Competitive Age)’에서 확인된다. 이 보고서는 국방·외교·안보 분야 전반의 종합 검토 보고서이다. 영국은 오는 6월 의장국 자격으로 개최하는 G7 정상회담과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총회 등을 계기로 국제정치에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영국의 이러한 노력은 유럽 지역은 물론 아시아 지역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최신예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호 승조원들이 지난 1일(현지시간) 출항에 앞서 함상에 도열해 있다. 퀸 엘리자베스호는 스코틀랜드 인근 해역에서 훈련을 마친 뒤 6개월 일정의 인도·태평양 지역 순방에 나선다.  연합뉴스

이 보고서는 중요 개념인 글로벌 영국에 대해서 일단 “용어 설명보다는 실제 행동으로 정의된다”며 “그러한 행동은 영국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제공하는 적극적인 접근법”이라고 밝히고 있다. 존슨 내각은 글로벌 영국에 대해 국가 안전보장과 국제정책에 대한 현 정부의 접근방식의 기본은 2019년 총선 이후 정부가 취한 정책에 반영돼 있다고 말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 행동의 사례로 ‘사회 경제 측면에서 영국의 개방성 유지’ ‘안보와 억제에서 보다 강력한 입장으로 전환’ ‘개방성, 민주주의, 인권의 수호 등 세계 선을 위한 힘으로서 영국에 대한 새로운 약속’ ‘기후 변화, 글로벌 보건 위기’와 같은 도전에 다자적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의지를 들고 있다. 즉, 글로벌 영국은 전체적인 맥락을 볼 때 개방된 국제사회를 형성하기 위하여 기술혁신, 다극화, 기후 변화 등의 도전에 국내외 안보태세를 강화하고 국제적 관여를 높이는 태세로 이해된다.

글로벌 영국의 개념은 2016년 당시 테레사 메이 수상의 연설에서 처음 언급됐다. 메이 수상은 유럽연합(EU)에서 탈퇴(브렉시트)에 대해 단순히 EU와의 새로운 관계만을 고려하지 말고 보다 광범위한 세계에서 영국의 역할을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글로벌 영국은 점차 안보전략을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정의나 견해가 존재하지 않는 실정이다. 그렇지만 글로벌 영국의 출발은 브렉시트이며, 브렉시트 완수를 내세우고 2019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한 보수당 존슨 총리는 글로벌 영국의 구체적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글로벌 영국이 최대의 관심을 가지는 지역은 인도·태평양 지역이다. 세계 경제의 균형은 변하고 있으며, 특히 세계 경제 성장의 원동력은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계속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 영국의 진단이다. 또, 신흥 시장의 급속한 성장으로 세계 중산층의 규모는 2018년 38억 명에서 2030년 53억 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무역과 서비스 거래의 내용은 고부가 가치로 향하고 있으며, 이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영국에게 상당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영국은 분석하고 있다.

영국은 미국과 중국의 권력 경쟁이 점차로 첨예화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냉전 시기처럼 블록 경쟁으로 되돌아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 않다. 영국이 주목하는 대상은 중간 국가들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더욱 주목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영향력은 2020년대에 커질 것이며, 이들 국가는 연합 행동으로 영향력을 더욱 증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이 지역에서는 군사화, 해양 긴장, 무역 및 기술과 관련된 규범에 대한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세계 개방국가인 영국이 경제적·지정학적 중요성이 증가한 인도·태평양 지역에 진출하거나 관여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영국은 지난해부터 자국을 한 당사자로 하고서 한국, 베트남, 일본, 터키, 인도 등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있다. 이는 브렉시트로 인한 경제 타격을 줄이는 측면도 있다. 베트남과는 이달 1일부터 자유무역협정을 발효시키고 있다. 영국은 과거 EU 자격으로 아시아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다. 영국은 또 지난 1월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CPTPP) 출범 당시 참가국 이외 국가로는 처음으로 공식 가입을 신청했다. CPTPP는 원래 TPP로 미국·일본 등이 주도했지만, 미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를 선언하면서 이름을 바꿔 현재는 아시아 태평양 11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 한국과 조 바이든의 미국 정부도 이 협정의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영국에서 검토 사안 가운데 또다른 중요 항목은 중국이다. 중국에 대해서는 먼저 ‘체제적 경쟁자(Systemic Competitor)’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이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는 ‘중국 경제의 규모와 범위’ ‘인구 규모’ ‘기술 발전’ ‘일대일로’처럼 세계를 무대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증폭된 야망 등이다. 중국의 성장하는 국제적 위상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지정학적 요소이며 영국의 가치와 이익, 그리고 국제 질서의 구조와 형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중국은 영국과는 다른 가치를 지닌 권위주의 국가이므로 영국과 동맹국들에게 도전을 안겨준다. 또 중국은 영국의 경제 안보에 국가 수준의 가장 큰 위협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은 향후 10년 동안 다른 어떤 국가보다 세계 경제에 혜택을 주면서 세계 성장에 더 많이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은 확대된 무역 관계와 투자 유치를 포함하는 긍정적인 경제 관계를 계속 추구하려고 한다. 또한 초국가적 문제, 특히 기후 변화와 생물 다양성 문제에 대한 해결에서 중국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그리하여 영국은 상호 이익이 일치하는 분야에서는 협력을 강화하고 개방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불일치를 관리하고, 영국의 가치를 방어하면서, 번영과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외교적 틀을 필요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영국의 인도 태평양 진출은 반드시 중국과의 대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영국은 아시아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영국은 한국에 대해서도 기존의 유대관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은 경제적 성장에 이어 미·중 대결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기에 영국 등 유럽의 강대국들이 가세하고 있어서 국가 안보전략의 셈법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필자 김성걸은 외교·안보 분야로 성균관대에서 수학(정치학 박사)했다. 한겨레신문 기자로 오랜 기간 국방부를 출입했으며, 한국국방연구원에서 국방정책을 연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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